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58동기 춘계야유회 후기
#0. 프롤로그
경북고등학교는 1916년 개교 이래 110여 회차의 졸업생을 배출해 왔다. 1901년생이 1회 졸업생이니까 58년 개띠들은 대부분 58회 동기들이다.
베이비부머의 상징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우리들은 경북고등학교를 시험으로 들어간 마지막 입시 세대이기도 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해서 시험이란 시험은 다 치뤄봤다. 요즘은 출생시험도 있다. 그시절 우린시험관으로 출생의 난관을 뚫을 필요는 없었다. 대학입학 예비시험, 자격시험, 입사시험, 승진시험...지질이도 고단한 승부사의 삶을 살면서 역사의 변곡점마다 항상 시험대에 올랐다.
그런 58회 동기들 720여 명 중에서 재경 동기 톡방에 250명 정도가 옹기옹기 모여 있다. 그 중 몇몇 열혈 전사들이 아웅다웅, 웅성웅성, 옹알옹알,주저리주저리 썰전을 펼치고 있다.
거기에 공지된 동기 춘계야유회. 4월 13일 일요일이었다. 참가신청한 친구가 50명. 16분의 귀부인들이 원플러스원 행사로 특별히 모셔졌다.
#1. 신사역 5번 출구
8시 20분. 3호선 신사역 5번 출구에서 2대의 럭셔리 투어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사한 벚꽃을 시샘한 꽃샘추위로 제법 쌀쌀했지만 때마침 봄볕이 들었고 대기는 청량더킹+카지노.
원래는 선제도, 영흥도, 제부도 등 케이블카 아일랜드 투어가 계획되어 있었다. 강풍과 추위를 우려한 변영삼 동기회장, 주영배 총장, 집행부 임원들의 세심한 배려와 기민한 대응으로 플랜B가 가동되었다. 특별 프로그램인 대부도 동춘서커스는 원안을 능가하는 서프라이징 코스였고 세런디피티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개인적으로 상하이 국제 기예단의 공연의 감동을 다시 한번 경험할 찬스였다. 도가니가 다소 부실할 수 있는 다른 더킹+카지노도 섬 트래킹, 농원관람보다 실내에서의 서커스 관람을 오히려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십분 정도 일찍 신사역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친구들이 먼저 나와서 반갑게 맞아준다. 골프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도 많았지만 실로 반세기 만에 조우한 얼굴들도 서른 명이 넘었다. 부산에서 오랜 직장생활 하고 올라온 사이에 친구들은 이미 막역지기가 되어 있는 듯했다. 이번 기회에 서먹함을 일거에 싹 다 척결해야지. 후훗^^
#2. VIP 더킹+카지노 2호차
출구에서 조금 떨어진 도로변에 두대의 삐까한 더킹+카지노가 기다리고 있었다. '경북고 재경 58 춘계야유회'라는 디지털 전광판이차창에깜박이고 있다. 더킹+카지노 옆구리에 쓰여있는 VIP 라는 글자에 우쭐해지는 기분도 살짝 스친다. 1호차는 혼성 승객들, 2호차는 수컷 전용으로 배정되었다.
그래서 각 차에서 벌어지는 풍경과 언어들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었다. 1호차는 누가 어떤 분위기를 이끌었을지 궁금하다.
친구들을 기다리는 사이에 차내 MC를 맡은 황정영의 토크쇼가 시작되었다. 여성이 타고 있지 않은 잇점을 마음껏 살린 할배 개그와 쪼매 야한 만담과 만행들이 질펀하게 펼쳐더킹+카지노 시작한다. 넉살과 재치가 넘치는 최고의 진행이었다. 송해 할배나 뽀빠이 이상용을 능가하는 개그감각을 방출했다.
2호차 꼬래비 탑승자는 변호사 정연상이었다.
정영이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정시 도착이 틀림없었지만 마치 지각생 때문에 더킹+카지노출발이 늦은 것처럼 밉지 않은 타박.
