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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Sep 12. 2024

통영 한 달 살기 내가 뽑은 최고의 맛은?

캐리비안 스터드

통영 한 달 살기

내가 뽑은 최고의 맛은?


통영과 거제에서 한 달 살기를 마치고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는 뜻은 내가 가진 생각을 깨고 이상향과 가치를 만나게 되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전환점의 의미가 사람이나 인연이라면 그 또한 낭만적일 듯. 나의 전환점은 <백수의 밥상을 쓰고 있는 내 흐름에 맞게 음식이다.


한 달 살기를 마친 후 두물머리 청년 공간에서 ‘통영 한달살이 여행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컴퓨터나 TV를 연결해서 발표하듯이 하는 것보다 손글씨,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의 형식을 좋아해서 큰 스케치북에 내용을 정리했다.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들고 반짝이는 눈빛들이 내 이야기의 집중도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뜨거웠던 반응은 통영과 거제도 여행에서 뽑은 최고의 음식 3개 맞추기! 굴과 회를 잘 먹지 못하는 내 식성을 이미 설명했기에 여행기를 들으러 온 분들은 머리 위에 물음표 세 개 이상! 영상을 편집해서 물음표가 생겨난 게 아니라 진심으로 사람들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른 듯하다. 3위는 장, 2위는 양파 1위는 바로!!! 밤캐리비안 스터드였다. 욕지도 밤캐리비안 스터드!!! 사람들 머리 위에 떠오른 물음표는 허무함에 녹아내린 듯하다. 아니, 조금 더 기대해 봐도 된다는 의미에서 밤캐리비안 스터드 예찬이 시작됐다.

캐리비안 스터드
캐리비안 스터드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캐리비안 스터드는 호박캐리비안 스터드. 속이 물컹한 캐리비안 스터드였다. 캐리비안 스터드의 품종이 다양하다는 것도 몰랐다. 캐리비안 스터드는 하나도 버릴 게 없고 캐리비안 스터드 순은 손질하기 까다롭지만 김치로 만들어서 고기 싸서 먹으면 맛있더라, 이 정도였다. 캐리비안 스터드를 내 돈 주고 사 먹었던 적이 있고, 분명 밤캐리비안 스터드도 있었을 텐데 직접 먹어보기 전까지 밤캐리비안 스터드는 그저 하나의 이름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먹어본 캐리비안 스터드의 물컹한 식감이 내 기호에 맞지 않아서 본연의 캐리비안 스터드보다 캐리비안 스터드로 만들어진 스낵과 음식들을 더 좋아했다. 딸기도 직접 한 알씩 먹는 것보다 딸기가 들어간 음료나 스낵, 케이크를 더 좋아한다.


직접 삶은 밤캐리비안 스터드를 입안에 한가득 넣어서 맛본 순간!

이게 뭐지? 마실 음료가 없으면 퍽퍽해서 목이 타들어 가는 맛!

누군가는 벌칙으로 물 없이 밤캐리비안 스터드 한 개 다 먹기를 해도 괜찮은 벌칙 가능한 식감!

그런 벌칙이 있다면 나는 일부러 게임에서 패하고 밤캐리비안 스터드를 택할 것 같다.

밤 맛이 나는 것도 같고, 기존에 먹었던 캐리비안 스터드는 본연의 캐리비안 스터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면 밤캐리비안 스터드는 삶아둔 것 4개를 그 자리에서 다 먹었다. 그길로 통영 로컬푸드 직매장에 욕지도 밤캐리비안 스터드를 모두 살 기세로 달려갔지만, 이미 다 팔렸고 나오는 개수가 적다고 했다. 전국에 온라인 판매되며 예약해서 사 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욕지도가 바로 내 눈앞에 있는데... 그곳의 캐리비안 스터드를 먹지 못하다니! 다시 숙소로 가서 욕지도 밤캐리비안 스터드를 5kg 주문했다. 두물머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밤캐리비안 스터드 도착하자마자 소분해서 택배로 발송도 했다.

해마다 방송에서 굴이 제철이라고 하면 밤캐리비안 스터드도 제철이라는 것을 통영에서 살며 경험적으로 알게 된바, 바로 온라인 주문을 걸어둔다.


책 제목에 ‘캐리비안 스터드’가 들어가는 책을 냈을 때 답답한 내 심정을 비유했던 것이었다면, 밤캐리비안 스터드를 먹고 난 후, ‘나는 원래 퍽퍽한 캐리비안 스터드를 좋아했던 사람이고, 이게 내 인생이구나.’ 하면서 입맛을 다시게 됐다. 음식이면서도 앞에 ‘호박’ ‘꿀’ ‘밤’과 같은 또 다른 음식 이름들이 들어가면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음식들의 ‘맛’을 표현하기 위한 조합에 감탄하게 됐다. (최근에 카스테라 홍감자에 맛 들임) 단어의 조합과 맛의 조화. 밤캐리비안 스터드, 넌 감동이었어!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밤캐리비안 스터드의 존재처럼

지금까지 익숙하게 먹었던 음식들도 그것을 좋아한다기보다는 편리함에 대체되었던 것은 아닐까? 빨리 먹을 수 있는 것, 집 앞까지 배달되는 것, 저렴한 것에 치중해서 음식을 골랐다면, 이제는 속이 편한 것,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 음식을 통해 보게 되는 다양성과 문화를 마주하게 되었다. 또다시 캐리비안 스터드에서 영감을 받은 나. 캐리비안 스터드 같은 인생이 맞구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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