SuN ARIZONA /@@aVNK 저의 이야기가 당신의 추억을 건드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한때의 기억과 지금의 순간을 잇는 다리 ko Thu, 12 Jun 2025 21:25:35 GMT Kakao Brunch 저의 이야기가 당신의 추억을 건드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한때의 기억과 지금의 순간을 잇는 다리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Kkx3bn7N1bEQqAtg8-wACuit6so.jpg /@@aVNK 100 100 초승달 말벌집 - 노봉방주가 아니어도 /@@aVNK/51 열 밤만 자고 나면 나를 데리러 오겠다던 엄마의 약속을 믿으며, 나는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지냈다. 겉보기엔 아무 일도 없던 그날들은, 실은 가장 많은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와지붕을 얹은 할아버지 집. 마당 옆 사립문을 열고 나서면, 밭은 능선 아래로 너울지듯 내려앉아 있었다. 밭이랑의 옥수수 모종은 설익은 햇볕 아래서 초록빛 머리를 까딱이고<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fowq_WadUX4IcSeSLu654qXyi3g.png" width="500" /> Wed, 04 Jun 2025 20:51:49 GMT SuN ARIZONA /@@aVNK/51 모알보알, 물빛 정어리떼 - 이국의 바닷속에서 /@@aVNK/50 모알보알, 물빛 정어리떼 햇살 한 줄이 수면 아래까지 깊게 내려와 물속의 비늘들을 깨운다. 그 빛에 정어리떼는 은빛 숨결 일렁이다가 한 몸처럼 모였다가 흩어졌다가&mdash; 물속에 이는 바람이 되었다. 그 바람을 잡으려 오리발 물살을 세로 지르며 팔을 뻗는다. 바다는 엄마의 품처럼 모두를 끌어안는다. 해초 숲, 산호 옆 몇 살인지 알 수 없는 거북이 한 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TxBhmx8jyZ0RtN_xiPl5SgDaXQ4.jpg" width="500" /> Wed, 28 May 2025 04:41:00 GMT SuN ARIZONA /@@aVNK/50 감꽃이 내린 날 - 먹감나무는 감꽃을 싣고 /@@aVNK/49 죽림마을의 꼭대기집. 할아버지 집 옆 집에는 할아버지의 누나인 고모할머니가 혼자 사셨다. 쌍꺼풀이 깊고 말수도 적으셨지만, 코흘리개 나만 보면 매 번 센베이 과자를 내어주시던 따뜻한 분이었다. 가끔은 적적한 시골살이를 나와 함께 나누시려는 듯이 본인의 밭에&nbsp;나를 데리고 가시기도 했다. 고모할머니의 집은 원래 우리 집 마당과 이어졌지만, 그분이 살게 되면서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WyVe8rzgChXunqzrRHMepaXi6Q.png" width="500" /> Wed, 21 May 2025 23:12:26 GMT SuN ARIZONA /@@aVNK/49 푸른 발톱의 계절 - 죽순과 도깨비 /@@aVNK/48 내가 뛰놀던 죽림(竹林) 마을은 대나무와 바람의 마을이었다.푸른 대나무들은 마을을 감싸 안고, 어귀 바람길에 수호신처럼 서 있었다. 사람을 마주치면 싸리 빗자루로 변해버린다는 도깨비가 숨어 산다는, 그 대나무숲. 풀피리 길을 지나 그 숲에 다다르면, 나는 발끝을 들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송사리 같은 댓잎들은 서로를 비비고 흔들며, 비 오는 소리를 내어<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pAHSK55zwsQGbkrBuRjPrV0iStU.png" width="347" /> Thu, 15 May 2025 01:00:59 GMT SuN ARIZONA /@@aVNK/48 처마밑에 누워있던 제비 (下) - 나무젓가락 십자가를 꽂아 주었다. /@@aVNK/45 처마 밑에 조용히 누워 있는 그것을 처음 본 건, 어른들 일 나가시고 나 혼자 집에 남겨진 정오쯤이었나. 그날도 송홧가루 누렇게 쌓인 툇마루를 걸레질하고&nbsp;토방 앞을&nbsp;물청소하려던 참이었다. 