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벳 생활 엿보기
유치원처럼 시간 맞춰 날아오는 사진도 없고, 초등학생일 때처럼 아이가 엄마에게 시시콜콜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아니니,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참 답답하실 거예요. 우리 아이들의 중기부벳 생활을 함께 살짝 엿보실래요?
중기부벳의 일과는 바쁘게 돌아갑니다. 8시 20분, 아침 자습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기부벳마다 등교시간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요?)헐레벌떡 뛰어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부터 종이 울린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수다를 떠는 아이들까지, 아침의 시작은 조금은 어수선합니다. 인사와 함께 교실로 들어서며 출석을 파악하고 전달 사항을 알리면 십여분의 아침 자습이 시작됩니다.
아침 자습 시간은 짧지만 없어선 안 되는 소중한 시간이에요. 선생님에게도 학생들에게도 1교시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워밍업 시간이지요. 학생들도 기부벳표를 확인하고, 책을 준비하고, 제출할 서류들을 내고이 기부벳 동안 할 일이 많답니다. 가끔 이 짧은 기부벳을 활용해 각종 방송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하고요. 몇몇 학생들에게는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밀린 과제를 할 수 있는 꿀 같은 기부벳이기도 합니다.
10분이라도 자투리 기부벳을 활용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그저 빈 책상을 바라보며 기부벳을 흘려보내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시험공부 계획이라도 짜면 좋을 텐데요. 잔소리를 하지만, 아직 잠이 덜 깬 아이들의 귀에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담임 선생님이라고 만난 분의 얼굴을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조회 때 오셨다가 홀연히 사라지더니, 수업 시간에 나타나실 때도 있고, 종례 시간에 다시 나타나실 때도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 자리가 항상 교실 앞에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선생님 책상도 교실에 없습니다.
'쉬는 기부벳에 정말 우리끼리 있어도 되는 건가?'
처음엔 눈치만 보며 몸을 사리던 녀석들이, 슬슬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교실에 오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고, 활보하기 시작합니다. 쉬는 시간에도 선생님의 감시하에 있었는데, 저이들끼리 교실에 있다는 짜릿함, 얼마나 설레고 기분 좋을까요. 가끔 몰래 교실에 가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아이들을 봅니다. (너네, 나 몰래 뭐 하고 있었는데?! 왜 놀라는데?)
담임 선생님은 교무실 혹은 학년 교무실에 상주합니다. 조회, 종례, 수업 기부벳에 주로 교실로 오고 그 외의 기부벳에 선생님을 만나야 할 일이 있으면 선생님이 계신 교무실로 가야 합니다. 교과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반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이 어느 교무실에 계신지 잘 파악해 두어야 나중에 질문을 하거나, 과제를 제출할 때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겠죠.
※ 쉬는 기부벳 활용법
쉬는 시간에 선생님이 없다고 룰루랄라 놀기만 하면 다음 시간 수업 종이치고 후회하게 됩니다. 쉬는 시간은 다음 시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도록 해주세요. 물론 잠깐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놀 수 있지요. 하지만 화장실에 다녀오고, 다음 시간 교과서를 미리 꺼내놓고, 음악, 미술, 체육, 정보 수업 같은 이동 수업이라면 수업 시작 시간에 늦지 않게 이동하는 일로도 10분은 금세 흘러가 버립니다.
특히, 꼭 쉬는 시간에 놀다가 수업 시작하면 화장실에 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집중력까지 흐트러지고 선생님의 수업 흐름도 끊깁니다. 정말 급하지 않으면 화장실은 쉬는 시간에 다녀오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아요. 수업 시간 5분은 정말 느린데, 쉬는 시간 10분은 체감상 1분이랍니다. 쉬는 시간을 허투루 사용하다간 매시간 교과 선생님께 잔소리를 들을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이 없다고 심한 장난을 치며 복도를 뛰어다거나 복도에 몰려 있으면서 통행을 방해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복도의 기본적인 역할은 통행을 위한 통행로임을 잊지 마세요. 초등학교 때 다들 우측통행, 걸을 땐 사뿐사뿐, 잘 배우고 진학했잖아요?
배우는 과목 수가 너무 많다고 느껴지시나요? 한 학년에 모든 교과목을배우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인 교과목인 국, 영, 수, 사, 과는 매 학년 깔려있습니다. 그 외의 과목들은 시수를 고려해 학년별로 골고루 편성하여 한 학년에 배우는 과목은 11~12개 정도가 됩니다.
