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하이원슬롯, 또는 버킷하이원슬롯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누구에게는 단순히 이루고 싶은 일들의 목록일 수 있고, 또 누구에게는 꿈과 희망이 가득 담긴 목표일 수 있다. 이 목록을 적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사실 나는 한때 ‘어릴 적에 작성한 위시리스트’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바랐던 것들은 있었지만, 그것을 구체적인 계획이나 목표로 다지진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오늘날 나에게 ‘버킷리스트’를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버킷하이원슬롯는 어찌 보면 암 생존자로서 삶을 붙잡아주는 하나의 끈이다.암으로 투병한 이후부터 나에게 '5년 후', '10년 후'라는 것은 정말 중요한 하이원슬롯가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때때로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약간 울컥하기도 한다.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10살을 넘어서며 친구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시기가 오면 그 시점에서 나에게 삶의 하이원슬롯란 무엇일까? 이러한 고민을 할 때마다 나는 삶의 이유를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내 하이원슬롯 가치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암이라는 큰 산과 겨루기 위해서는 하이원슬롯 의지라는 방패가 필요하다.그런데 삶을 살아가다 보면 그 의지가 흐려지기도 하고, 미약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꺼내보는 것이 바로 내 ‘버킷하이원슬롯’이다.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이루고 싶은 일들을 적어 놓은 그 리스트는 내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방향을 제시해 준다.
사실 하이원슬롯 공개하고 싶기도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하나 변화해 갈 예정이기 때문에 공개하지는 않으려 한다. 하지만 하나 공개할 수 있는 위시하이원슬롯는, 바로 책 집필이다. 그것이 내가 브런치를 꾸준히 쓰면서 나의 과거와 현재를 드러내는 이유이다.
책을 쓰는 것은 내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이기도 하며, 동시에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세상과 나누고 싶은 욕구이기도 하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내 삶의 큰 하이원슬롯가 될 것이다. 언젠가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글을 적고, 나의 생각과 정보를 이 작은 공간에 나눈다.
버킷리스트는 단순히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목록이 아니다. 때로는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내가 가진 희망과 절실함을 재확인하게 해 준다. 이 목록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면서, 나는 점점 더 이 삶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하나씩 이루어나가며, 나 자신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버킷리스트는 암 생존자로서 살아가는 동안 놓치지 말아야 할 꿈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우리가 꿈꾸고 바라는 것들이 현실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야 한다. 나에게 있어 버킷리스트는 더 이상 ‘언젠가 이루어야 할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어가고 있는 꿈들의 기록이며, 내가 사랑하는 아이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하기 위한 노력의 상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