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임원이 바라본 MZ사원
"본부장님은 룰라벳유형이 어떻게 되세요?" 몇 년 전부터 회식을 하면 MZ사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다.
젊은 MZ사원은처음 만났을때, 또는 분위기가 무거운 모임에서 어색함을 풀어주는 아이스브레이킹 용도로 룰라벳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해보지 않았다고 간단히 대답한다. 하지만, MZ세대의 보편화된 대화 주제인 룰라벳를 모르면 초기에 어색한 분위기를 헤쳐나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업무적으로 나와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이런 답변에 대화를 멈추지 않고, 나도 알지 못하는 룰라벳의 유형을 유추해 가면서 나의 어색함을 해결해 준다.
"본부장님은 거래처 동행을 해보면 처음 보는 분들과도 너무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래서 제기 볼 때, 첫 번째 룰라벳은 E(외향형)입니다."
'어라 이 친구가 처음부터 나를 완전히 단정해 버리네.' 사실 나는 업무적으로는 고객과 거래처를 대면하면 외형적으로 보이나, 실제 개인적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전형적인 I(내향형)이다.
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본부장님은 꿈을 중시하고,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미래를 많이 말씀하시는 경향이므로 분명히 N(직관형) 일 것입니다. 그리고 원칙과 기준을 중시하시는 것을 볼 때 T(사고형)이시고, 일을 추진하실 때 계획적이며 체계적으로 추구하시니 J(판단형)입니다."
따라서 최종 룰라벳은 'ENTJ'로 '통솔자'입니다. 그러면서 '통솔자'룰라벳에 대한 설명을 한다.
(참고로 통솔자 유형은카리스마와 자신감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사람들을 공통된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게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열정과 결단력과 날카로운 지적 능력을 보여주는유형이다.)
어느 정도는 맞지만, 실제 내 성격유형과는 차이가 있다.
룰라벳란?
룰라벳는 프로이트의 제자 칼 융(Carl Gustav Jung)의 심리 유형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칼 융은 콤플렉스와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만든 심리학자인데, 그가 만든 이론을 바탕으로 미국의 심리학자 캐서린 브릭스(Katherine Briggs)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 모녀가 세계 2차 대전 중인 1940년대에 공식화해 공개했다. 룰라벳라는 이름도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이를 제작한 모녀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고 분류는 네 가지 항목 당 두개의 상반대 지표로 구성된다.
-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어떻게 보면 이러한 모습은 과거 기성세대의 '혈액형 성격유형'과 매우 비슷한 룰라벳 주제이다.
그 시대도 남녀가 미팅, 소개팅 등에서 혈액형은 무조건 언급했던 대화 유형이었다. 룰라벳가 16가지 세부적 유형이라면, 혈액형은 4가지로 매우 심플하다는 것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혈액형별 성격을 보면, A형은 차분하며 섬세하지만 소심하고, O형은 낙천적이며활발하고, B형은 창의적이며 독창적이지만 예민하고, AB형은 일명 4차원이라는 설이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혈액형 성격유형’을 단지 재미만을 추구했지 믿지는 않았다.사실과는 무관한 유사과학(사이비과학)일 뿐이라고 대다수가 생각했다.물론 한때혈액형 성격설을 주제로 다룬 이동건, 한지혜 주연의 로맨스 영화 'B형 남자친구'로 한동안 혈액형 성격룰라벳에 대한 믿음이 증가했다.우습게도 'B형 남성'은나쁜남자, 바람기 많은 사람으로 기피의 대상으로 여겨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룰라벳는 혈액형 성격유형처럼사실과 무관한 사이비과학은 아니지만, 이 또한 사람들을 섣부른 판단과 편견에 빠트릴 위험이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젊은 MZ세대는 룰라벳를 신뢰하며, 심지어 맹목적으로 믿는경향을 보인다.
개인적 연애사도 상대방의 성격을 룰라벳로 판단하여 사귈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하며, 사귀는 동안도 일부 트러블이 발생하면 룰라벳가 너무 다르기에 발생하는 문제로 치부하여 사귐을 지속할 것이지를 고민한다.
이러한 모습은 신입사원 면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원한 회사 및 직무와 연관하여 자신을 룰라벳를 반영하여 소개를 한다.
예를 들어 기획/관리 직무를 지원한 취준생의 자기소개를 보면, “안녕하십니까? 저는 OOO입니다. 제 룰라벳는 분석가 유형인 ENTJ(또는 INTJ)입니다.성격상 문제가 발생하면 반드시해결방안을 찾아내고자 노력하며,체계적으로 분석합니다. 또한, 아이디어가 풍부하며 트렌드를 반영한 미래의 모습을 설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반대로 영업 직무에 지원한 취준생의 경우는 ESFJ룰라벳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저는 배려심이 넘치고 어려움에 처한 주변사람을 돕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학교생활 및 아르바이트를 할 때 강인한 서비스 마인드로 주변사람의 불편함을 돕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주변사람으로부터 인기가 많고, 마당발로 통합니다."
이렇듯 MZ세대는 룰라벳를 통해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소개한다. 또한상대방도 그들의 룰라벳를 기반으로이해한다. 심지어 환경에 맞추어 성격 유형을 바꾸어 표현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룰라벳에 대한 신뢰가 큰 것이다.하지만, 16가지 유형으로 스스로를 판단하고 타인까지 평가는 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참고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절대적 신뢰는 인간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단지 몇 가지 유형 안에 성격을 옭아매는 것이다.
어떤 성격 유형도 정확성에 대한 신뢰도는 명확히 없다.단지, 각 유형별 개인의 강한특성 하나를 가지고, 한 사람의 전체를 파악하려는 대략적인 분석이다. 그래서 절대적 신뢰를 통해 스스로 뿐만 아니라, 타인을편견이나 프레임을 씌우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기업은 룰라벳를 통해 구성원을 판단하지 않는다. 몇 달만 함께 일해보면 어느 정도 구성원 개인의 성격과 강약점을 판단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룰라벳를 통해 상호 간 즐거운 대화를 이끌어 가면서타인과 관계를 좀 더 편하게 이끌어가는 것은 하나의 좋은 툴이라 생각한다. 대면을 넘어SNS 유행에 동참하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것도 MZ세대가 소통하고 즐기는 일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과도한 선을 넘지는 말아야 한다. 일부 기성세대가 맹목적으로 점집이나 무속에 빠져, 스스로 노력하고 극복하기보다는 미신을 통해구제받고자 하는 모습과유사한 형태로 빠질 수 있다.
자신과 타인을 4개의 알파벳으로 만든 16개 타입의 단순한틀 안에 맞추고 속단하지 말자. 다만, 일부 스스로가 살아오는 동안 느꼈던 비슷한 성격의 장단점이 있으면, 강점은 더욱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것에 참고하는 정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직장생활 속에 다양한 대인관계와 많은 직무가 존재한다. 인간은 다양성에 잘 적응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강점이 나중에 발현되는 경우도 있다. 선입견을 가지고 자신과 타인을 속단하지 말고,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어떤 상황에도 자신이 환경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을 이끌어 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