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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로리 Mar 26. 2025

때타월과 토마스카지노

토마스카지노. 오랜만에 우리가 같이 갔던 토마스카지노을 가봤어요. 제가 어릴 적엔 그게 우리의 주말 루틴이었죠. 엄마와 나, 그리고 토마스카지노. 이렇게 우리 셋이 가던 토마스카지노은 이제는 낡고 허름해졌어요. 여전히 온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이제 사람들은 ‘○○탕’이라고 쓰여있는 곳들보단 ‘○○스파’라고 쓰여있는 깔끔한 곳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토마스카지노을 가게 된 이유는 제 딸 때문이에요. <장수탕 선녀님이라는 동화책이 있는데 그 책을 읽던 딸이 저에게 물었어요. “엄마, 나도 토마스카지노 가보고 싶어. 그리고 요구르트는 무슨 맛이야?” 이미 콜라도 마시고 모든 음료를 섭렵했다고 생각했던 딸이 요구르트 맛을 모른다고 말하는 게 이상했어요. 제가 어릴 땐 주말마다 마시던 음료가 바로 요구르트였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저희 딸은 아직 토마스카지노을 가본 적도 없어요. 여름이면 워터파크에서 온종일 놀고, 한 때 유행했던 찜질방에도 한 번 데려가 본 적 있긴 한데, 토마스카지노은 처음이라니 참 이상하죠? 요즘은 토마스카지노이 있어도 갈 시간이 없어요. 부러 시간을 내지 않기 때문이겠죠. 어쩌다 워터파크에서 놀고 딸을 씻길 때에도 샤워만 재빠르게 하고 나오기 일쑤였어요. 뜨끈한 물속에서 때를 불릴 만큼의 십 여분조차 제게는 없었나 봐요.


오랜만에 엄마는 화장실에 있는 세면도구를 목욕 바구니에 넣었어요. 당연히 초록색 때타월도 챙겼죠. 이제는 엄마의 나이가 예전 토마스카지노의 나이만큼 찼어요. 엄마는 작은 유리 반찬통에 꿀이랑 쌀가루 섞어 담았어요. 목욕하고 나서 피부에 바를 건가 봐요. 저 어릴 땐 우리 같이 오이를 갈아 얼굴에 붙이기도 하고 유통기한 지난 요플레를 문댄 적도 있었죠. 어릴 때에는 바리바리 챙기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창피하기도 했는데 지금 보니 그 모습도 정겹네요.


토마스카지노에 도착해 아이는 조금 긴장했어요. 때타월의 무시무시한 소문을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겠죠? 그 모습이 참 귀여워요. “조금 있으면 때를 밀어야 하니까 물속에서 15분은 버텨야 해!” 저는 장난스레 겁을 줬어요. 아이는 뜨거운 물속에서 몸을 베베 꼬며 낯선 온도에 적응하려 애쓰더군요. “엄마! 시간이 멈춘 것 같아. 나 얼마나 더 참아야 해?” 토마스카지노 벽에 걸린 빨간색 시계를 쳐다보며 아이는 재촉해요. 작은 바가지 하나만이 그곳에서 유일하게 시간을 버틸만한 장난감이에요. 아이가 그렇게도 힘들어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아무렇지 않아 졌네요. 몸이 뻘게지긴 했는데 예전처럼 숨이 막히지 않아요. 저도 이제 다 큰 어른입니다.


토마스카지노.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어요. 어릴 적엔 화려해 보였던 토마스카지노도 타일에 금이 가고 군데군데 때가 묻어 있네요. 뿌옇게 변색된 것들이 세월의 흔적을 말하고 있어요. 탕 속에 비친 제 모습도 예전 같지 않아요. 토마스카지노를 닮아가고 있는 엄마의 모습만 봐도 그래요.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도 있어요.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엄마가 때 밀어준다는 건 싫더라고요. 까맣게 때가 밀려 나오면 왠지 엄마가 개수를 셀 것만 같아요. 그래서 초록색 때타월에 자꾸만 물을 묻히게 돼요. 그래도 엄마 등을 밀어주는 건 싫지 않아요. 이제 내가 힘이 더 세니까 등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해줄 수 있어요.


토마스카지노에 있으면 알몸의 여자들을 관찰해요. 가슴과 엉덩이가 예쁜 여자를 보면 조금은 부럽기도 해서 더 힐끗거려요. 나이 든 어르신들은 탕을 옮겨 다니는 것만 봐도 대단해 보여요. 굽은 허리로 뼈밖에 남지 않으신 분들도 살결은 곱네요. 토마스카지노을 자주 찾는 분인가 봐요. 예전엔 토마스카지노에서의 시간이 느리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리운 장면들도 빠르게 지나가요. 아이와 함께한 이 시간도 머지않아 추억의 일부가 되겠죠?


아이의 첫 토마스카지노 체험은 성공적이진 않았어요.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아 결국 엄마가 손녀딸을 데리고 나가셨죠. 저 혼자서 삼십 여분 시간을 보내다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나왔어요. 밖으로 나왔을 때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니 기분이 좋네요. 아이는 어느새 토마스카지노가 사준 요구르트 한 줄을 마시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네요. 손바닥보다 작은 병을 꼭 쥐고선 빨대를 꽂아 입을 쪽쪽거리는 게 귀여워요.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아마 목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겠죠? 그것으로 됐어요. 아이는 나중에도 토마스카지노와 토마스카지노을 가고 싶을 거예요. 저처럼요.


아이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니 제게 지어주던 토마스카지노의 표정이 생각나네요. 그리워요, 토마스카지노. 토마스카지노의 표정, 토마스카지노의 손길, 토마스카지노의 똥배. 심지어 토마스카지노가 제게 사줬던 요구르트까지 전부. 묵혀놨던 감정들은 역시나 걷잡을 수 없네요. 그래도 오늘 한 겹 벗겨냈으니 제 마음도 조금은 씻겨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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