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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샘 Mar 31. 2025

만약이라는 바카라 토토

3월 30일 주제 - 바카라 토토에

반백년을 살고 나서야 ‘만약’이라는 바카라 토토을 질색하게 되었다. 어릴 땐 그러지 않았다. ‘만약’이라는 달콤한 바카라 토토에 중독되다시피 즐겼다.


바카라 토토에 내가 연예인처럼 엄청 예쁜 얼굴이었다면,

바카라 토토에 내가 키가 쭉쭉 시원하게 컸다면,

바카라 토토에 내가 돈이 아주 아주 많았다면,

바카라 토토에 내가 그때 그 아파트를 샀다면,

바카라 토토에 내가 공부를 진짜 잘했다면,

바카라 토토에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바카라 토토에 나한테 백억이 있다면,

바카라 토토에...

바카라 토토에...


이 달콤한 바카라 토토은 달콤한 바카라 토토으로 끝나지 않았다. 바카라 토토에서 빠져나오고 보면 나는 더 못생긴 것 같고, 더 키가 작은 것 같고, 더 가난한 것 같고, 더 공부도 못하는 것 같고, 운도 지지리도 없는 것 같고, 항상 선택도 더럽게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현실은 더 비참해졌다. 달콤한 바카라 토토의 끝은 항상 쓰디썼다. 마음을 다잡고 내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게 버거워졌다. 그래서 만약이라는 바카라 토토과 손절했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시간에 너의 진짜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을 하라고 노오력을!



이렇게 나 자신에게 외치며 채찍질하는 꼰대가 되었다.

내가 이렇게 꼰대가 돼 가며 바카라 토토을 끊어내고 있을 때 그런 말도 안 되는 바카라 토토을 재미있는 그림책으로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끊임없이 여행을 다닌 시인이자, 번역가이자, 수필가인 앨러스터 리드의 <만약에.


바카라 토토


온 세상을 두루두루 여행했다는 작가의 바카라 토토력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바카라 토토여행을 하는 동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시꺼멓게 말라죽은 꼰대같은 내 마음에 다시 연두색 동심 싹이 피어날 것 같다. 나도 다시 건강하고 행복하게 바카라 토토하고 싶은 마음이 슬며시 생긴다.


바카라 토토에 내가 진짜 작가가 된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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