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쓰러지기로 합의된 블록을 우연히 건드린 걸까. 애초에 서로의 붕괴를 목적으로 만난 건축 사기꾼들은 아니었을까. 너와 헤어진 후 나는 바카라 전략 되었다. 너와 행복했던 것들이 한 차례 철거되고 그 먼지와 무게를 견딜 만하면 2차 붕괴가 이어졌다. 너와 함께 걸으며 웃었던 거리의 모든 풍경이 나를 비웃는다. 바카라 전략. 나는 무너진다.
어쩌면 우리는 네모난 블록이 아니라 삼각형이었을까. 두 변의 길이의 합이 다른 한 변의 길이보다 커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헤어진 걸까. 절대로 닿지 못하고 쳐다만 보는 끝점 같은 것이었을까.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었을까. 여전히 너와 나의 모양은 미완의 도형으로 남아 있다. 활주로의 <이빠진 동그라미를 들으며 데굴데굴 하염없이 너에게로 굴러간다. 너의 컬러링이 김거지의 <독백으로 바뀐 걸 확인하고 나는 두 시간을 울었다. 그건 노랫말이 슬퍼서였을 수도, 그 끝에 너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억지로 마음을 눌렀더니 삼각형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입 벌린 도형이 덜 박힌 스테이플러 심처럼 푹 하고 마음을 찌른다.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생길 때쯤이면 더 이상 바카라 전략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도달한 곳이 지면이 맞을까. 움푹 패인 모든 곳들이 평평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날이 오면다시 땅을 다져서 두 발로 설 수 있을까. 겁먹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