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삣

디카시 - 달항아리

달삣 — Tue, 10 Jun 2025 22:27:33 GMT

보름이라 달이 환하다. 언젠가 여동생이 "달빛이 좋아? 햇빛이 좋아?" 하고 물었다. 난 "달빛" 조금 달이 일그러져 있다 해도 어둠 속에 빛이 있는 게 무심히도 좋다. (국립중앙박물관)

디카시 - 햇볕도 이븐 하게

달삣 — Tue, 03 Jun 2025 23:11:21 GMT

올 아파트 베란다 화분의 식물들이 유난히 키가 커졌다. 이유를 잘 모르겠다. 햇볕잔뜩 머금은 재인폭포옆 엉겅퀴를 보고 답을 찾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베란다 옆창에서 들어오는 햇볕을 가렸더니 베란다의 페퍼민트 애플민트 봉선화가 그 너머 햇볕을 쬐려고 고개를 쑤욱 해 쪽으로 발돋움하여 키를 키운듯하다. 햇볕도 이븐 하게

디카시 - 미니멀에 대한 단상

달삣 — Tue, 27 May 2025 22:48:11 GMT

쓰레기는 오늘 치우지 않으면 내일도 그대로다. 치우며 가는 인생 겨울나무도 다 떨궈야 봄에 새싹 내듯 우리의 짐은 왜 떨구지 못하는지 욕심 과집착으로 점점 무거워지는구나 지나간 연 끊어진 물건도 언젠가 쓸 거라는 데 그날은 언제인고 (국립현대미술관)

디카시 - 남편 마음순위

달삣 — Tue, 20 May 2025 23:38:12 GMT

( 빵은 조금 탔지만 계란 괜찮은 내 것) (망가진 계란은 남 편 것) 휴일 주말에 남편이 만든 몬테크리스토 토스트로 보는 남편의 가족 애정 순위

디카시 - 계절의 여왕

달삣 — Tue, 13 May 2025 23:21:02 GMT

신록의 오월 버스정류장 에도 집 뒷산 아카시아 나무에도 사뿐히 신록이 내려앉았네 이 푸르름을 가슴 안쪽 주머니에 비상금처럼 고이 접어 두었다가 올 한 해 힘들 때 조금씩 조금씩 꺼내야지

디카시 - 양철의자

달삣 — Tue, 06 May 2025 22:12:31 GMT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체온이 느껴지면 차가운 내 몸이 따뜻해집니다. 일 년에 한두 번만 앉는 싸구려 의자라서 평상시에는 바람 불 때 문 닫히지 말라고 방문지지대 역할이 제 역할입니다. 명절이나 생일같이 식구들이 모일 때만 깍두기 같은 의자역할을 합니다. 여름 매미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졸 때 강풍이 불어와 내가 문을 버틸 수 없어 문이

디카시 - 매운맛 인생

달삣 — Tue, 29 Apr 2025 22:59:34 GMT

인생 맵지 않아? 하는 것 같은 빨래걸이 양말표정 매운맛인생 하나 문제 해결하면 또 하나가 나타나고 그래도 아침햇살을 보니 다행이라고 위안이라도 삼아야 하나

디카시 - 충전중

달삣 — Tue, 22 Apr 2025 22:04:10 GMT

(국립현대미술관 론뮤익 유리섬유조각) 침대에 누워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성수 아오삭) 그대들이여 해가 중천인데 왜 침대 밖을 나오지 못할까 긴 충전 중

디카시 - 햇봄

달삣 — Tue, 15 Apr 2025 21:55:38 GMT

날씨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봄숲 속 사 이를 강아지와 함께한 산책자가 보였다 안보였다 마치 구름 속을 지나치는 달처럼 연두에 물들고 하얀 벚꽃에 물들고 저만치 갈 준비를 하는 햇봄 속에 4.16 차디찬 물속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안보였다.

디카시 - 월광

달삣 — Tue, 08 Apr 2025 22:58:39 GMT

물가에 내 논아이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물속이 허공인지 모르고 물속에 잉크 번지듯 달빛이 번진다.

디카시 - 암만 싸해도 봄은 온다.

