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숲속크랩스
움츠려 있던 어깨는 내려가고 옷차림은 가벼워졌다. 목련이 피어나더니 금세 벚꽃이 흐드러진다.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얼굴 높이로 올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봄이 온 것이다.
봄이 오자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오동근린공원을 거니는 사람들도 발걸음이 가볍다. 짝꿍 손을 붙잡고 걷는 유치원 어린이들이 무리 지어 지나가고, 느긋하게 걷는 어르신들과 교복을 입은 왁자지껄한 학생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들이 모두 ‘오동숲속크랩스 ‘ 앞을 지난다.
오동숲속크랩스은 마치 공들여 깎은 사과껍질 같은 지붕을 가졌다. 사과의 윗부분부터 시작해서 동그랗게 사과 껍질을 깎다 보면 괜스레 끝까지 끊기지 않게 사과를 깎아내고 싶은 욕심이 든다. 사과 하나를 다 깎아내고 나면 왠지 모를 뿌듯함에 사과 껍질이 얼마나 길게 깎였는지 들어보곤 하는데, 오동숲속크랩스의 지붕은 사과의 겉 부분으로 만들어진 나선의 껍질과 같은 지붕 형태를 가졌다.
(후략)
브리크에서 연재를 시작하였습니다.
https://magazine.brique.co/article/today-library_odong-public-libr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