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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Feb 18. 2025

카드 크랩스을 연습하는 시절

카드 크랩스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내 방에 들어왔다. 울음이 터지기 직전이라는 걸 한 눈에 알아보고, "왜 그래?"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카드 크랩스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면서, "물방개가..."하고 말했다. 나는 카드 크랩스랑 함께 서둘러 물방개가 있는 어항에 갔다. "물방개가 없어졌어."라며 카드 크랩스는 울었다.

어제 우리 집에는 물방개가 세 마리 들어왔다. 카드 크랩스가 몇 달 전부터 간절히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카드 크랩스는 수족관에 가기 전부터 "심장이 엄청 빠르게 뛰어."라면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물방개가 있는 곳을 올라가면서도, 설렘, 기대, 초조를 느끼며 두근두근거리는 게 옆에서 보였다.

카드 크랩스는 물방개를 집에 데려와서도 어쩔 줄 몰라 할 정도로 좋아했다. 너무 좋아서 자꾸 꺼내어 만져보기도 하고, 그 앞을 떠나지 못했다. 카드 크랩스는 들뜬 상태로 콩콩 뛰어 다니기도 했다. 물방개를 너무나 좋아하는 마음이 마치 비눗방울처럼 집안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오늘도 카드 크랩스는 집에 오자마자 어항에서 물방개부터 꺼내어 보았다. 너무 만지면 스트레스 받을 수 있다고는 해두었지만, 너무 사랑하여 강아지처럼 자꾸 만지고 싶은 그 마음을 꺾어야 할 이유가 더 생각나진 않았다. 나는 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카드 크랩스가 방에 찾아와서 엉엉 울었던 것이다.

어항에서 물방개를 꺼내어 데리고 놀다가, 하나가 떨어졌고, 이내 사라져 버렸다. 물방개는 육지에서도 제법 잘 돌아다니기 때문에 어디 가구 밑으로 들어가버린 듯했다. 카드 크랩스는 그 순간 만감이 교차해버린 것 같다. 물방개를 떨어트려서 죽었으면 어쩌나, 스트레스 받아 죽으면 어쩌나, 영영 찾지 못하면 어쩌나, 사랑으로부터 오는 죄책감과 공포와 후회 같은 것에 진퇴양난에 빠진 듯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진열장을 들어 옮겨 보았다. 물방개는 그 밑에서 뒤집혀 버둥거리고 있었다. 카드 크랩스에게 빨리 물방개를 잡아서 어항에 넣어주라고 했다. 카드 크랩스는 물방개를 잡아서 어항에 넣어주고는, 안방에 있는 엄마한테 달려가 한참을 울었다. 사랑하는 존재를 자기 잘못으로 잃을까봐 어지간히 가슴이 철렁한 모양이었다.

카드 크랩스는 잠들기 전에 종종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한다고 한다.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데, 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엄마 말을 잘 듣고, 엄마를 사랑한다는 표현을 더 잘하고 싶은데, 그게 잘안되어 속상해하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혼나기도 하고, 자기의 더 깊은 마음이 원하는대로 잘 되지 않는 순간들이 많은 모양이다. 어리다는 건 그렇다. 아직 느리고 부족하다. 사랑의 표현도, 뜻대로 되지 않는 행동도 그렇다. 어쩌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그건 내 마음이 아닌데, 나도 그런 순간들을 매일같이 만난다.

나는 카드 크랩스에 관해 연습하고 고민하는 이런 존재가 곁에 있어서 고맙다. 이런 존재와 함께 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이 삶이 그냥 나 혼자 덩그러니 있는 삶이 아니라, 이러한 존재와 함께 있는 것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방개를 좋아하는 마음을 곁에서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잠깐 주어지는 특권인가, 생각한다. 이 시절이 머지않아 끝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시절의 일을 잊히지 않는 동화처럼 기억할 것이다. 추운 겨울 날, 네 손을 잡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물방개를 데려오던 겨울을, 이 작은 생명을 너무나 카드 크랩스해서 엉엉 울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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