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ㅇㅇ카지노리뷰님께
사모님,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안부를 전합니다. 13-14년 전쯤 된 것 같네요. 사모들 모임에서 처음으로 사모님을 뵈었던 게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사모님께 받았던 특별한 감정 때문에 제가 문자메시지를 보냈었지요. 그날, 갓 결혼한 새내기 사모님들 몇 분이 처음으로 모임에 참석했고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할 때였는데, 다른 사모님들과 다르게 표정이 유난히 많이 어두웠고 말 수도 적었던 사모님에게 눈길이 갔었답니다. 그리고 힘없는 목소리로 인사말을 하다가 끝내 숨죽여 울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답니다. 나중에 어느 분으로부터 사모님이 결혼 전에는 전혀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고 목회자와의 결혼도 오랜 시간 깊은 고민 끝에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지요. 첫 목회지가 우리 교단의 제법 큰 교회들 중의 한 곳이었고 층층시하 여러 교우들과 동역자의 사모님들 중에 막내 목회자의 사모였으니 그 낯섦과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갑니다. 그날 모임을 마치고 돌아와 사모님께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정확히 모두 다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몇 구절은 또렷하게 기억납니다.-사모의 자리는 생각하기에 따라 크게 어렵거나 불편한 자리가 아니니 미리부터 걱정하고 슬퍼하거나 기죽지 말라고-했던. 만약 어느 선배사모님으로부터 당신이 겪었던 극한의 사모생활의 어려움을 전해 들었다 해도 모두 심각하게 다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지요. 그 말 끝에 했던 말도 기억하시나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겪은 아픔과 상처가 가장 크다고 여길 때가 많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할 때는 가장 최대치로 끌어올린 내용을 말하게 되니 반쯤은 낮추어 듣고 판단하라고 했던. 그리고 저처럼 날라리 사모콘셉트로 살아내면 사모생활, 할만하다는 말도 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사모님의 여정은 부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