방금 막 툇마루 끝을 훑고 지나간 걸레의 물길이 색을 달리하며 번져나가던 그때, 시멘트 발린 토방 위에 낯선 검은 것이,&nbsp;제비의 진흙&nbsp;둥지 바로 아래에 조그맣게&nbsp;늘어져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t3_GK4-ncAHxktSXQk95qk7pLx0.png" width="432" /> Fri, 09 May 2025 14:29:23 GMT SuN ARIZONA /@@aVNK/45 제비의 얼룩덜룩한 추억 (上) - 제비의 응가 /@@aVNK/30 어찌 그리도 금세 내려앉는 건지, 누우런 먼지는. 봄바람 한 번만 스쳐도,&nbsp;반질반질 물광을 낸 툇마루는 금세 허예졌다. 남동생이 입던, 무릎이 다 해진 내복이 걸레로 다시 태어나던 시절이었다. 걸레가 된 내복은 마지막 생을 다해 마루에서 가장 열심히 일했다. 나는 되도록 아침저녁으로 툇마루를&nbsp;닦았다. 내가 닦지&nbsp;않으면 할머니가 닦으셨기&nbsp;때문이다. 걸레는<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RCRuYnjfV-h7L7f8mIhrnnVvTck" width="500" /> Thu, 01 May 2025 09:56:38 GMT SuN ARIZONA /@@aVNK/30 이 빠진 옥수수 울타리 - 값도 묻지 않고 한 차대기 /@@aVNK/41 어릴 적부터 쾌적한 마트보다 북적이는 시장구경을 더 좋아했다. 며칠 전, 봄볕에 눈을 찡그리며 시장에 나가보니 씨생강, 씨감자, 상추며 옥수수, 고추까지. 연한 모종들이 줄지어 흙 속으로 옮겨 줄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유난히 통통한 옥수수 모종을 보니, 오래전 기억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어서 얼룩 찰옥수수 철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그 옛날이<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d3eHoVEMh3yMGVn_-1WOzD-T5jE.jpg" width="500" /> Wed, 23 Apr 2025 22:47:52 GMT SuN ARIZONA /@@aVNK/41 깨 농사의 서막 - 한 손은 내 손, 다른 한 손엔 박카스 병 /@@aVNK/40 밥만 자시면 논밭으로 나가시던 할아버지는, 늘 일만 하시던 모습으로 기억에 남는다. 짚단을 씹어젖히며 출산을 앞두고 있는 외양간 누렁이와 감나무 아래에서 주야장천 대문만 보고 있는 복실이, 그리고 할아버지의 그림자처럼 뒤를 따르던 나까지 집안에 군입이 한 둘이 아니어서였나. 아침 밥상을 물리고 나면, 할머니가 던져주신 내복으로 만든 걸레를 쥐고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1iRwrRA8J-ry2YJyFFxQGb5f3rk" width="500" /> Wed, 16 Apr 2025 23:04:23 GMT SuN ARIZONA /@@aVNK/40 쑥에 관한 고찰 - 쑥스러운 쑥튀김 /@@aVNK/38 봄이 되면 땅이 먼저 깨어난다. 나무는 아직 잎눈을 꼭 다물고 있지만, 흙 속 풀들은 먼저 움직인다. 그중에서도 쑥. 따뜻해진 바람을 타고 밭두렁 아래,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쑤욱 솟는다. &lsquo;이제 괜찮다&rsquo;고, 추위에 움츠린 땅을 토닥여주는 것 같다. 어렸을 적, 할머니를 따라 쑥을 캐러 다녔다. 무뎌진 과도 한 자루와 빨간 바<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gNmulm9vzgTLLkv26Mm1PW8v4KQ.gif" width="500" /> Tue, 15 Apr 2025 12:26:26 GMT SuN ARIZONA /@@aVNK/38 장끼전 - 어쩌다 마주친 장끼 /@@aVNK/39 배 빨간&nbsp;무당개구리의 생사를 확인하러 올르내리던 그 골짜기는, 드물게&nbsp;등산객이나 사냥꾼 아저씨를&nbsp;마주칠 때만 빼고는 거의 내가 왕이었다. 올해 초 그 순천 봉화산 인근에 사슴 무리들이 출몰했다는 동화 같은 기사를 읽었다. 그 산기슭을 주무대로 활동했던 게 유일한 낙이었던 꿈같은 나의 옛날이야기를 풀어 본다. 