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카지노를 보며
스텔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딸.
어제 산책길에서 보았던 조이카지노를 기억하니? 햇볕 쨍쨍한 날씨에 잔디 옆 보도블럭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꿈틀꿈틀거리던 긴 조이카지노 말이야. 아마 그 전날 비가 와서 물을 먹으러 나왔다가 미처 흙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햇빛에 노출된 채 몸부림치고 있었던 것 같아.
몇주 전에도 비 온 다음날 잔디밭 옆 보도블럭에 조이카지노 여러마리가 죽어있었지. 그때 아주 큰 어른 조이카지노부터 아주 작은 아기 조이카지노까지 함께 햇빛에 말라비틀어진 채 죽어있어서 엄마가 너무 안타까워 했었잖아. 아마도 온 조이카지노 가족이 비가 와서 함께 흙 밖으로 나왔다가 해가 뜨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겠지. 그 조이카지노 가족이 햇빛에 몸이 말라가며 고통스럽게 죽었을 생각을 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
어제 보았던 그 조이카지노도 마찬가지였어. 길다란 몸에 이미 물기가 거의 말라있어서 몸을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바닥을 기어가는 모습마저 위태로워보였지. 그 조이카지노가 있던 곳은 잔디밭 흙에서 10센티 정도 떨어진 보도블럭이었는데 조이카지노는 이미 힘이 빠져서 몇번이나 몸을 늘였다 줄였다 하며 기어가려고 꿈틀거렸지만 마음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어. 조금 나아갔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였고, 가끔은 방향마저 헷갈려서 흙쪽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몸을 늘리기도 했어.
햇빛은 너무 강렬했고 조이카지노는 힘이 많이 빠진 상태였어. 그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몇주전 보았던 그 조이카지노 가족들처럼 강렬한 햇빛에 몸이 말라 죽을 것 같았어. 안타까운 마음에 우리는 조이카지노에게 힘을 내라고 큰 소리로 응원을 보내주었지. 그런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
간신히 몸을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겨우 앞으로 나아갈듯 말듯 하던 조이카지노가 갑자기 폭발적인 힘으로 펄떡 날아오른거야. 몸을 강하게 수축했다가 폭발적으로 이완하면서 그 반동에 의해 조이카지노가 공중으로 튀어올랐어.한번만 그런게 아니라 몇차례 그렇게 튀어오르는 걸 보고 엄마는 정말 깜짝 놀랐지. 지금껏 살면서 바닥을 기어다니는 조이카지노만 보았지, 그렇게 공중으로 튀어오르는 조이카지노를 본건 처음이었거든. 마치 조이카지노가 아니라 메뚜기를 보는 것 같았어.
더욱 놀라운 건 공중으로 몇차례 튀어올랐던 조이카지노가 덕분에 10센티정도 떨어져있던 잔디밭 앞으로 한번에 훌쩍 이동했다는거야. 아마 힘이 빠진 몸으로 기어갔다면 몇시간, 아니 그 전에 힘이 빠져 말라죽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조이카지노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자신의 몸을 강하게 수축하고 이완하는 과정을 통해서 10센티의 거리를 한번에 점프해 이동한거야. 마치 축지법을 쓰듯이 조이카지노 입장에서는 순식간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어.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너도 직접 보았으니 알겠지? 잔디 바로 앞까지 순식간에 이동한 조이카지노는 바로 코앞에 그토록 바라던 잔디밭을 보았어. 그 잔디밭 흙은 햇빛에 말라죽는 일 없이 촉촉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이카지노의 보금자리겠지. 조이카지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기 시작했어. 여전히 몸을 늘였다 줄였다 앞으로 나아가기는 힘들었지만 바로 코 앞에 흙이 있으니 조이카지노는 포기하지 않았지.