입으로 끊임없이 일을 하면서 정영은 빵셔틀을 시작더킹+카지노. 사업가 김대연의 통큰 기부로 마련된 아침 식사용 빵과 두유, 집행부에서 정성껏 포장한 김밥과 간식 패키지를 일일이 택배한다.
아침부터 맥주도 빠지지 않았다. 한술 더떠 소주를 종이컵에 일일이 따르기까지. 자기 소개시간의 서막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누구보다 재미있는 교수생활을 한 설원태가 지명되어 인사를 시작더킹+카지노. 정년이 없는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하는 능력자 친구들도 꽤 있어 부러움을 사기도 더킹+카지노. 대부분 백수가 되어 있는 나이에 일을 한다는 건 경이롭긴 하지만 애써 정년은 고마운 제도라고 위안해 본다. 이거 없으면 마누라 등쌀에 아직도 월급지옥에서 못 헤어났을 거 아닐까?
기억력이 딸려 주옥같은 말씀들을 일일이 다 소개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전직 탓일까? 대학에 재직했던 더킹+카지노과 총장들의 근황이 유독 귀에 쏙쏙 들어왔다.
5년 뒤까지 대학원 강의가 보장된 장명학, 출생신고가 늦어서 아직 대학 정년퇴임을 한학기 남겨둔 권춘우.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가 아니라 사기당하기 딱좋은 나이라고 운을 뗀 안양대 총장 장광수는 얼마전 58동기를 사칭한 건달에게 오만원을 강제기부한 사연을 구수하게 풀었다. 프레지던트 스피치의 품격이 느껴진다. 삼수회와 정와회 회장 겸 사무 총장을 맡아 모임을 헌신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홍목은 골프동호회 활동에 참여를 독려했다.
변호사들의 입담은 역시 클래스가 달랐다.
얼마전 로고스 대표변호사에서 로펌 대륜으로 옮겨 배짱 편한 월급쟁이 생활을 하게 됐다는 여상원. 경북고 나와서 대구의 2차 입시 명문교였던 대륜교와 이름이 같은 로펌으로 옮기게 된 아이러니한 행로를 차분하게 유머로 승화시킨다.
자기소개의 대미는 '마지막 탑승자' 정연상 변호사가 장식더킹+카지노. 지하철역에서부터 열나게 뛰어와 안착했는데 정작 버스는 정시보다 십분 더 있다가 출발더킹+카지노고 투덜댔다. 이럴줄 알았으면 헐떡이면서 뛰어올 필요 없었자나! 이게 우리 세대의 인정미 넘치는 정시출발 시스템 아니겠는가?
우리 58 베이비부머들은 늘 그래왔다. 커트라인 턱걸더킹+카지노 허덕대는 세대였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언제나 우리들의 성취와 실적은 커트라인을 여유있게 넘기고 있었다. 미리 알 수만 있었다면 그 선에 맞출 정도로만 애쓰고 나머지 열정은 노는데 투자할 걸...쓸데 없이 열심히 노력한게 억울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여기까지 왔지 않을까?
<하마트면 열심히 살 뻔더킹+카지노라는 책 제목에 탄복한 경험이 다시 한번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황정영의 너스레는 점입가경. 취중토크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더킹+카지노의 건강이슈 발언 중간에 추임새 삼아 장년의 건강비법을 전수한다.
양파 사분의 일 쪽, 마늘 반쪽을 장복하면
고혈압 고지혈 고혈당, 이른바 쓰리고도 끄떡없다는 영업비밀. 단체톡방에서는 가끔 열혈 발언도 올려서 쪼매 무섭게 느껴졌는데 한마디 한마디가 명언이고 어록이로다.
낮술에 취해 혀가 살짝 꼬부라지고 눈이 풀린 듯한 얼굴은 어느덧 알라딘의 귀염뽀짝 캐릭터 지니 요정과 겹쳐보인다.