달삣 — Tue, 01 Apr 2025 21:48:59 GMT

진달래를 봐야 찐 봄이다. 경북지역에 산불과 몇 차례의 심란한 날씨를 딛고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던 음력 삼월 삼짇날을 맞았다. 운동화 신고 공원으로 나갔더니 진달래 개나리가 예쁘게 피었다. 올해 처음 본 꽃은 산수유 매화 목련이었지만 진달래가 그래도 제일 반갑다. 4월이다

디카시 - 책이 빛인 까닭

달삣 — Tue, 25 Mar 2025 21:30:54 GMT

봄에 어울리는 책을 찾았다. 내가 필요한 문장들을 책 속에서 얻고 위로를 받고는 한다. 예를 들어 책이 읽히지 않을 때는 심신이 아플 때다. "맘이 편치 않거나 몸이 아파 집중이 안되기 때문이다".-긴 봄날의 짧은 글 나쓰메소세끼- 또 살다 보면 얼토당토 하게 낯선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창피를 당할 때가 있는데 이것이 일상이라는 것이니 괘념치 마라 하고

디카시 - 매화나무아래서

달삣 — Tue, 18 Mar 2025 23:01:26 GMT

(광양 매화 축제장에서) 3월 허리 미세먼지 자욱한 날 남쪽 매화 보러 가네 이왕이면 밝은 색 점퍼를 입고 장록 속 선글라스 꺼내 도시락 배낭 메고서 우리 부모 아이들 잘되라고 희망을 품으며 길 나섰네 고래 뱃속 같은 차속에서 울렁임을 참고 맨 매화 탄생을 보러 왔네 비싼 축제 음식 말고 싸 온 도시락이 왜 이렇게 맛있는지 어

디카시 - 금빛 봄

달삣 — Tue, 11 Mar 2025 22:11:47 GMT

말랑한 봄햇살이 마른 나뭇잎을 비춘다. 나무는 몸을 데우며 새잎을 틔우려고 바짝 빛난다.

디카시 - 생

달삣 — Tue, 04 Mar 2025 22:05:34 GMT

때론 갇히고 때론가깢으로탈출한다. 타인이 밀어 절벽으로 혹은 스스로 허공으로 떨어져 나뭇가지에 걸쳐진 몸 살기 위해 버티지만 먼산이 겹쳐서 어둠이 짙다. 희미한 불빛이 숨구멍이다. 낭떠러지에서 대퇴부를 쓰다듬는다. 버티는 삶에서 버쩡다리하고 지지하느라 고생 많았다. 뜨거운 태양아래 매달려 열꽃 피는 혼을 식히느라 늘어만 가는 흰 머리카락 '누가

디카시 - 춘설이 내린 날

달삣 — Tue, 25 Feb 2025 20:37:18 GMT

(작년 춘설내린날) 새도 날지 않는 춘설이 내린 아침 입춘이 지났다지만 날은 여전히 춥다. 밤새 흩뿌리던 눈이 잔설가지에 걸쳐있다. 이렇게 추운 날은 까치둥지에 까치도 보이지 않고 어디에 까치는 숨어 있는 걸까? 넘어진 고목나무등걸에 사는 치즈색 길고양이도 보이지 않고 멀리 차소리만 간간이 들린다. 검은색의 밤이 지나고 푸른색의 새벽이 오더니 흰

디카시 - 금 같고 은같은 날들

달삣 — Wed, 19 Feb 2025 00:01:35 GMT

뉴스 보기 무서운 세상이지만 아름다운 날은 매일 태어나고 금빛 은빛 베란다에 봄햇볕이 실로폰을 친다

디카시 - 하얀 낮달

달삣 — Wed, 12 Feb 2025 00:27:53 GMT

달이 밝은 밤이면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다 추억의 책장을 넘긴다. 밤이 지나고 새벽녘까지 달이 지질 않더니 한낮까지 떠있는 낮달 하얀 달 이렇게 하얀 달이 뜨면 옛사람들이 생각난다. 연결고리가 끊어진 그리운 사람들 박하사탕을 입에 넣어 환해지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냥 가끔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이지러진 하얀 달

디카시 - 입춘추위

달삣 — Tue, 04 Feb 2025 22:13:02 GMT

입춘이 지났지만 겨울보다 지독히 춥다. 겨울이 벗어놓은 마른 나뭇가지들을 본다. 미니멀리즘 닮은 가지들이 무수히 눈에 들어온다. 비운다고 다 꺾일 순 없었나 보다. "너도 쉽지는 않았겠군" 서서히 봄햇살이 너의 까칠함을 새잎으로 덮겠지

디카시 - 밥친구

달삣 — Wed, 29 Jan 2025 03:05:22 GMT

잔치국수 한 그릇도 같이 먹는 사람이 있을 때 더 맛있다. 내 앞에서 밥같이 먹어주는 밥친구가 가족이든 지인이든 고맙게 느껴진다. 어쨌든 새해잔치는 다시 시작이 되고 올 한 해도 무탈하고 복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