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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May 02. 2025

프롤로그 : 백수가 되기 위한 핸드 승률

(다음 주면 해방이다)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별 건 아니고 제가 육아핸드 승률을 하려고 합니다."


지난달 초 회사에 육아핸드 승률을 하겠다 선언했다. 본론부터 이야기하고 뒤의 사정을 이야기하는 두괄식 기법을 사용했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먼저 말하는 미괄식 대화법이 먼저 떠올랐지만 애써 억누른 채로 용건부터 간단히 말했다.


그렇게 해야 갈팡질팡 하는 나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워킹맘에서 핸드 승률가 되기 위한 준비는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육아핸드 승률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명백한 명분만이 필요할 뿐이다.

내 마음조차도 갈팡질팡 하는 상태에는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나 자신을 설득하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을 어찌 설득할 수 있을까. 사실 지난달 육아핸드 승률을 선언한 후 내 마음은 수많은 생각들로 많이 혼란스러웠다.


작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이다. 이미 계획된 핸드 승률 선포였건만 막상 말을 하려고 하니 올해 진급을 시켜준 팀장님과남아있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 겹쳐져 내 마음을 저울질하게 했다. 그래서 말을 하기까지 수많은 고민이 있었고 선언을 하고 나서도 팀장님께 설득을 당할 뻔했다.


"이미 결정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단축근무나 다른 대안을 먼저 찾아보는 게 어때요? 우리 회사는 유연 근무제라는 좋은 제도가 있어요. 그걸 잘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에요. 평생 회사를 안 다닐 건 아니잖아요. 물론 선택은 본인의 몫이에요."


라며 평소와 달리 부드럽게 말씀하시는 팀장님께 홀딱 넘어가서는,


"아 그런 방법도 있긴 하군요. 팀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한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라고 말해 버렸다. (사실 팀장님께서 말한 방법은 일이 줄어야 현실성이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제도다. 우리 팀 구조상 일은 줄일 수 없는 구조인 걸 뻔히 알고 있고.)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역시나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원래대로 진행하겠다고 결정을 하고 말씀을 드렸다. 이제휴직까지 남은 시간은거의 한 달이었다. 육아핸드 승률 결재를 올리려고 하는데 이번엔 파트장님이 나에게 말씀하신다.



"휴직을 하면 후임자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러는데 7월 달까지 좀만 더 일해주다 가면 어떨까요?"


그 말에 평소에 나에게 잘해주셨던 파트장의 말에 또 홀딱 넘어가서는,


"알겠습니다. 어차피 5월 또는 7월 중 결정하려고 했었으니, 남편과 한번 더 상의해 볼게요."


라고 하지 말아도 될 말까지 더하여 대답을 해 버렸다. 그러고 나서 또 일주일이 흘렀다. 하지만 역시나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 보니 결론은 하나. 지금 당장 육아핸드 승률 하는 게 맞다는 거였다.


그렇게 해서 윗사람들의 두 번의 설득 과정이 지났고 나에게육아핸드 승률까지 남은 시간은 3주가 되었다. 결재는 올라갔고, 이틀 사이에 결재는 완료가 되었다. 공식적으로 나는 다음 달에 육아핸드 승률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이거면 육아핸드 승률 준비는 끝인 줄 알았는데 아직 후임자 미선정과 인수인계라는 산이 남아 있었다.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 동료들에게도 선포하였고 이제 나 대신 일할 사람이 정해지면 그때 인수인계를 시작하겠다 했다. 하지만 기다려도 감감무소식. 결국 또 윗선에 이야기를 했고 윗선에서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대답뿐이었다. 그렇게 나의 핸드 승률은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일이라고는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잘 정리해 두는 일뿐.

결국 이제 육아핸드 승률을 일주일 앞두고 후임자도 선정되지 않은 채로 남은 프로젝트 인원들에게 내 일을 넘겨야만 한다. 매우 불편한 상황이지만 마무리는 잘해놓고 가야만 한다.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걸까?

그런 건 없다. 그냥 내가 하던 일들을 정리를 '잘'해서 넘기는 것뿐이다.


육아핸드 승률을 선포하고 나서 한 달 동안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다. 오히려 그동안 일이 많아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힘들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 일보단 역시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힘든 것이기에.



핸드 승률가 되기 위한 준비는 별 거 없다. 마음의 준비만 하면 된다.

예전에 복직을 할 때도 핸드 승률했던 건 마음의 핸드 승률뿐이었다.

모든 일은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육아핸드 승률 기간에도 내 마음을 믿고 따르며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워킹맘에서 핸드 승률 된 이야기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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