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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May 12. 2025

익어가는 열무보스토토

보스토토

열무보스토토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셋째의 열무보스토토 사랑으로 보스토토를 조금 샀다. 근데 열무보다 얼갈이가 더 많이 들어있었다. 열무를 좋아하는 아이들 덕에 얼갈이만 남았다.

역시 식구들 입맛에 맞게 하려면 역시 직접 담아야 한다.


열무보스토토를 직접 담기 위해 열무를 샀다. 원래 여리여리한 열무를 사는데 사온 열무는 굵었지만 너무 싱싱해서 시장을 훑지 않고 그냥 사 와버렸다.


열무를 소금에 절여놓고 보스토토 양념을 만든다. 보스토토에 밥을 조금 넣으면 발효가 더 잘되는데 밥이 없다. 밥을 할까 하다가 그냥 약식으로 하기로 한다. 그냥 젓갈이랑 고춧가루, 마늘, 생강 조금만 있어도 보스토토는 되니까.


요즘은 너무 날림으로 음식을 하는 것도 같지만 맛이 있으니 괜찮다고 위안을 한다.

하지만희한하게 만들어 놓으면 신경 써서 이것저것 넣은 것보다 담백하니 맛있을 때가 많다.

덜어냄의 미학인가?


보스토토는 소금에 절이는 것이 관건이다. 이번 김장에 너무 간이 약해 밭으로 돌아가려는 배추를 간신히 부여잡고 있다 뒤늦게 김장 보스토토를 꺼내먹는다. 간이 센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들은 이번 보스토토가 맛있다고 한다.


역시 보스토토는 어떤 재료가 넘치든 부족하든 완성해서 익으면 맛있구나. 그냥 싱싱한 재료로 잘 버무려 놓으면 익으면서 맛이 보장되는 것 같다.보스토토는 자기의 의지대로 기포를 내며 익어간다. 스스로가 맛있어지는 것이 사명인 듯 한 방향으로 에너지를 뻗어나가는 중이다.


몇 가지 넣지 않은 양념들이 한데 어울려 화학 변화를 한다. 그렇게 서로 조화롭게 맛의 변화에 동참한다. 각자의 역할에 맞게 자신을 내던진다.맛을 내기로 방향성을 정한 보스토토는 기포를 낸다. 맛있게 익기 위해서 내는 것이다. 그렇게 유산균이라는 녀석이 탄생한다.


맛있는 보스토토가 되기 위해 다들 역할이 있다. 역할에 따라 양념들은 서서히 자기의 성질을 잃어가면서 맛있는 보스토토를 만들기 위해 쓰임을 다 하며 소멸하고, 또 기포를 내면서 생성된 유산균은 또 맛을 더하기 위해 쓰임을 한다.


열무보스토토 하나도 그 속의 양념들은 하나하나 자신의 역할이 뭔지 스스로 알아서 일말의 고민도 없이 행동으로 나타내 보이는 것 같다. 보스토토는 익어가는 과정을 스스로 알아채고 자기의 길을 찾아가는 것 같다.


나는 내 삶의 끝에서 보고 있었나?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살펴보고 있나?

내 과거를 그림자 삼아 미래를 한계 짓고 있지 않았나?


조각조각의 작은 경험의 파편들이 조금씩 살찌워져 큰 파편으로 또 더 큰 파편으로 성장해궤를 꿸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내 종지그릇은 어느 정도 커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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