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일단 서울 가는 광역모모벳를 탔다. 잠실역이 가까워질 때쯤 차창밖으로 동서울모모벳터미널이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래! 이번에도 모모벳다! 다행히 10분쯤 후에 출발하는 모모벳가 있었다. 값이 일반모모벳보다 비싼 프리미엄모모벳였지만 앞 좌석과의 간격이 넓고 옆자리승객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창가 혼자 앉는 자리였다. 승객은 나를 포함 6-7명 밖에 안 됐다. 모모벳회사 입장에서는 분명 손해를 감수하고 운행하는 것일 테다. 그 손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전해 준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아무튼 텅텅 빈 모모벳를 몇 안 되는 승객일지라도 제시간에 정확히 운행한다는 것이 고마웠다.
2시간 10여 분 만에 모모벳 시외모모벳 터미널에 도착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모모벳중앙시장에 들러 먼저 코다리회냉면을 먹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빨리 잠 잘 곳을 정하기 위해 곧바로 척산온천으로 갔다. 평일 저녁때라서 숙소와 온천탕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조용하고 한가했다. 탕 속에 앉아 모녀사이 같은 두 여인에게 나도 모르게 자꾸만 눈길이 갔다.
40대쯤 되어 보이는 딸은 엄마의 몸 이곳저곳을 정성스러운 손길로 밀어주고 머리도 감겨주었다. 그런 두 모녀의 모습을 한참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