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휘 Mar 14. 2025

바카라 전략


우리는 쓰러지기로 합의된 블록을 우연히 건드린 걸까. 애초에 서로의 붕괴를 목적으로 만난 건축 사기꾼들은 아니었을까. 너와 헤어진 후 나는 바카라 전략 되었다. 너와 행복했던 것들이 한 차례 철거되고 그 먼지와 무게를 견딜 만하면 2차 붕괴가 이어졌다. 너와 함께 걸으며 웃었던 거리의 모든 풍경이 나를 비웃는다. 바카라 전략. 나는 무너진다.


어쩌면 우리는 네모난 블록이 아니라 삼각형이었을까. 두 변의 길이의 합이 다른 한 변의 길이보다 커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헤어진 걸까. 절대로 닿지 못하고 쳐다만 보는 끝점 같은 것이었을까.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었을까. 여전히 너와 나의 모양은 미완의 도형으로 남아 있다. 활주로의 <이빠진 동그라미를 들으며 데굴데굴 하염없이 너에게로 굴러간다. 너의 컬러링이 김거지의 <독백으로 바뀐 걸 확인하고 나는 두 시간을 울었다. 그건 노랫말이 슬퍼서였을 수도, 그 끝에 너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억지로 마음을 눌렀더니 삼각형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입 벌린 도형이 덜 박힌 스테이플러 심처럼 푹 하고 마음을 찌른다.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생길 때쯤이면 더 이상 바카라 전략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도달한 곳이 지면이 맞을까. 움푹 패인 모든 곳들이 평평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날이 오면다시 땅을 다져서 두 발로 설 수 있을까. 겁먹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을까.



바카라 전략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