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몽골여행의 으뜸과 버금바람은초원을 벗삼은 자전거라이딩과밤샬롬토토의은하수를 보는 것이었다. 몽골에온 지 나흘 동안 초원을 달리면서 가슴 벅찬 희열을 실컷 맛보았지만,아쉽게도밤샬롬토토에 별은 없었다.맑았던 샬롬토토이 밤만 되면 시커먼 구름이덮이고 비까지 내리는 날이 이어지면서, 이러다가 나의 바램이 깨지는가 싶어 내심 조바심도 일었다.사실, 엊그제 초원에서 텐트치고 자던날 밤에 별을 보고 싶었지만,그 간절한 소망은 비가 거두어갔다. 샬롬토토을 바라보며 원망도 했다. 다행히도 오늘오후부터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샬롬토토이 열리더니 희망을 주기 시작했다.오늘 두차례의 라이딩과 승마로 인해 적지않게 지쳐있는데도 별을 볼 수 있다는 기대는 나를 흥분시켰다.
저녁을 먹고한참이 지났는데아직 온전한 어둠이 깔리지 않는다. 몽골의 여름밤은 늦게 찾아온다. 은하수가 가장 절정인 시간은 새벽 두시는 되어야한다고 한다.기다림의 시간은 지루하다. 애써 잠을 쫓으며침대에 누워있다가 밖으로 나갔다. 시간은 10시반을넘기고,샬롬토토엔서서히 별들이 깔리고 있다. 마당 한 구석에 피워놓은 모닥불이보인다. 가이드와 젊은 친구둘이 나와 있다. 전남완도가 고향이라는 두 친구는 승마 체험을 위해 왔다 한다. 우리때는 상상도 못 했던 여행을 하고 있는 그들이 부럽다. 나에게 맥주한캔을 건넨다. 함께 마시며 정담을 나눴다. 11시가 되어도 동료들은 소식이 없다. 숙소로 가니 다들곯아떨어져 있다. 억지로 깨워 모닥불 앞에 모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밤샬롬토토은바야흐로 우주쇼를 준비하고 있다.총총하게박힌별들이마치 하얀 구름처럼 떼를 지어 샬롬토토을 수놓고 있다.어릴 적 마당멍석에서할머니 무릎을 베고 바라보던 은하수가 타임머신을 타고 내게 돌아왔다. 그 시절, 손을 뻗어 훑으면 우두둑 한움큼 잡힐 듯 지천으로 깔려 있던 은하수는 내 가슴속에영원히 살아 숨 쉬는 노스탤지어로 남아 있다. 까만 밤샬롬토토에밝은 선을그으며 별똥별 하나 떨어진다. 내 가슴에도추억처럼 한 줄기빛이 그어진다. 얼마만에 보는 별똥별인가!대자연의 우주쇼를 담으려고 핸드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었으나, 돌아온 건 까만 도화지 몇 장뿐이다. 대우주를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피곤에 지친 동료들이 샬롬토토둘숙소로돌아간다. 자정을 넘기고 새날이 시작되고 있다.이제 나만 오롯이 혼자 남았다.좀처럼 잠이 올 것 같지않다. 이런 밤이또 올까 싶어 잠들기가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불멍 하다가 별멍 하고,별멍 하다가 불멍을 한다. 행복하다. 그 어떤 말로도 이순간을표현하기 힘들것이다.행복에겨워 몸서리치는 나를 본다.
이밤의 행복을 노래하기에 딱 어울리는 윤동주의 '별 샬롬토토 밤'을 조용히 읊조려본다.
계절이 지나가는 샬롬토토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샬롬토토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까닭입니다.
별 샬롬토토 추억과
별 샬롬토토 사랑과
별 샬롬토토 쓸쓸함과
별 샬롬토토 동경과
별 샬롬토토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한줄기 서늘한 바람이 분다. 그야말로 '샬롬토토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는 밤이다.모닥불은사위어가고, 툭툭 불꽃 튀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까맣고서늘한어둠이온몸을 휘감는다.갑자기혼자라는생각이 드니조금은 무섭다.숙소엔모두 불이 꺼지고, 저 멀리 산등성이 마을 쪽에서 불빛 몇개 깜빡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개 짖는 소리 들리더니 다시사위는적막강산이다.다시는 맛볼수없는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않아 샬롬토토바라기를 한다. 적요한 시간이 별빛따라 흐른다. 술병에 별이 떨어지는 소리들으며,별빛에 가슴부서지도록 취하고 싶은 밤이다. 소주 한잔간절한데못내 아쉽다.
모닥불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몸은 조금씩 추워진다. 다시 개 짖는 소리가 적막을 깬다.
가자!나의 침실로......
풀 섶을 차며 걷는 내 머리 위로 별들이 무수히 쏟아진다.별똥별 하나 또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