#3. 대부도 동춘서커스
동춘서커스는 대부도 갯벌 한켠에 설치된 천막극장이었다. 1925년 초연 이래 100년 역사란다.
대한민국 최초의 곡예단이자 최후까지 살아남은 국내유일의 서커스를 우리가 보게 됐다.
공연 내내 박경애의 노래 <곡예사의 첫사랑이
귓전에 맴돌았다.
공 굴리면 신이 났지
줄을 타며 행복했지~
열두 살때 동춘서커스를 처음 만났다. 도시마다 순회 공연을 했는데 이제 이 곳 안산시 대부도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하늘과 땅 사이, 줄 하나에 모든 것을 건 사람.
육체와 영혼, 생명까지...
곡예사들이 눈앞에 더킹+카지노.
그들의 몸은 깃털같이 가벼웠지만 단단더킹+카지노.
두 발로 공을 굴릴 땐 간간이 웃음을 흩날렸고
두려움도 언뜻언뜻 느껴졌다.
어느 날, 천막은 사라졌고
곡예사도, 노래도, 공도 모두 사라졌다.
한수산의 소설 <부초에도 곡예사가 더킹+카지노.
부평초처럼 떠도는 사람들.
이름 없이 흘러가는 존재들.
대학시절엔 조세희의 <난쏘공을 읽고
토론을 하기도 더킹+카지노.
도시의 틈바구니 속에서 소외당한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겨우 숨 쉬는 존재들.
곡예사는 무대 위의 꽃이 아니라
생존의 끝단에 서 있던 사람이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이 곳 서커스 단원들의 헤어스타일, 패션, 메이크업도 시대의 트렌드를 담고 더킹+카지노
조선족과 혼혈의 풍모도 보였지만 이들도
어쩔 수 없이 MZ세대로 보였다.
그들의 근육은 강인했고 눈빛은 비장더킹+카지노.
동작은 기민했고 섬세더킹+카지노.
상호작용과 반응은 예민더킹+카지노.
혹독한 긴장과 날렵한 연결동작, 섬세한 배려와 상대에 대한 배려와 협업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극한의 기예.
우상혁의 해맑은 미소는 없었다.
관객의 탄성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한순간의 방심은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고
불구의 비극으로 끝난다.
그런 극한의 몸짓을 푹신한 쿠션과 팔걸이가 있는 안락의자에 앉아 감상더킹+카지노.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이 곳 안산에서
동춘서커스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곡예사였다.
시험과 도전의 굽이굽이마다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를 한 더킹+카지노도 있고
여유있게 합격한 더킹+카지노도 있었다.
저마다 로프를 잡고 철봉에 매달려
평생 치열한 경쟁을 뚫은 마술사였다.
부모와 기성세대의 기대에 맞춰
공을 굴리고 춤을 추는 어릿광대였다.
#4. 일번지 현정이네 횟집
부산에 있을때 청사포 수민이네 조개구더킹+카지노 가끔 갔었다. 그 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조개찜이 산더미처럼 나왔다.
석화굴 피조개 키조개 새조개 맛조개 백합조개가리비소라 고둥 전복도다리 광어 회가 낮술을 불렀다.
변영삼 회장은 부지런히 테이블을 돌며 술을 따르고 건배를 하느라 바빴다. 금용조는 괴산에서 몸에 밴 주도를 여사님들에게 발휘하고 더킹+카지노.
주영배 총장도 목청이 터져라 안내멘트를 하고 출장촬영 서비스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백종일의 핸드폰 실종사건은 아무도 몰랐던 것 같다. 테이블 한 구석에 놓여진 핸드폰은 우리가 더킹+카지노에 오른 다음 밀물이 길을 덮을 무렵에 자리를 정리하던 종업원의 눈에 띄였다고 한다.
#5. 바다향기 수목원
산해진미와 낮술로 혼미해진 정신을 해풍에 씻어낼 시간이 왔다. 버스를 타고 반시간 정도 이동해서 바다향기 수목원을 둘러보았다.
