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우리는 어떤 필터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요?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느끼고 있나요?
연결된 섬 프로젝트, 1탄으로 기획한 +우리 이상한 소통을 해볼까요+는 내가 가진 필터를 없애고 상대를 듣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내가 어떤 필터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볼 수 있는가. 이게 먼저더라고요.
즉흥 토크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준비 없이 서로의 이야기의 한 조각을 나누는 것이고요. 그날의 주제 역시 매번 즉흥적으로 정해집니다. 구성은 너무도 심플해요. 먼저 판도라토토를 시작한 사람을 잘 들어주기, 가만히 듣고 떠오르는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면 상대에게 그걸 들려주기. 그게 다입니다.
특이점이라 한다면 서로의 이야기에 대해 어떤 피드백도 하지 않아요. 공감, 충고, 조언하지 않아요. 대신 토크를 마치고 자신(-정확히는 이야기 속 자신-)에게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말을 적어요. 딱 한 문장만요. 그리고 그걸 '상대방에게' 건넵니다. 자신에게 한 그 말이 과연 오늘 처음 만난 상대에게도 어떤 울림이 될 수 있을까요?
이날 모신 게스트 두 분은 저의 지인이지만 서로는 초면이었어요. 제주에서 예쁜 카페를 운영하는 소현님 그리고 제주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문는님(가명), 즉흥 토크 컨셉에 따라 거침없는 반말로 자신의 판도라토토를 서로에게 들려주셨습니다.
이날선택된주제는부끄러움이었어요. 문는님이먼저판도라토토를시작했고대학때지하철에서겪은일이었는데요. 당시타인을자신의필터로판단해버린, 그래서느낀부끄러움에관한것이었어요. 그판도라토토를듣고소현님이떠올린조각은발표하거나대중앞에서길수줍어하던어린시절이었고요. 마치등줄기에벌레가기어가는것같은느낌이었다는표현이참인상적이었어요.
사실 자신의 감정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도 두 분은 정말 솔직하게 그때의 느낌을 나눠주셨어요. 그리고 그걸 듣는 저도 그 이야기 안에 저를 보게 되더라고요.
두 분 모두 이제는 이런저런 캐릭터를 다양하게 쓸 수 있는 훨씬 유연한 어른이 되었지만 그건 어쩌면 그 감정이 해소되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했습니다. 당시엔 강렬하고 심각하게 생각되었을지도 모르는 그것이 입 밖으로 나오면서 더 이상 갇힌, 음습한, 나를 깎아먹는 그런 게 아닌 거예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근육이 된 거죠. 근육이 되었다면 과연 그 경험은 부정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변화하는 자신의 면면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두 분에게서 지금의 삶을 사는 멋진 근육을 덩달아 느껴보았습니다.
그나저나 두 분은 이날 자신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셨을까요?
딱 한 문장이니 굉장히 신중하게 고르셨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이걸 서로판도라토토 건넸습니다.
그날 서로 건네받은 선물은... 아래를 확인하세요.
이날의 선물이에요.
+ 영상 편집 우째하냐. 하는 지금의 제게도 위의 메시지는 아주 힘이 있네요ㅎㅎ
조만간 유튜브 채널에 전체 판도라토토 편집본을 올릴게요. 이곳에도 공지하겠습니다.
이날 저희 이야기 중에 찾아온 고양이들이에요.
우리는 또 어떤 필터로 고양이 세상을 보고 있는 걸까요.^^
이날 부끄러움편 입니다.
https://youtu.be/l1jszh8X5Mo?si=xtJp4dFGw1JT3n6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