푸드덕 거리며 꿩꿩하고 장끼가 날아오르는 소리가<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bnz3-Jj4M4QyGWSIJlWz75P3DcQ" width="500" /> Thu, 10 Apr 2025 13:45:00 GMT SuN ARIZONA /@@aVNK/39 갓방의 노할머니 - 곰방대, 다시는 하지 않을 거예요. /@@aVNK/31 갓방에 사시는 꼬부랑 노할머니. 나는 처음 인사를 드리던 날부터 그렇게 불렀다. 다들 그렇게 부르니 나도 그냥 따라 불렀다. '증조할머니'라는 걸 나중에 학교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그것은 딸만 있는 집안에 태어난 막내아들이 윗누나 들을 '언니'라고 불렀다는 것과 비슷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노할머니는 안방 옆, 쇠죽을 끓이던 아궁이의 구들장이 받치고 있는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6JeblSHskVk5OgcxwwIgTb-p0aE.png" width="424" /> Wed, 02 Apr 2025 21:32:03 GMT SuN ARIZONA /@@aVNK/31 밭 가는 소리 - 쇠고집 누렁이 /@@aVNK/35 굵은 주름 새로 봄볕이 스며든 할아버지 얼굴을 떠올리면, 가을볕에는 딸 내보내고 봄 볕에는 며느리 내보낸다. 는 옛말이 맞는 말이었다. 봄볕은 새벽부터 할아버지를 재촉하듯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농사일을 시켰다. 그 옆에 또 따라다니는 이가 있었으니, 자다가 깨서도 할아버지의 팔베개가 보이지 않으면 울면서 찾아 나서는 나였다. 그래서 일하시는 가까이<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mSVEpbcuBpR7FU-va2ZYOGm2kMc.png" width="500" /> Thu, 27 Mar 2025 05:23:22 GMT SuN ARIZONA /@@aVNK/35 콩죽국수 - 열 밤만 자면 엄마가 온다고 했다. /@@aVNK/32 할아버지 집에 맡겨진 지도 두 달 다 되어갔다. 장미 담요 속에서 눈을 감고, 까만 그 속에 떠다니는 점들을 따라가며 무엇을 닮았나 맞춰보는 중이었다. 북두칠성도 채 떠나지 않은 캄캄한 새벽에 부지런한 할머니의 일하시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이 그날인가? 쌀바가지에 뭔가를 돌려가며 벅벅 문질러 씻는 소리에 이불을 곱게 게우고 부엌 방으로 나가보았다. 둔<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fDdsR2I7cKBhId7BOWe0DSdpRqw.png" width="500" /> Thu, 20 Mar 2025 09:18:34 GMT SuN ARIZONA /@@aVNK/32 궂은비 내리는 날 - 비가 추적하더니 벼락이 쳤나. /@@aVNK/29 공부를 좀 나서서 하지, 흙 밭을 내 몸처럼 뒹굴고 어른들 일이라면 앞장서던 아이. 어서 큰사람이 되고 싶어&nbsp;어른들 대화에 귀 기울이며 눈치껏 짐이 되지 않으려 하였고, 다행히도 시골집의 잡일들은 소꿉놀이의 역할극보다 재미나고 힘에 부치지도&nbsp;않았다. 해어진 마대천 아래에서 두엄자리가 김을 폴폴 내며 막바지 겨울비를 피하고 있던 늦은 오후였다. 쇠죽 끓이는<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E2hocww1YITuM7lerKD0kEptKok" width="500" /> Thu, 13 Mar 2025 06:55:56 GMT SuN ARIZONA /@@aVNK/29 비행기포비아 - 누구를 적어야 할까 /@@aVNK/25 마음속 계류장을&nbsp;돌고 돌아 이제야 활주로의 끝 미련일랑 침 삼킴 한 번으로&nbsp;꼴깍하고, 차렷하고 날아올라&nbsp;개미만 한&nbsp;세상구경 언제 퐁신한 미슐랭이 되었나, 손바닥만 한 자리에 으쓱해진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새벽 수속장에 부기 덜 빠진 여직원의 한국에 남아있는 보호자 연락처 기재 요망이 떠올라 안전벨트 여며 매며 지금은 안 돼요. 