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기자의 온] 내 기분을 정화시켜준 글
일을 하다보면 그런 날 있다. 예상치 않은 곳에서 일이 펑펑 터지는. 비 오는데 천둥 번개도 치고 바람도 돌풍급으로 부는 한마디로 이상한 날씨같은 기분이 되는 날. 그날도 그랬다. 흐트러진 감정이 잘 다스려지지 않는 날이었다. 그때 이 기사를 검토하게 되었다.
프리미엄 토토 / 모두가 행복한 세상,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부제 / 저상버스를 타고 느낀점을 글벗들과 소통하며 씁니다
제목만 딱 봐서는 감흥이 없을 수도 있는 그런 글이었지만 글에 입장하는 순간 분위기는 급속도로 달라졌다. 좋은 기사네, 딱 그런 경우의 글이었다. 어떻게 좋은 글이라고 확신했을까? 그걸 하나하나 뜯어보려고 한다.
글쓴이는 먼저 서울과 다른 지역의 열악한 대중교통의 현실에 대해 잠깐 언급한다. 드라마로 치면 떡밥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는 건지 슬쩍 깔아두는 이야기다. 독자는 대체 글쓴이가 뭔 소리를 하려고 이렇게 분위기를 잡을까, 궁금해 한다. 다음 글을 보면 글쓴이가 왜 이런 도입을 시작했는지 이해가 된다.
업무차 서울에 갔다 보게 된 저장버스와 관련된 에피소드, 40평생 처음 본 그 광경을 독자가 알기 쉽게 그리듯이 썼다. 그날 같은 버스를 타고 있지 않았는데도 그림이 그려진다. 어떤 상황인지 한눈에 그려지고 글쓴이가 그 상황에서 느꼈을 감동을 나는 이분의 글을 보며 느꼈다. 정말 드문 일이지만, 그래도 느리지만 사회가 조금은 변하고 있구나 싶기도 하면서, 저런 장면을 자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글쓴이는 여기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 여기서 끝냈다면 이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의 글이 되었을 것이다. 저상버스를 탄 장애인을 목격한 글쓴이는 궁금했다.다른 곳도 그런지.
그래서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글쓰기 모임 멤버들에게 질문도 해본다(취재가별 건가, 이게 바로 취재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의 취재). 멤버들이 사는 그곳의 저상버스는 어떠냐고. 인터뷰 내용에서 나도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들이 많았다. 안타깝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드는 발언들이었다.
여기서 끝나도 좋았을 거다. 그러나 시민기자 정신은 여기서 발휘된다. 글쓴이의 궁금증은 계속 되었다. 우리나라에 저상버스가 얼마나 있는지, 또 내가 사는 곳 등 다른 지역에는 저상버스가 얼마나 도입되어 있는지. 앞서 지역의 열악한 대중교통현실에 대해 언급한 것과연결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직접 알아보기로 프리미엄 토토(짝짝짝!). 기자는 팩트로 말한다고 하지 않나. 그게 기사의 힘이다. 그 결과,한눈에 봐도 현황을 알 수 있는 그래프가 이렇게 딱 발견된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 보일 법한 일도 내가 파고들면 전혀 사소하지 않은 일이되기도 한다. 대단한 일, 모두의 일이 된다.
이야기의 결론에서 글쓴이는 저상버스 탑승 비율이 적은 것도 짚는다. 저상버스를 많이 늘리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걱정도 한다.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다지 현실감이 떨어지는 말로 들릴까 봐.
건강한 고민을 하는 사람 옆에는 반드시 현자가 있기 마련이다. 함께 글을 쓰는 사람들이 그의 걱정을 한방에 날려준다. '아이가 없어도, 장애가 없어도, 아직 노인이 되지 않아도 약자의 이동권을 고려하는 사회가 살기 좋은 곳이 아니겠냐"라고. 글쓴이는 곧바로 수긍한다. 맞는 말이라고.
나 역시 격하게 수긍했다. 옳은 말씀이오.글을 마무리 하며 글쓴이는 말한다. 보잘 것 없는글들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지나친 겸손이라고. 오늘 읽은 어떤 글보다 나는 이 글이 가장프리미엄 토토다. 나 오전에 무슨 일이 있었지? 기억이 안 날 만큼.
덧붙여...
애초 제가 뽑은 프리미엄 토토은,
'서울역 방향 262번 버스, 탑승해서 영광이었습니다'였는데요.
제목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관계로 막판에 바뀌었습니다. ㅎㅎ
이쯤에서 잊힐 만하니까 한번...
올려보는 <이런 프리미엄 토토 어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