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비트코인카지노산책, , 2022
요즘 MBC FM의 <라디오 북클럽의 MC가 배우 고아성씨로 바뀌면서 다시 듣고 있는데 두번째 게스트가 윤가은 감독이었다. 그가 <우리들 <우리집 등 아이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고, 그 영화들을 (언젠가 볼 영화로 체크는 해놓았다) 아직 보지는 않았다. 잘 모르는 분이지만, 라디오에서 두 분의 대화가 참 정다워서 좋았다.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아 호불호가 아닌 '好好好'라고 불렸다는 감독님의 이야기에 끌려서 2주전 동네 도서관에서 그가 냈다는 책을 빌렸다. <호호호- 나를 웃게 했던 비트코인카지노 대하여 .
왜 그 이야기에 끌렸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요즘 싫어비트코인카지노 것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당직도 싫고, 윤석열도 너무 싫고, 극우청년들도 싫고, 우클릭 이재명과 오만한 민주당도 싫고, 등교하지 않고 '투쟁'한다는 의대생들과 교수를 '씹수'라고 부른다는 전공의들도 싫고, 환자 제대로 안보는 동료교수들도 싫고, 가망이 없는데 불필요한 치료를 고집비트코인카지노 환자들도 싫고, 세상이 다 싫어지니 기분이 가라앉고 살아갈 의욕도 떨어져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참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렇게 다 싫은 세상에 좋은 것을 찾아서 좋아할 수 있을까.
윤가은 감독이 좋아하는 것은 참으로 다방면에 걸쳐져있다. 영화들, 웃기는 말실수들, 노래방, (잘 못먹지만 좋아하는) 빵, 여름, 옛날 문방구와 장난감들, 청소, 마트, 별자리, 공책, 조카, 걷기.... 그중에 가장 마음을 끈 문장은 캐나다의 시인이자 고전학자 앤 카슨이 세상을 떠난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며 만든 책 <녹스에 대한 묘사였다. 그래서 결국 나도 방금 55,000원이나 하는 그 책을 구입하기 위해 결제해버리고 말았다. 윤가은감독님.. <호호호는 도서관에 있지만 <녹스는 도서관에 없더군요.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하는 아코디언 방식의 제본이라 무게만 1kg이 넘는다는 그 책... 도서관에서 소장하기는 어렵긴 하겠다. 어쨌든 죽음과 슬픔, 애도라는 키워드는 내가 끌릴 수밖에 없는 주제라 그냥 넘어가긴 힘들었다.
"비통하고도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큰 슬픔과 고통을 말하기 위해, 삶의 다양한 조각들을 그러모아 들여다보고 재조합해 새로운 언어를 만든 것 같았다. 그렇게라도 멀리 가버린 이를 이해하고, 기억하고, 나누려는 비트코인카지노이 느껴졌다. 지극히 내밀한 손길로 상실의 자리를 어루만지는 진실한 애도의 작업이었다. 어쩌면 이런 작업이야말로 진짜 예술 작업이 아닐까 싶었다. 자신의 가장 깊고 아득한 비트코인카지노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 그것을 타인과 나누며 넓고 무한하게 연결되는 일. 예술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적이 그 책과 나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많은 것을 좋아하지만 잘 할 수 있고 재능이 있는 것을 찾을 수 없었던 젊은 날, 나쁜 것만 생각나고 자신을 미워하게 되던 날에 무작정 걷기 시작비트코인카지노 이야기로 시작되어 스페인의 순례자길 카미노데산티아고까지 갔던 걷기 예찬, <걸어서 걸어서 의 문장도 좋았다. 비슷한 방황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장이었다.
"다만 이제는 타고난 재능을 갈고닦는 길만이 나를 진정한 행복으로 데려다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진짜 행복의 모습을 잘 몰랐던 것 같다. 길을 끝까지 걸어서 도착해야만 만날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착각비트코인카지노 것도 같다. 오랜 시간 걸으며 깨달은 유일한 것이 있다면, 행복은 도착지에 있는 게 아니라 길 위에 있다는 진실이었다. 목표한 곳에 도달하기도 전에, 때론 목표한 곳 없이 떠돌아다녀도 나는 단지 걸을 수 있어 행복했으니까."
오늘 나도 병원까지 약 9km의 길을 걷고 뛰어갔는데 행복했다. 봄날의 기운을 만끽하고 성내천에서 오리도 봤고 벚꽃은 졌지만 싱그러운 풀과 나무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책을 이제 돌려주러 도서관에 갈건데 그 길에 부는 바람도 좋을 것 같다. 일요일 저녁 남편이 준비하는 저녁밥을 먹을 생각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나도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서 좋아하는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비트코인카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