그 대신 다시 돌아올게<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tdgPubmu21rvBix3sqCoZAYI1aM.jpg" width="500" /> Mon, 10 Mar 2025 03:34:04 GMT SuN ARIZONA /@@aVNK/25 보리밟기 - 자근자근 밟아주던 것들 /@@aVNK/27 사철&nbsp;감나무 가지가 넘어오는 담장 너머에 혼자 사시던 고모할머니. 장정만 한 키에 쌍꺼풀이 진 패인 눈은 고운 노 할머니를 외탁한 것이었다. 언제부터 혼자 사셨는지 기억은 나지 않아도, 명절 때 자식들이 사다 준 사탕이나 과자를 내게 건네주러 마실을 넘어오시는 고마우신 분이었다. 할머니 계시냐며 마당에 발을 들이시면 홍시나무&nbsp;아래 복실이도 사족을 못쓰고&nbsp;<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h4d3zLbXaK-NRES5aaCRU0ZplcE.jpg" width="500" /> Thu, 06 Mar 2025 01:23:29 GMT SuN ARIZONA /@@aVNK/27 돌자반무침이 뭐라고 - 밥도둑 잡으러 경찰도 왔다. /@@aVNK/23 돌자반무침 짭조름한 바다의 단맛, 고소한 참기름 향까지. 한 접시만 있어도 밥 한 공기가 사라지는 마법의 반찬. 새하얀 쌀밥 한 수저 위에 조그맣게 자리한 까만 자태는 눈 덮인 논두렁에 내려앉은 두루미처럼 눈시울이 정겹다. 한 젓갈 올려 입에 넣을땐 씹히는 소리도 내지 않는 양반을 닮은 절제미. 전라도 반찬이 기본적으로 간이 센 편이지만, 김무침만큼<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dDhB-Dt7HYg9Q84OxzLHDNdplFw.jpg" width="500" /> Sun, 02 Mar 2025 14:00:00 GMT SuN ARIZONA /@@aVNK/23 청개구리 이야기 - 개구리 심부름 /@@aVNK/24 우리 논의 가운데쯤에는 황소만한 바위가 하나 있었고, 그 위에 올라서면 논 전체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나는 평탄한 그 바위 위에 걸터앉아 논농사가 시작되기 전 할아버지의 일하시는 모습을 보며 놀곤 했다. &ldquo;논에 물을 터줘야지! 언제까지 안 틀라요?&rdquo; 할아버지의 단단한 목소리는 논을 둘러싸고 있는 삼산에 부딪쳐 더 큰 메아리로 돌아왔다. &quot;아직 우리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HXtn4_MfkREJEJl_X6DwvyXgiFE" width="500" /> Wed, 26 Feb 2025 04:35:00 GMT SuN ARIZONA /@@aVNK/24 무당개구리 이야기 - 배 빨간 그놈은 내 밥이었다. /@@aVNK/20 겨우내 누우런 솔이끼에 덮였던 산골짜기, 얼음 아래로 계곡물이 쫄쫄 흐르기 시작했다. 물들의 목소리는 오랜만에 바윗돌들을 훑고 지나가느라 멈추지도 않았다. 두터운 얼음에 갇혀있다가 이제야 &nbsp;굽이굽이 흐를 수 있게 되니, 물 만난 듯하였다. 자유에 벅찬 물소리는 저 아래 도랑을 지나, 버스정류장이 있는 신작로까지 한 번에 가겠지. 계곡에 물꼬가 트이자 사냥<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W5g4W9usbv_W_JgPS-KC9w6iaCM" width="500" /> Wed, 19 Feb 2025 00:30:44 GMT SuN ARIZONA /@@aVNK/20 농한기 (下) - 죽림마을 이샌 /@@aVNK/21 상(上) 편에 이어 짱짱한 대나무 바구니를 보면 그분이 떠오를 만큼 반갑다. 마을에서 이샌1)이라고 불리는 그 양반은 갈색 양복바지를 7부로 줄여 입고, 천 허리띠를 동여매고 있었다. 점점 헐거워지는 허리춤은 쉬지 않고 일해 온몸에, 고생이라는 것이 살을 깎아낸 흔적 같았다. 얼굴은 바람볕에 검게 주름지고 말수도 적었지만, 동네사람들은 해결할<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aVNK%2Fimage%2FTgnT0o_L4764tesyNk7b21WZf94" width="500" /> Wed, 12 Feb 2025 02:33:14 GMT SuN ARIZONA /@@aVNK/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