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건너 /@@fkwt 강변에서 농사 지으며 글쓰는 에세이스트. ko Fri, 13 Jun 2025 00:55:11 GMT Kakao Brunch 강변에서 농사 지으며 글쓰는 에세이스트.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LPw_ZI4nLQe6eiNhNcQVs7fwaMg.jpg /@@fkwt 100 100 그들의 사랑도 /@@fkwt/166 지난해에 앞 농로 건너 넓은 밭을 타지에서 들어온 한 남자가 임대해 약초 재배를 시작했다. 옆 밭 최사장이 그와 그쪽 초록 울타리 너머로 대화를 자주 하더니 그를 '약초'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최사장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최사장이 우리 농막에 커피 마시러 들어오면서 &quot;어이 약초, 우리 집은 아니지만 이리 와서 커피 한 잔 하고 일해!&quot; 말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DgTqpFcytQtq34CJUWB-SfNVlFs" width="500" /> Thu, 12 Jun 2025 00:02:17 GMT 개울건너 /@@fkwt/166 초록 숨바꼭질 /@@fkwt/165 키가 쑥쑥 자라는 도라지 몸을 더덕이 감으며 따라 오르고 있다. 내가 도라지 몸이 되어 목까지 졸리는 느낌으로 숨이 차다. '도라지가 더덕 넝쿨 성가셔서 잘 자랄 수 있을까?' 초록이 숨는다. &quot;걱정 말아요, 더덕이 도라지랑 친구 돼서 어깨동무하고 있구만. 감으며 올라가기 시작할 때 친구 되자고 이미 보챈 거예요.&quot; 옆 밭 아낙이 울타리 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msB4XKjWIbvgy0-VMoa-HeYBUUE" width="500" /> Tue, 10 Jun 2025 00:46:39 GMT 개울건너 /@@fkwt/165 초록 언어 /@@fkwt/163 초록물이 들어있는 언어에 마음을 모은다. 깻잎 밭에 긴 호스를 끌어다 물을 분사하는 중에 풀을 매던 옆 밭 김여사의 발화가 울타리를 넘어온다. &ldquo;물 주니까 깻잎 쟤들이 고맙다고 절하네요.&rdquo; 옆에서 곡괭이질 하던 그녀의 남편 최 사장이 말을 거든다. &ldquo;낼 아침에 일어나서 봐, 쟤들이 벙긋벙긋 웃지.&rdquo; 마 넝쿨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nbsp;&nbsp;남편이 이리로 걸어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zFhoVCdytKQbdwYsJt9-qu_F5xk" width="500" /> Sun, 08 Jun 2025 23:48:36 GMT 개울건너 /@@fkwt/163 마늘쫑 /@@fkwt/162 무성해진 마늘 잎 사이로 쫑이 올라오고 있다. 땅 아래에서 몸집을 불려가기 시작하는 마늘이 쫑에게 영양을 빼앗기지 않도록 보호하려면 얼른 쫑을 뽑아주어야 한다. 나는 마늘밭 고랑으로 들어가 손으로 쫑을 잡고 살살 뽑아 올렸다. 아직 연한쫑은 잘 뽑혔다. 손이 빨라졌다. 사각 바구니에 마늘쫑이 쌓여갔다. 바구니가 넘쳤다. 바구니 하나를<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jHHqu1ooC-onDM_bUFb9rusdl5k" width="500" /> Thu, 05 Jun 2025 00:49:41 GMT 개울건너 /@@fkwt/162 부추 /@@fkwt/161 겨울에 난로에서 나무를 태운 재를 뿌려줬더니 부추가 실하게 자라 아침 바람에 너울댄다. 남편이 가위를 가지고 나가서 부추를 잘랐다. 나는 농막에서 넓은 사각 탁자에 비닐 커버를 깔아놓고 그를 기다렸다. 그가 들어와 바구니 안에 든 부추를 그 위에 쏟았다. 우리는 부추를 다듬었다. 부추 끝에 있을법도 한 떡잎이 하나도 없어 다듬기가 수월하다고<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hYCWjSOWpK9I9EsYtv6uhQIENFM" width="500" /> Mon, 02 Jun 2025 00:35:11 GMT 개울건너 /@@fkwt/161 감자꽃 /@@fkwt/160 꽃이 아무리 예뻐도 공존이 불가능할 때가 있다. 꽃들이 제 몸 치장하느라 땅 아래에서 몸을 키워가고 있는 감자들의 몸에 빨대를 꽂아 빨고있고, 감자들은 쟤들 때문에 못 살겠다며 지하에서 아우성이다. 감자꽃을 꺾어버렸다. 이제 감자 알이 굵어갈 것이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HgN1XZUJjqZ9FVrbrJmveBwhIf4" width="500" /> Sat, 31 May 2025 05:54:38 GMT 개울건너 /@@fkwt/160 &nbsp;쑥 /@@fkwt/159 방앗간 여닫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quot;뭐 하시게요? 