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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Apr 07. 2025

작은 지니카지노, 소소한 기쁨


학기가 시작되면 첫 과제가 에세이 쓰기다. 주제는 ‘지금 생각하는 삶의 진로’. 분량은 몇 줄부터 두 페이지 가득까지, 형식도 자유롭다. 이 글로 개별 상담을 한다.


어떤 학생은 은퇴 후 식당을 열겠다고 했다. 학교 앞에 그렇게 맛있는 차돌 짬뽕집이 있다며, 자기도 그런 메뉴 하나로 성공해 보고 싶다고 했다. 중간에 로스쿨에 가고, 판사를 거쳐서 말이다. 같이 가 보자고 했다.


모든 학생에게 나는 당부한다. 1년 뒤에 다시 한 번 써보라고. 그때는 달라질 수 있다. 변화(델타)만큼 성장이다. 변화량의 합이 현재다. 변화 과정을 되짚어보자. 어떤 변수에 자신이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럼 미래가 보인다.


며칠 뒤, 그 식당에 혼자 갔다. 이른 시간인데도 마지막 테이블만 남아 있었다. 잠시 후 청년 둘이 들어왔다. 자리가 없음에 주춤거렸다. 내가 불렀다. 괜찮으면 같이 먹자고.


어색했을까? 두 사람은 핸드폰 보면서 실험 결과를 이야기 나눴다. 옆자리가 나자 ‘그쪽으로 옮길까요?’ 하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 지니카지노. 곧 다른 손님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고. 두 사람은 물리학과 통합 2년, 4년차였다. 나도 이곳에서 6년 동안 공부지니카지노고 말지니카지노.


짬뽕은 정말 훌륭했다. 매운 맛이 힘든 나도 맛있게 먹었다. 먼저 일어섰다. 이것도 지니카지노이니 내가 사겠다고 했다. 사양하지 말라고. 청년들은, 늘 배고프니까. 그들이 그날 하루를 ‘운 좋은 날’로 기억해 준다면, 나도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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