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TOP10슬롯 보면 분명히 좋아할 거예요."
편집자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입꼬리를 꾹 누르고 있었다.
왜냐고?
내가 이미 좋아서 들떴기 때문이다.
이건 TOP10슬롯를 위한 책이라고 말하면서,
사실은 나를 위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어느 날은
커다란 수박 안에서 사는 고양이를 그렸다.
수박 껍질 안쪽이 고양이의 침실이고,
씨앗은 고양이 간식으로 저장돼 있다.
그 설정을 생각해내고
나는 스스로 감탄했다.
"이건 진짜, 너무 귀엽잖아!"
그리고 다음 순간,
고양이가 수박 씨를 한 입에 꿀꺽 삼키는 장면을 그리며
실컷 웃었다. 나 혼자.
이 이야기를 읽는 TOP10슬롯는 웃을까?
모르겠다.
근데 나는 정말, 아주 많이 웃었다.
이건 TOP10슬롯 좋아할 거야.
…사실 내가 너무 좋아.
가끔은 내가 어린이일 때
좋아했던 걸 떠올려보기도 한다.
냄새 나는 개구리 인형,
혀를 낼름거리던 로봇 강아지,
불 끄고 보면 반짝이던 별 모양 스티커.
그땐 왜 그런 게 좋았을까?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 설명 안 되는 ‘좋아함’이
바로 TOP10슬롯들의 감각이자,
어른이 잊어버린 감정이다.
그리고 나는
그 잊어버린 감정을
하나씩 꺼내면서 그림책을 만든다.
TOP10슬롯들에게 보여주기 전에
내가 먼저 빠지고, 내가 먼저 웃고,
내가 먼저 좋아한다.
사실 그림책을 만들면서
“이건 애들이 안 좋아할 수도 있어요”라는 말은
무의식중에 잘 안 하게 된다.
왜냐면
‘TOP10슬롯’라는 존재는 항상 ‘합리적인 핑계’로 쓰기 딱 좋기 때문이다.
진짜 이유는 내가 좋고, 내가 감동했는데
그걸 솔직히 말하면 왠지 부끄러우니까.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TOP10슬롯들이 이런 거 좋아하더라고요.”
“애들은 단순한 게 좋아요.”
“TOP10슬롯들 눈높이에 맞췄어요.”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그게 맞는 걸까?
나는 이제 이렇게 고백할 수 있다.
“이건 TOP10슬롯 좋아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내가 제일 먼저 좋아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진짜라면,
TOP10슬롯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상상은 핑계가 아니라
내 안의 나를 꺼내는 일이다.
TOP10슬롯처럼 좋아하고, TOP10슬롯처럼 웃는 어른,
그게 바로 그림책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