기계에서 납작하게 잘라져 내려오는 쑥절편을 &nbsp;손으로 내려받아 물에 담그며 여사장님이 물었다. &quot;고추 빻으려구요.&quot; 그녀의 표정이 단박에 &nbsp;달라졌다. &nbsp;&quot;거기 놓고 기다리세요.&quot; 방앗간에선 명절 무렵과 &nbsp;이렇게 쑥떡 철인 오월엔&nbsp;고추&nbsp;빻으러 오는 손님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나는 &nbsp;무안해져서 묻지도 않는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XOBjCw0ofxxcYNcNyIy5V0b7sT0" width="500" /> Thu, 29 May 2025 23:04:54 GMT 개울건너 /@@fkwt/159 I owe you /@@fkwt/158 연재 약속 요일을 지킬 수 있을까. 돌아보면 나는 못할 거라고 포기한 일들의 기억이 여러 번 있다. 지난날의 &nbsp;아쉬움은 이제 와 &nbsp;배짱을 불렀다. 돌다리 두드리지 않고 무작정 건너기로 마음먹었다. &lsquo;연재&rsquo;에 클릭했다. 매주 한 가족의 손을 잡고 여행길에 나섰다. 같이 노래 부르며 걸었다. 밤에도 걷고 아침에도 걷고 저녁에도 걸었다. 노래는 눈물을 Wed, 14 May 2025 21:11:28 GMT 개울건너 /@@fkwt/158 너영 나영 /@@fkwt/157 막내오빠 빈소에 사부인이 찾아주셨다.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 나누던 중에 &nbsp;아들이 &ldquo;엄마는 외할아버지,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올라?&rdquo;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대답할 말을 얼른 찾지 못했다. &ldquo;으응.. 외할머니한테 자주 혼나고 자주 주무시던 생각.&rdquo; 나는 앗차, 싶었다. &ldquo;주무셔두 신문이나 책을 보시다 주무셨지.&rdquo; 급한 수습이 어설퍼 엉켰다. 이게 아닌데, 점잖<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shPBb_BbOdHAS8JVudRGxJ-u_tw.jpg" width="500" /> Thu, 08 May 2025 13:25:18 GMT 개울건너 /@@fkwt/157 난 정말 몰랐었네 /@@fkwt/155 깊은 밤 자고 있는 방 침대 위로 베개가 날아들었다. 라면 반 개만 끓여달라고 여러 번 부탁하다가 결국 행동에 나선 어머니는 내가 놀라 일어난 걸 확인하고서야 기어서 다시 거실로 나가 당신 자리에 누우셨다. 어머니 부탁에 내가 알았어 알았다구! 반복하며 잠 속에 계속 있었던 모양이다. 서모 밑에서 서럽게 자란 외할아버지는 외할머니와 결혼해 이웃동네로 가 Thu, 01 May 2025 12:38:07 GMT 개울건너 /@@fkwt/155 I really don't want to know /@@fkwt/145 다방으로 들어오는 &nbsp;그의 가슴에 상을 당한 표시의 작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그것은 그의 슬픔일 뿐 나는 나의 &nbsp;궁금증이 더 컸다. 나는 물었다. 우린 왜 좋아하면 안 되는지를. 그는 우리 친구로 지내자고 했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nbsp;충격으로 어머니가 &nbsp;&nbsp;매일&nbsp;울고 &nbsp;장남인 지가 여러 가지로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언니 친구인 정인언니의 동생이기도 Wed, 23 Apr 2025 18:51:02 GMT 개울건너 /@@fkwt/145 에레스 뚜 /@@fkwt/154 어릴 적에 동생은 나처럼 악을 쓰며 울지 않고 우우우우 비둘기처럼 울었다. 동생은 나처럼 영혼이 아플 때 울지 않고 입술이 아프고 배고플 때 울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나처럼 엉엉 울지 않고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어른이 되어서 동생은 &nbsp;농담을 툭 던져 가족들을 웃겼다. 동생과의 첫 기억이다. 동생의 양쪽 입술 가장자리에서 시작된 입병이 심해져 입술을 Fri, 18 Apr 2025 15:04:19 GMT 개울건너 /@@fkwt/154 고별 /@@fkwt/151 상봉동&nbsp;&nbsp;골목에 &nbsp;날이 새고 있다. 나는 턴테이블 위에 늘 올려져 있는 트윈폴리오 엘피판의 첫 곡 &lsquo;고별&rsquo;에 바늘을 올려놓고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었다. 