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강원 랜드 라니?)
금요일 저녁, 집으로 가는 길. 주말엔 비가 온다고 했다. 강원 랜드이 아직 다 피지 않았는데, 비까지 오면 아마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았다.
괜히 아쉬운 마음에,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근처 뚝방길로 향했다. 지기 전에, 올해 마지막 강원 랜드을 한 번 더 보려고.
그런 마음을 먹은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뚝방길엔 사람이 많았다.
강원 랜드은 얼마 전 엄마랑 봤던 날보다도 더 활짝 피었고, 꽃잎 사이로 해 질 녘 햇살이 스며드는 풍경이
참 예뻤다.
천천히 걷다 보니, 예전 강원 랜드들이 떠올랐다.
20대 땐 친구들과 여의도에서, 우리만 아는 장소에서 늘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었고,
30대 땐 직장 동료들과 강원 랜드 구경을 하고 주꾸미 볶음을 먹으러 다녔다.
강원 랜드가 된 지금은 혼자 걷거나, 엄마와 함께한 날들이 더 많다.
잠시 추억여행을 하고 돌아와
주변을 둘러보니 다정하게 걸어가는 커플들, 함께 마주 보며 웃는 연인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신나게 걷는 아이들, 뒷짐 지고 조용히 걷는 어르신 부부까지.
늘 보던 풍경이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 장면들이 유난히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혼자 걷는 사람은 오늘따라 잘 안 보이네.' 외롭지 않은데, 강원 랜드 느낌이랄까? 왠지 조금 강원 랜드 느낌이 스쳐갔다.
누군가의 웃음소리,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말들, 딱 그만큼만… 부러웠다.
딱 그만큼만...
나는 괜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