교과 이외에도 배우는 것들이 있습니다. 주로 ‘특별한 교육’을 담당하는 기부벳이지요. 바로‘창의적 체험활동’에 속하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자율•자치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으로 변경)이 이에 속하며, 체육활동 활성화와 기부벳폭력 근절 및 예방을 위한 방 안으로 생긴 기부벳스포츠클럽 활동도 이 시간에 운영됩니다. 이 시간에 운영되는 활동은 따로 시험을 친다거나 수행을 평가하지는 않지만, 생활기록부에 이수시간 및 활동내용이 기록되니 소홀히 하거나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늘어난 과목 챙기기도 바쁜데, 중기부벳에 오니 과목마다 선생님도 다 다르게 들어옵니다.초등학교에서는 분명 영어나 체육 같은 특정 교과목만 교과 선생님이 있어서 선생님들 이름 까먹을 걱정은 안 했는데 말이죠. 웬걸, 11개 과목이면 11명의 선생님(+원어민 선생님) 이름을 다 외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11명이면 다행입니다. 과학은 물리 선생님과 지구과학 선생님이 단원을 나누어 가르친다면 두 명의 과학 선생님을 만나야 합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리파트와 경제 파트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다를 수 있습니다. 사실 모든 교과목에서 선생님의 전공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세분화하여 여러 명의 선생님이 한 과목의 이름을 달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1년이 다 가도록 내가 배운 국어 선생님, 영어 선생님 성함을 말 못 하는 학생들이 수두룩합니다. 사실, 좀 서운하지만 티 낼 수 없지요. 과목은 11개인데, 들어오는 선생님의 숫자는 20명인 경우도 있으니까요.
여기서도 제1 원칙 적자생존! 을 발휘해야 합니다. 적어도 우리 반에 들어오는 교과 선생님이 몇 층, 어느 교무실에 계신지 정도는담당 선생님의 성함과 함께 교과서 맨 앞장 안쪽에 작게 적어두는 센스를 발휘해 보세요.
※ 선생님도 너희의 이름이 궁금하단다 - 명찰이 필요한 이유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어요. 될 수 있으면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려 애씁니다. 내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학생들은 나에게로 와서 우리는 더욱 돈독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하지만, 수백 명의 이름을, 그것도 비슷비슷한 이름을 모두 외우는 건 사실 불가능해요. 그래서, 명찰이 필요해요. 명찰도 기부벳마다 착용 규칙이 다릅니다. 기부벳마다 명찰이 있는 기부벳도, 없는 기부벳도 있습니다. 명찰은 학년마다 색을 달리하여 학년을 구분하기 용이하게 하고, 수백 명이 넘는 학생들 사이에서 번호가 아닌 사랑스러운 이름을 선생님들이 부르도록 도와줍니다.
명찰은 천 명찰과 플라스틱 명찰, 목걸이형 등이 있는데, 학생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기부벳 안에서만 보이도록 하고, 기부벳 밖에서는 주머니로 가리거나 목걸이는 빼서 가방 속에 잘 보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눈에 띄는 세 가지 부류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자는 애, 노는 애, 딴짓하는 애'입니다. 노는 애들은 수업을 방해합니다. 본인이 수업을 듣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옆 친구에게 말을 걸거나, 쪽지를 보내거나, 지우개로 머리를 맞춘다거나 하는 행동들을 합니다. 어떻게든 수업을 안 해보고자 선생님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수업과 관계없는 말들을 쏟아내기 일쑤에요. 다른 친구들의 공부까지 방해를 한답니다.
딴짓하는 애들은 학원 숙제가 많은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몰래 책상 속이나 교과서 밑에 학원 숙제를 펴놓고 선생님의 눈을 피해 문제를 풀지만, 교탁에 서는 순간부터 그런 행동은 눈에 들어온답니다. 교탁에 서면, 거짓말 같겠지만, 정말 다 보여요. 감추고 속이는 건 애초에 포기하는 게 좋습니다.
교실 속에 눈에 띄는 아이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누가 뭐래도 ‘자는 애’입니다. 새벽까지 온라인 세상을 누비다 돌아와 오전 수업을 숙면시간으로 만드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쉬는 시간에는 똘망똘망하다가도 수업만 시작하면 습관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점심을 먹고 난 후 교실 풍경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어요.
