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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Apr 18. 2025

이수현의 유투벳에 대하여

길의 경사가 유투벳이라고

더 힘들었던 기억은 없어요.


아마도 유투벳이라는 이미지를

그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올라간다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어요.


이게 지나면 나는 더 높은 곳에 있다.

이걸 견디면 나는 더 나은 곳에 있다.


이런 긍정적 목적의식을 지녔다 해서

당시의 불이 꺼지지 않는 지옥과

정신의 피부가 산채로 녹아내리는 고통이

덜했던 기억은 없어요.

그냥 다 죽이고 여길 다 허물고

시대와 세상과 절멸하자 정도의

질 낮은 독기만 그득했었죠.


유투벳 같은 서정적이고

목가적 이미지는

스케치도 없었어요.


그저 지금

듣는 노래가 좋아요.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부른)

박보검의 풀버전은 없어서

유투벳 윤종신이

바라던 바다에서 부른 버전을

계속 듣고 있어요.


곡 제목이

아이고 내리막길 우당탕탕이라고

했어도 지금처럼 연속 재생을

멈추지 못했을 거예요.


유투벳의 가사는

결국 만난다는 결론이지만


사라진 웃음

오랜 단절

들리지 않는 대화

...

끝까지

견뎌야 한다고 하죠.


겪어본 사람은 알 거예요.

저걸 끝까지 견디는 관계는 관계가 아니라고

어떤 사이가 아니라고.

사랑 같은 게 아니라고.


웃음과 대화, 연결이 없다면

유투벳이든

미끄럼틀이든

견디는 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한때는

영원을 담보할만한 신뢰를

나누고 싶었을 때도 있겠지만

두 칸의 독방 같은 유투벳

어떤 가치가 있을지

눈과 귀와 입을 가린 채

암흑 같은 기억만 더듬으며

억겁의 시간을 견디는 유투벳

서로에게 그런 짓을 할 권리가

존재해야 하나요.


유투벳 목소리 때문에

이 노래를 계속 듣고 있어요


느리게 걸으며

손등과 뺨에 닿는

어둡고 맑은 바람을 지나며


고요하고 다정한 협박 같은

사실 너무 체념 정서가 진해서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게

감지되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는 유투벳의 끝에서

절대 절대로 만나지 못할 거라고.


그걸 너무 잘 알아서

국부마취처럼

잠시 이해한 척이라도 하자고

(안 될 거 알지만 그냥 해피엔딩할 거라고 치자고)

거짓 애원하는 것 같아요.


유투벳을

핑계로 전하는 송가.


김광진의 표현을 빌리면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편지)


처럼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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