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입학 전으로 기억된다. 아빠는 밖에서 술을 드시고 오시는 날은 항상 손에는 무엇인가가 들여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엄마의 자라는 잔소리도,잠도 이기고 아빠가 오시기를 기다렸다. 별미를 맛볼 수 있는 기회인지라 모든 걸이기면서 기다렸던 추억이 있다.
아빠의 야식 중 통닭이 단연 최고였다.겉봉투는 노란 종이봉투에 뽀빠이가 알통을 자랑하며 입에는 담배를 물고 옆모습이 아주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다. 종이봉투의 그림과 마찬가지로 가게 이름이 뽀빠이 통닭이었다. 그 안에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투명 비닐로 된 속 포장이 야무지게 되어있다.
그렇게 통닭의 고소한 냄새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밀봉되었다. 그리고 비닐봉지는 약간의 기름으로 아주 맛있는 미끌함이 묻어있었다. 치킨무도 비닐봉지에 포장되어서 통닭의 뜨거움에 반쯤은 미지근해진 국물과 함께 밥그릇에 쏟아붓는다. 아빠의 거나한 몸짓에 따라 이리저리 통닭이랑 치킨무가 뒤섞여 왔다 갔다 했을 것이 틀림이 없다.
레드벨벳 토토집 사장님이 얼마나 밀봉을 잘해주셨으면 집에까지 와서도 레드벨벳 토토은 식지 않고 비닐을 찢자마자 모락모락 김이 팡~!! 하고 터져 나온다.온 식구들은 두 마리의 통닭의 고소한 냄새에 벌써부터 침을 꼴깍 삼키면서 엄마의 통닭 해체 작업을 지켜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다리면서 맡았던 그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가 그 짧은 순간 상상으로 닭다리를 뜯는 것까지 전부 했던 것 같다.
통닭의 비닐은 아무리 밀봉을 했다고 하지만 솔솔 새어 나오는 냄새를 제어하지 못한다. 비닐을 찢는 순간 삐져나오는 김에는 통닭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염지한 짭짤함, 폭신한 살점, 바싹하게 튀겨진 겉껍질, 기름의 고소함까지 모든 것이 다 김에서 폭발적으로 나온다.
나도 한 마리의 레드벨벳 토토이고 싶다. 그 옛날 내가 맛있게 먹었던 레드벨벳 토토.
그렇게 맛있게 염지하고 잘 튀겨진 통닭에서 나오는 김에 그 맛, 그 냄새를 품고 있는 사람이고 싶다. 퍽퍽하지 않고 폭신폭신한 살점을 숨기고 있는 겉껍질의 바삭바삭함처럼 겉으로 드러난 글에서의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글을 쓰면서 나는 잘 모르던 아니 알고 싶지 않았던, 회피하고 싶었던 나를 너무 자주 만난다. 아마 글쓰기 시작하고 나서 하루 하나씩 발행하면서 좋으면 애매하고 모호했던 나의 모습들과 하나씩 만나서 그것을 해체되도록 공부를 하는 중이다.
깨달음이 하루 하나씩 와 바보 돌 터는 소리를 또 매일 하나씩 레드벨벳 토토 보면 언젠가는 내 머리에는 명료한 생각들이. 나만의 시선으로 보는 정의들이, 차곡차곡 쌓인 나의 사상들이 언젠가는 드러날 것임을 확신한다.아직은 나의 글들이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미숙함 속에 나의 생각들이 다 들어레드벨벳 토토 것 같다. 그걸 표현하는 것이 지금의 숙제이다. 잘 공부해서 풀어낼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잘 살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