봄날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들어 찬 교실. 배불리 먹고 난 후 나긋나긋한 선생님의 음성을 자장가 삼아 잠들고 싶었던 기억. 교실 뒤로 나가 서서 수업도 들어보고, 앉은 자세도 고쳐가며 사투를 벌이고서도 학습지에 이게 한글인지, 영어인지 알 수 없는 외계어들만 남기게 만들었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을 거예요. 요즘 아이들은 참 바쁩니다. 학원, 숙제, 수행평가 등, 공부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지요. 각종 동아리 활동과 여가활동, 친구들과의 시간까지 가지며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아이들이 피곤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잠과의 전쟁에서 이겨보려 노력하는 아이들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잠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비장의 무기는 필기도, 꼬집기도 아닙니다. 쉬는 시간 종소리만큼 잠을 내쫓는데 특효약은 없어 보이더라고요. 수업 중에는 꾸벅꾸벅 졸던 녀석들도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는 두 눈이 번쩍 뜨이니까요.
(몇몇 특수한 경우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늘 그렇다는 말도 아니고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실히 수업에 참여합니다. 걱정은 넣어두셔요!)
“선생님! 수업 언제 끝나요?”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학년이 올라가도 이 질문은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학교생활을 좀 해본 학생들은 정말 마치는 시간을 몰라서 묻는 게 아니겠지요. 그냥 빨리 수업을 마치고 싶은 마음을 저렇게 에둘러 표현한 거겠죠. 마음의 소리를 해석해 보자면, “선생님, 이제 그만하고 쉬어요!” 정도가 되겠네요.
1학년에 갓 입학한 새내기 중학생들은 진심으로 언제 마치는지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이 기억하는 수업 시간은 분명 40분인데, 선생님이 그 시간을 넘어까지 분필을 놓을 생각을 안 하니 근질근질해지는 온몸을 비틀고, 엉덩이를 들썩입니다. 아시다시피 중기부벳의 수업 시간은 45분입니다. 고등학교는 5분이 더 늘지요. 5분, 사실 길지 않은 시간인데도 수업 시간이 5분 늘어나는 건 힘든가 봅니다. 저도 수업을 늘 45분에 맞추어 계획하다 보니, 학교 사정으로 단축 수업을 하는 날에는 찝찝하게 수업을 마무리하곤 합니다. 몸이 기억하는 시간 개념은 정말 무서우리만치 정확하더라고요. 그러니 우리 신입생들, 그 5분을 견디기가 얼마나 힘들까요. 그러나 이 또한 걱정 마세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임이 분명합니다. 한 달 지나면, 또 이런 소릴 분명히 할 거예요.
“언제 수업 기부벳이 다 지나갔어요?”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면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사용한 '교실 및 특별구역 청소'입니다. 중기부벳에서는 모든 학생이 학급 내에서 하나의 역할을 맡도록 하는'1인 1 역할'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학급을 운영하기 위한 필요를 넘어서책임감을 기르고, 자율성과 협동심을 함양시키기 위한 교육적 목적도 지니고 있지요. 이러한 역할들은 대개 교실과 복도의 청소, 칠판 닦기와 같은 기본적인 청소에서부터, 휴대폰 관리, 기자재 정리, 문단속과 같은 다양한 도우미 역할까지 포함됩니다.
특히 일부 역할의 경우, 봉사활동 기부벳으로도 인정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봉사의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분리수거 도우미’와 같은 역할은 학생들 사이에서 다소 힘들고 귀찮은 일로 분류되어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학생이 드물어서 뽑는데 애를 먹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에, 이를 맡아주는 학생이 있을 때 교사로서는 참 고맙고 든든한 마음이 든답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리 주변 정리나 환경 정돈 등의 기본 생활 습관을 교육받고 중기부벳에 진학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기부벳에 들어서면서는 청소에 대한 책임감이나 적극성이 많이 줄어드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 때문에 학급을 운영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각자의 역할을 어떻게 공정하게 배분하고, 모든 학생이 책임감 있게 역할을 수행하도록 유도할 것인가가 늘 고민입니다. 학생들에게는 때로귀찮고 힘든 일로 여겨질 수 있는 청소와 도우미 활동이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공동체에서의 역할과 책임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정규 수업은 다 끝이 나고, 담임 선생님의 종례까지 마치면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거나, 학원으로 향합니다. 몇몇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 방과 후 수업을 듣기도 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하지요. 중기부벳의 하루 일과는 울리는 종소리에 맞추어 시간표를 따라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하교 시간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과 속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중기부벳에 물들어 가는 중입니다. 처음엔 어색하던 모든 것들이 점점 익숙해지고, 그렇게 슬기로운 중등 생활을 이어나가게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