몇번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꿈틀꿈틀 기어가던 조이카지노는 드디어 잔디밭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 두리번두리번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흙의 냄새를 맡은 후 흙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어 구멍을 내기 시작했지. 그런데 흙 속에 구멍을 내고 들어가는 일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나봐. 한참을 흙 속에 머리를 박고 몸을 옴짝달싹 하면서 다시 몸이 쭉 나왔다 조금 들어갔다를 반복했지.
안타까웠는지 네가 조이카지노 머리가 들어간 구멍의 흙을 조금 치워주려고 손을 뻗었지만 우리 눈에는 그 조이카지노의 구멍이 보이지 않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이카지노가 스스로의 구멍을 잘 찾아 길을 만들어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들이는 과정을 응원하며 지켜보는 것 뿐이었어.
그렇게 한참을 흙 속에 머리를 박은 채 앞으로 뒤로 왔다갔다 하던 조이카지노는 드디어 길을 찾았는지 몸을 쭉쭉 당겨서 흙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어. 강렬한 햇빛에 몸의 물기가 거의 말라 푸석하던 조이카지노의 몸이 촉촉한 흙 속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박수를 치며 좋아했지. 죽음 직전까지 갔던 조이카지노가 강렬한 생에의 의지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점프를 하고 자신의 집인 흙으로 돌아가는 그 위대한 여정을 우리는 생생하게 지켜본거야. 마지막으로 조이카지노의 꼬리가 흙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모습까지 다 지켜본 뒤 우리는 조이카지노가 다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길 기도해주었지.
스텔라,
엄마는 이 조이카지노의 여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인간 삶의 여정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 안전한 흙 속에서 살던 조이카지노는 비가 오는 날이면 물만난 물고기마냥 우르르 밖으로 뛰쳐나오지. 조이카지노는 물을 찾아, 꿈을 찾아, 강렬한 생의 본능에 따라 세상으로 나온거야. 사람도 성인이 되면 안전한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 집 밖으로 나오지. 자신의 꿈을 찾아, 가능성을 찾아, 강렬한 생의 동기에 따라 세상으로 나가는거야.
하지만 그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아. 마냥 올 것 같던 비는 어느새 그치기 마련이고, 다시 강렬한 햇빛이 쏟아지곤 하지. 조이카지노에게 햇빛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최대의 위협일거야. 그 뿐 아니라,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개미나 여러 곤충들도 호시탐탐 조이카지노를 노리고 있어. 조이카지노가 조금만 힘이 빠져도 떼로 달려들어 조이카지노를 움직이지 못하게 포위하고는 살점을 뜯고 몸 속 수분을 빨아먹을지도 몰라.
작은 개미들보다 더 무서운건 거대한 사람의 발자국이겠지. 보도블럭에 멋모르고 나왔다가 사람 발에 무참히 밟혀 죽어가는 조이카지노도 얼마나 많은데. 또는 흙으로 돌아가는 방향을 잘못 잡아서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 몇주전에 보았던 수십마리의 조이카지노 가족도 그렇게 햇빛에 말라서, 개미에게 공격당하거나 사람 발에 밟혀서, 그리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다가 결국 죽어갔을거야.
사람도 마찬가지야. 꿈을 찾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세상에 나왔지만 우리를 힘들게 하고 쓰러뜨리는 위험 요소들은 어디에나 숨어있어. 성적 또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남과의 비교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그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는 크나큰 위협이야. 또 마음이 약해졌을 때 공격해오는 직장 상사의 갑질이나 또래 집단 내의 갈등, 그리고 대비하지 못한 비난과 부정적 평가들은 피와 살을 마르게 하지.
내 힘으로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거대한 위험에 무너질 수도 있어.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사고, 자연재해 등이 그 예라고 볼 수 있겠지.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닌 부모나 사회가 정해준 길로 가다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지렁이처럼 삶이 메말라 버릴 수도 있어.
