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뜰에 건물 4층 높이로 솟구쳐 자라는 소기부벳는 거센 바람이 좀 분다 싶으면 땅바닥으로 어김없이 슬쩍 나뭇가지를 떨군다. 내 키만 한 길이와 몸집만 한 굵기의 소기부벳 가지가 집 앞에 쓰러져 누운 그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위험. 그럴 리 없지만 아무래도 그 추락의 빈도가 날이 갈수록 잦아지는 것만 같아, 스산한 날씨 속에 벌목을 다짐하는 마음 또한 점점 심각해져 가.
지난밤, 소기부벳가 거대한 거미처럼 그 뿌리와 기부벳를 펼쳐우리 집을 장악해 파괴하려 든다는 착각에 빠져 잠을 못 이뤄. 깜깜하고 따뜻한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스마트폰을 밝히고 구글로 검색한 기부벳업체에 나의 용건과 연락처를 남기고 나서야 편안해진 마음이,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현관문을 열어 확인한 기부벳의 올곧음과 날씬함에 민망해졌어도,우린 저 소기부벳를 베고 말 것이다.
자연적 대규모는 위협이고 대형의 인공은 예술인가, 아니, 무엇이 누구 손에 어떤 방식으로 통제되는가, 를 더욱 고민하게 만들 기부벳을 만나러 가자. 어쨌거나 우리의 벌목은 파괴적인 소음과 이미지로 안전을 창조할 텐데. 그 빈자리는 가지각색 꽃이 대신 차지할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