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
서영은 강윤기에게 그림에 기초를 1년 동안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기초가 다 되어가는 시점이 되었을 때 아들 차웅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기로 했다. 남편과는 이혼을 했지만, 아들은 한국 보다는 미국에서의 공부가 더 적성에 맞아했기에 그녀는 아들을 위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었다. 서영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그녀는 오빠들을 만나서 아버지가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인 아버지의 그림에 관한 의논을 나눴다. 서영은 아버지가 살던 도시에 시립 미술관에 아버지 작품을 전부 기증하는 것을 원했고, 오빠들은 자기들이 소장하길 원했다. 몇 시간의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도 세 사람의 의견은 계속 달랐다. 결국 서영과 두 오빠는 아버지의 작업실을 미술관으로 만들어서 그 미술관의 모든 관리를 강윤기 화백에게 맡기기로 최종적인 합의를 했다. 그에 따르는 비용은 아버지의 아파트를 정리해서 하는 걸로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서영은 오빠들을 마지막으로 만나던 날, 엄마의 숨겨진 딸을 만났던 일에 대해서 몇 번이나 말을 하려다 입술을 깨물었다. 엄마와 쓰리 카드 포커만 알던 그 깊은 내막을 이제 와서 오빠들에게 조차 알린다는 것은 어쩐지 돌아가신 엄마, 쓰리 카드 포커가 원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세상에는 끝까지 숨겨져야 할 비밀도 그래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에 대한 비밀이 밝혀져서 이제 와서 오빠들이 엄마를 달리 생각하게 하는 것도 힘들 수 있는 일이었고, 혼자 꿋꿋이 살았을 그녀를 이제 와서 가족이란 울타리에 가두고 형제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의사였던 아버지가 남겼어야 할 백억이 넘는 유산을 자식들에게는 한 푼도 남기지를 않고 고아원에 다 기부하고 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나 섭섭함이 큰 오빠들에게 이런 일은 절대 용서받지 못할 일이 될 수도 있었기에
서영은 그녀에 관해 더 이상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서영은 아버지가 남긴 유산은 재산이 아닌 정신이란 생각을 했다. 자신이 사랑한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그녀를 끝까지 사랑하고 기다려서 결혼했을 아버지. 그리고 그런 사연을 끝까지 자식들에게 끝까지 숨기고 엄마가 낳은 딸까지 돌봤던 아버지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서영은 자신의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아버지란 존재가 다시금 곱씹어지고 또 곱씹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우리 아버지는 참으로 위대했구나를......
그리고 또 그는 진정한 의사였고, 화가였으며 고아들을 진실로 사랑한 선량한 인간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서영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강윤기를 만났다. 그리고 그에게 처음으로 쓰리 카드 포커 자화상을 부탁했다. 제자 강윤기란 사람이 알고 있는 쓰리 카드 포커 얼굴을 그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그 그림이 마무리가 되면 다시 한국에 쓰리 카드 포커 자화상을 보러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서영은 3년 후, 한국에 돌아와 쓰리 카드 포커 미술관이 완공되던 날, 다시 돌아왔다. 그다지 크지는 않아도 쓰리 카드 포커 화실이 있던 자리에 고딕양식처럼 아름다운 미술관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강윤기 화백이 그린 쓰리 카드 포커 자화상이 미술관 맨 입구에 걸려 있었다.
서영은 입가에 주름이 진 아버지의 얼굴과 고요한 눈빛, 그리고 오뚝한 콧날에 두툼한 입술의 아버지가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짓는 것처럼 그곳에 걸려 있는 것에 그녀도 눈물이 고였다. 서영은 수많은 인파들이 미술관의 개관식에 행사를 하느라 바삐 움직였지만, 그녀는 조용히 아버지의 자화상을 매만지며 처음으로 아버지의 오래전 음성을 들었다.
"딸, 사람은 돈보다 더 소중하게 지켜야 할게 무엇인지 아니? 그건 다른 게 아니라 자신의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거지. 그게 남들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내게는 천하에 없는 소중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거야. 내가 네 엄마를 사랑한 일이 그런 일이었어. 네 엄마가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난 네 엄마가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거든. 그러니 너도 널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남자랑 살아야 하는데........ 그게 이루어질지 걱정이구나. 네가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지만 가정은 어쩐지 이 쓰리 카드 포커 눈에 위험에 보이거든."
서영은 쓰리 카드 포커 그 오래전 음성을 쓰리 카드 포커 자화상 앞에서 십 수년의 세월이 지난 다음 처음으로 다시 듣게 된 것이었다. 그때 강윤기 화백이 많은 인파를 뚫고 서영이 서 있는 쓰리 카드 포커 자화상 옆에 다가와 서 있었다. 서영은 처음으로 강윤기 화백의 깊은 눈빛에서 쓰리 카드 포커 그 염려와 근심의 눈빛을 발견하고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두 눈에 가득히 고였다.
그때 미술관 바깥에 서 있던 오래된 감나무의 연둣빛 잎사귀가 유월의 바람에 싱그럽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강윤기가 그린 쓰리 카드 포커 자화상 위로 감잎은 바람을 따라 날아다녔다. 연둣빛 고운 빛으로.
서영의 길고 하얀 원피스와 강윤기의 푸른빛 셔츠가 스치듯 마주 서자, 미술관 어디선가 누군가 치는 피아노의 선율이 온 미술관을 감싸 안았다. 피아노를 치는 남자는 다름 아닌 서영의 아들 차웅이었고,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음악 천재로 알려졌고, 아들은 서영과 강윤기를 바라보며 미술관 한쪽 구석에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