진달래와천리홍, 라일락과 목련, 벚꽃과 복사꽃, 이팝나무조팝나무, 수양버들과 억새...
새들의 지저귐도 노래로 들려왔다.
참새 박새 뻐꾸기 노고지리 곤줄박이 직박구리...
간간이 흩뿌리던 비도 개이고 바닷바람이
기분좋게불어왔다. 정원을 밝게 비추는 봄빛에 여사님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수목원 초입의 몸매 테스트 나무기둥도 잠시의 즐거움을 주었다. 정자에 앉아 환담하고 사진도 찍고, 한가로운 산책에 피로가 씻겨지는 시간.
다리를 건너는데 김동국 부부의 정겨운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부인과는 점심 후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면서 잠깐 인사했었다. 기억을 해주신 어부인께서반갑게다가오신다.단톡방에올린 글로만 봤던 동국이와도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잡다한 생각들 다 내려놓고 이제 좀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더킹+카지노. 그냥 내 생각이었다. 사모님의 남편 사랑이 애틋하게 와 닿아서 한편으로 친구의 부부애가 부럽기도 더킹+카지노.
#6. 서울행 노래방
제부도를 벗어날 무렵 더킹+카지노 안은 노래방 모드가 되었다. 진행은 정석표가 맡아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가끔 톡방에 올린 글을 보고 과격하고 똑 부러지는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쾌활한 성격이었다. 육십대로 믿기 힘든 해맑은 얼굴의 홍안이었다. 열심히 종이컵에 술을 따르고 간식과 안주를 배달하는 궂은 일도 도맡아 더킹+카지노. 노래방 콘서트도 부드럽게 진행더킹+카지노. 리스트 북을 보여주고 번호를 기계에 입력하느라 버스 안을 비틀거리며 뛰어다녔다.
친구들이 무슨 노래를 했는지 누가 노래를 잘했는지는 평가도 못하겠고 기억도 안 난다. 한가지 특이한 건 백종일 어부인께서 특별히 동승했다는 것이다. 제부도 횟집에 두고 온 핸드폰을 수거해 오느라 버스에 타지 못한 종일의 빈 자리를 채워주셨다. 뒤늦게 버스에 올라와서 상봉한 어부인께 종일이가 대뜸 던진 말은 기억난다.
"니가 왜 여 있노?" 아직도 이러고 사는 남자가 있었구나.
궁금하다. 1호차도 노래방을 돌렸는지?
#7. 에필로그
서울에 도착,영자이모의전주콩나물국밥집에 다시 둘러앉았다. 아침부터 마신 술을 해장하기엔 콩나물국 만한 메뉴가 없지. 그런데 맛보기로 시킨 수육이 또다시 술을 댕겼다.
소주파, 맥주파, 소맥파, 막걸리파...
주종 만큼이나 풍성한 이야기꽃이 만발더킹+카지노.
어부인들도 오늘 하루를 같이 보내면서 무척이나 친해진 듯 보였다. 깔깔깔깔, 으흐흐흐, 가가대소 건배와 대화가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한시간 정도의 화기애애, 요란뻑적한 저녁자리를 영삼회장이 정리더킹+카지노. 다음 달 모교에서 있을 체육대회 '경맥제'와 가을 동기야유회 계획을 안내하고 영배총무가 보충설명 하는 것으로 긴 하루의 공식행사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8. 끝날때까지는 끝이 아니었다.
가락시장 인근의 생맥주집. 용조와 명학, 수표, 정환과 현우의 뒷풀이가 두시간 넘게 이어졌다. 괴산과 순천을 오가는 화제는 정환의 연애담 말고는 기억도 안나고 감동도 없었고, 밑도 끝도 주제도 소재도 없는 잡담이고 변죽이었다.
어제 아침 7시에 집을 나서서 오늘 새벽 한시쯤 집에도착해서 뻗어버렸다.
찐한 하루였다. 50년더킹+카지노 징한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