이 노래는 비지스 원곡보다 얘들이 부른 노래가 더 좋다고 언니에게 말했으나 사랑의 열병으로 새벽까지 뒤척이던 언니는 언제 잠들었는지 기척이 없다.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고 작은 언니는 스물두 살이었다. 나 Thu, 10 Apr 2025 11:26:38 GMT 개울건너 /@@fkwt/151 부모 /@@fkwt/150 &ldquo;우리 큰 올케언니가 될 뻔했는데...&rdquo; 고향을 방문했던 우리 세 자매가 진희언니에게 한 말이다. 옛날 그녀의 집에서 지금 살고 있는 그녀가 &ldquo;그랬으면 과부 됐지 뭐...&rdquo; 남 얘기하듯 말했다. 세 자매의 고향 방문에 동행한 둘째 올케언니가 &ldquo;아이구, 우리 동서가 될 뻔했네요!&rdquo; 하자 우리 세 자매가 웃었고 진희언니는 얼굴을 돌려버렸다. 이 얘기는 그만하 Thu, 03 Apr 2025 01:07:35 GMT 개울건너 /@@fkwt/150 가을밤 /@@fkwt/148 &ldquo;세에상에, 국민학교 졸업하고 바로니까 몇 살이냐, 내가 열네 살이여. 그땐 엄마가 왜 그렇게 아팠는지, 입은 또 어찌나 까다롭던지. 밥을 해다 드리면 안 드시고 밥이 되네 지네 어찌나 혼을 냈나 몰러. &nbsp;부엌을 못 떠나는 열네 살 딸이 불쌍하지두 않았나?&rdquo; 구 남매의 맏이인, 나보다는 스무 살이 많은 언니를 여형제들은 왕언니라 부르고 조카들은 왕이모 Thu, 27 Mar 2025 00:50:20 GMT 개울건너 /@@fkwt/148 울긴 왜 울어 /@@fkwt/139 &ldquo;비키세요 비키세요..&rdquo; 국민학교 5학년이던 막내오빠가 1학년이던 나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앞에서 걸어가는 어른에게 자꾸 비키라고 소리쳤다. 그가 자전거를 막 배우던 시기였다. 먼 거리에 있는 성당에서 집에 올 때까지 그는 서툰 자전거 실력으로 넘어질까 두려워하며 기우뚱거리며 나를 집에까지 무사히 데리고 왔다. 그는 자신의 Thu, 20 Mar 2025 00:05:53 GMT 개울건너 /@@fkwt/139 이별의 종착역 /@@fkwt/137 넷째 오빠는 나에게 큰오빠처럼 불편한 대상도 아니고, 선했던 쌍둥이 오빠처럼 연민의 대상도 막내오빠처럼 친근한 대상도 아니었다. 조금 떨어진 저기쯤에서 우상처럼 서있어 바라보기만 하는 대상이었다. 동네 학생들의 우상이기도 했던 그는 개울가에서 두 손을 양 옆 주머니에 찔러 넣고 먼 곳을 바라보며 손시향의 노래 &lsquo;이별의 종착역&rsquo;을 부르고 월간문예지를 구독해 Wed, 12 Mar 2025 23:03:56 GMT 개울건너 /@@fkwt/137 새벽길 /@@fkwt/136 그 해 고향의 겨울은 둘째 오빠가 부르던 &lsquo;새벽길&rsquo;과 함께 한다. 친구들과 겨울마당에서 건넌방 아궁이에 볏짚으로 불을 때며 목청껏 부르는 둘째 오빠의 구성진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친구들과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하고 놀았다. 오빠는 노래를 정말 잘했다. 오빠와의 첫 기억은 한쪽 귀가 따뜻했던 기억이다. 동네 공회당에서 있던 무슨 회의엔가 참석했던 그가 Wed, 05 Mar 2025 21:31:45 GMT 개울건너 /@@fkwt/136 섬마을 선생님 /@@fkwt/135 셋째 오빠가 도망을 갔다. 소의 어진 눈을 닮은 착한 그가 서울로 도망간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가 열여덟이었나 열아홉이었나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는 가톨릭 재단이던 국민학교 육 학년 말에 신부가 되기 위한 첫 과정인 서울 소신학교에 지원했으나 불합격해서 우리 고장에 있는 일반 중학교에 입학했 Thu, 27 Feb 2025 02:14:48 GMT 개울건너 /@@fkwt/135 가엾은 새 /@@fkwt/134 영어참고서를 빨리 사야 했다. 수업 때마다 짝꿍과 같이 봐야 해서 짝꿍에게 미안했기에. 우리 형제들은 중곡동 집에 살았고 부모님은 뚝섬에서 장사를 하고 계셔 따로 살고 있어서 나는 하교 길에 부모님이 계신 가게로 먼저 갔다.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끝내고 갔으니 이미 밤이 되어있었다. 어머니께 참고서를 사야 한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벼락같이 화를 내며 욕을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kwt%2Fimage%2FarH1DdC3_MfnVw3Y7uRZGjT6uYw.jpg" width="500" /> Sun, 16 Feb 2025 07:13:15 GMT 개울건너 /@@fkwt/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