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해 /@@fgsk 고인이 된 그분의 마지막 연으로 남아, 제주에서 네 남매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머금은 말을 검은 섬의 바람에 실어, 천천히 흘려보내고자 합니다. ko Thu, 12 Jun 2025 21:58:55 GMT Kakao Brunch 고인이 된 그분의 마지막 연으로 남아, 제주에서 네 남매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머금은 말을 검은 섬의 바람에 실어, 천천히 흘려보내고자 합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gsk%2Fimage%2F-49oAeUPKCsRQjZODakki9c4TNA.JPG /@@fgsk 100 100 어머니의 등(1) - 탁사체 반응 /@@fgsk/27 그날, 아버지의 골분을 흙 속에 부었다. 내 옆에 서 있던 어머니의 마음속에도, 오래도록 삼켜온 기억들이 말없이 가라앉아 있었을지 모른다. 오랜 시간 곁에 있으면서도 어머니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삶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낸 채 지냈다. 여전히 멀어지지 않은 그 등 너머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어떻게 그 세월을 살아내셨을까.<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gsk%2Fimage%2FG5hSzL2mMKPv9TuOmf4L6jGdUuE.png" width="500" /> Tue, 10 Jun 2025 22:31:17 GMT 봄해 /@@fgsk/27 시신인수 후 도착한 우편물(4) - 원고, 승 /@@fgsk/26 그만 생각해. 언제까지 그 일에 매달릴 거야? 큰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등록을 마치고 돌아온 뒤로 마음이 자꾸 흔들렸다. 네 아이를 챙기며 분주한 저녁 시간이 흘러갔고, 평소처럼 아이들을 재우다 보면 나도 함께 잠드는 게 보통이었다. 아이들 곁에 누우면, 부드러운 살결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포근했고, 꼭 붙어 있는 작은 몸들 사이에서 풍겨오는 특유의 체온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gsk%2Fimage%2FayGXMd-KzKGaHrWa1mBTYv4BH48.png" width="500" /> Fri, 06 Jun 2025 22:25:35 GMT 봄해 /@@fgsk/26 시신인수 후 도착한 우편물(3) /@@fgsk/25 나는 피할 곳이 없어. 아내가 울먹이며 했던 말이었다. 서로 언성을 높이고 등을 돌려 집 밖으로 나가도, 아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이들 옆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때론 온갖 안 좋은 생각이 머리를 채웠지만, 아이들은 그런 내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 사이, 마당에 외등을 켜두었다. 집은 외진 곳에 있었고, 주위엔 가로등 몇<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gsk%2Fimage%2FyNAL8ih_UFiuEXuDWvztUVEYMVY.png" width="500" /> Tue, 03 Jun 2025 22:31:15 GMT 봄해 /@@fgsk/25 시신인수 후 도착한 우편물(2) - 그 봉투는 마치, 칼날 같았다 /@@fgsk/24 아내가 건넨 봉투 안에는 '승계인'이라는 낯선 말과, 내 이름이 있었다. 그 우편물을 받아 들기 전부터, 아내의 숨소리가 달라져 있었다. 며칠째 아이 셋이 모두 앓고 있었다. 기침, 콧물, 울음이 이어졌고 아내는 그 아이들을 품에 안고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도 또 한 생명을 뱃속에 품고 있었다. 그날 아침, 일하던 중 전화가 걸려왔다. &quot;아이들도<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gsk%2Fimage%2FnTuqO6Vxd2-9yFyUdyHa6h1ho1w.png" width="500" /> Fri, 30 May 2025 22:16:01 GMT 봄해 /@@fgsk/24 시신인수 후 도착한 우편물(1) /@@fgsk/22 유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작은 손들이 앞다퉈 귤을 집었다. 귤은 알맹이로 나뉘어 접시에 가득 담겨 있었다. 누가 먼저 먹을지, 누가 더 많이 가져갈지, 입안 가득 귤즙이 퍼지며 실랑이가 이어졌다. 나도 귤 한 알쯤은 먹을 수 있으려나 싶던 순간, 아내가 한라봉을 까서 건넸고, 하나 뜯어 입에 넣었다. 달콤한 즙이 입안에 퍼졌다. 귤껍질 옆으로 가지런히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gsk%2Fimage%2Fb4cm2kF0_a6fuOJ2q4EHCnaz5oE.png" width="500" /> Tue, 27 May 2025 22:29:33 GMT 봄해 /@@fgsk/22 시신인수(4) /@@fgsk/19 한라산 북쪽 자락. 하늘은 맑았고, 먼 아래로 건물들이 조밀하게 펼쳐졌다. 그 너머, 바다가 물감 번지듯 푸른빛을 흘렸다. 잔디는 고르게 깔렸고, 나무는 나직이 흔들렸다. 그 사이로 작은 비석들이 조용히 누워있었다. 오후 예배를 마친 뒤, 우리 곁으로 연이 된 이들이 함께 둘러섰다. 앞쪽엔 검은 예복을 입은 분이 서 있었고, 그분은 짧은 말을 천천히 머<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gsk%2Fimage%2FrbWlaIML-ATe5dbk9gBkq-1S_Xs.jpeg" width="500" /> Tue, 20 May 2025 22:00:03 GMT 봄해 /@@fgsk/19 시신인수(3) /@@fgsk/18 청주공항, 보안검색대 앞에서 직원이 말했다. 유골함은 기장의 사전 허락이 필요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했다. 화장터에서 받은 한 장의 확인서를 들고, 고인이 된 아버지의 유골함을 안았다. 유골함은 혼자서도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웠지만, 누군가의 허락이 없이는 바다를 건널 수 없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직원은 기장과 통화했고, 승낙이 떨<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gsk%2Fimage%2F_DLLe1QBHwLYOLTYaFcHmh1w-wI.JPG" width="500" /> Tue, 13 May 2025 22:00:06 GMT 봄해 /@@fgsk/18 시신인수(2) /@@fgsk/21 홀로 마주한 조용한 장례. 한 사람을 찾으려 했다. 아버지의 형제, 내겐 큰아버지 되는 분이었다. 아버지와의 연이 끊긴 뒤 몇 해가 흐르자, 그분과 자연스레 멀어졌다. 소식은 끊겼고, 어디에 계신지도 몰랐다. 늦은 밤, 구청에 전화를 걸었다. 조심스레 묻는 수밖에 없었다.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경찰서에 물어보라는 안내도 받았지만,<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gsk%2Fimage%2FK11vfWzULzDeFqSldCwV9EWx11Y.JPG" width="500" /> Wed, 07 May 2025 07:00:02 GMT 봄해 /@@fgsk/21 시신인수(1) /@@fgsk/20 육아휴직 동안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제주의 한적한 마을로 이사했다. 제주에 특별한 연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왜 그토록 쉽게 결정할 수 있었는지 나도, 아내도 잘 알지 못했다. 우리에게 연고가 되어준 건, 서로에 대한 충분함과 두 아이였다. 어쩌면 서로를 만나기 전부터 거주지의 잦은 옮김이 어느 곳도 연고지로 느껴지지 않도록 만들었는지 모른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gsk%2Fimage%2FSuiAFXQAO9b6p6fxV_nNS0O3CNw.JPG" width="500" /> Wed, 30 Apr 2025 06:59:02 GMT 봄해 /@@fgsk/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