비오는날 수많은 조이카지노들이 흙 밖으로 나왔다가 대부분은 죽고 마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꿈을 찾아 세상에 나오지만 끝까지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해. 그 차이가 무엇일까? 엄마는 어제 보았던 조이카지노의 위대한 여정을 통해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지, 그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하려고 해.
첫째, 나를 아는 것의 힘
햇빛에 말라죽은 조이카지노 가족과 흙으로 돌아간 위대한 조이카지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건 자기 자신의 현재 상태를 아는 힘이야. 조이카지노 가족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햇볕에 말라 죽었던 이유는 자기가 얼마만큼 나와야 다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 때문이야. 내 현재 상태와 능력으로 어느 정도의 거리만큼 가면 무사히 물을 먹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가늠하지 못한채 무작정 앞으로 나아간거지.
반면 위대한 조이카지노는 자기에게 힘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잔디밭까지는 얼마만큼 떨어져있는지 객관적인 자기 인식이 있었던거야. 힘이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로 흙까지 기어가는 것은 힘들거라 판단하고 잠시 멈추어 힘을 비축한 후 마지막 힘을 짜내어 도약한거지. 즉,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아는 힘이 조이카지노를 살린거야.
이렇게 자기 자신을 아는 힘,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를 파악하는 능력을 메타인지(metacognition)라고 해.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적 활동에 대한 지식과 조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해 아는 것에서부터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계획과 그 계획의 실행과정을 평가하는 것에 이르는 전반을 의미해(주1).
메타인지라는 용어는 발달심리학자인 플라벨이 처음 창안했는데, 자기 자신의 인지 과정 또는 그와 관련된 모든 지식(주2)으로서, 쉽게 말해 ‘생각에 대한 생각’ 또는 자기성찰 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자, 내가 어떤 강점이 있고 어떤 약점이 있는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힘이지.
이 메타인지가 왜 중요할까?
나의 현재 능력을 아는 것은 성장을 위한 첫번째 단계이기 때문이야. 만약 내가 10만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5만큼만 가는 것은 너무 쉽거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겠지. 그렇다고 20만큼 가려고 한다면 너무 힘들어 쉽게 지치거나 금방 포기해버릴지도 몰라. 10보다 조금만 더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노력한다면 나에게 도전적이면서도 충분히 해볼만한 일이 될거야. 따라서 나의 현재 능력을 아는 메타인지는 지속적인 성공을 위한 발판이라고 할 수 있지.
‘너 자신을 알라’라는 사상으로 유명한 소크라테스 역시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아는 것처럼 확신하는 것이 무지(주3)라고 했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 선과 악이 무엇인지 아는 지(知)가 곧 덕이라는거야.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것은 지혜롭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즉, 메타인지는 스스로의 현재 능력을 파악하고 성찰함으로써 나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알맞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성공의 핵심적인 요소인거야.
엄마는 최근 ‘7세 고시’라는 비상식적인 현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 만 5~6세 아이들이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레벨 테스트를 가리키는 말인데, 그 난이도가 상상불가할 정도로 어렵다고 해. 그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전혀 맞지 않는 중고등 수준의 어휘와 추론 능력을 요구한다고 하니,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아동 학대’라고 비판하기도 했어.
이러한 행태는 아이들의 뇌 발달과 정서적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히려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과 메타인지 능력을 발달시키는데 방해가 될 수 있어. 자신의 현재 능력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더 멀리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죽어버린 조이카지노 가족을 보며 엄마는 ‘7세 고시’ 현상에 대한 우려의 마음이 생겼어.
건강한 성장과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알고 성찰하는 메타인지 능력은 반드시 필요해.
스텔라, 진정한 성공을 위한 나머지 방법들은 다음 편지에서 이어서 말해줄게.
주1: 네이버 지식백과
주2: Flavell, J. H. (1976). Metacognitive aspects of problem solving. In L. B. Resnick (Ed.), The Nature of Intelligence (pp. 231–236). Hillsdale, NJ: Erlbaum.
주3: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