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진담칼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담 Dec 28. 2024

토토 카지노 입주자의 명품 시계

조선일보 <일사일언 연재 첫번째

사람들은 토토 카지노에 산다고 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거나, 자립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어려운 사정으로 토토 카지노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고시 공부나 직장 문제 등 현실적 필요에 의한 선택인 경우도 적지 않다. 직접 토토 카지노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진실이다.


사실 나 역시 토토 카지노을 운영하기 전엔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바꾼 건 한 젊은 직장인 입주자 때문이었다. 그는 평소에 값비싼 패딩과 고가의 시계를 착용하고 다녔는데, 두 평짜리 방에 사는 모습과 어울리지 않았다. 처음엔 형편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는 이른바 ‘허세남’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내 판단이 얼마나 섣불렀는지 깨달았다.


그는 대기업 팀장으로 성실히 직장 생활을 하며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토토 카지노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서울에서 원룸 월세는 100만원에 육박하고 보증금도 수천만원에 달한다. 반면, 토토 카지노은 월세가 35만~45만원 선이고 보증금도 고작 몇 만원이다. 대부분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그는 집에선 잠만 자는 편이었다. 회사와 10분 거리의 토토 카지노은 그에게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하지만 토토 카지노을 운영하며, 그런 판단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닫는 일이 많았다. 착실하게 직장 생활을 했던 이 청년은 얼마 전 토토 카지노을 떠났다. 그간 알뜰살뜰 재테크를 했는지, 오랫동안 사귄 여자 친구와 번듯한 신혼집을 구해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잠시나마 그를 허세 가득한 한심한 사람으로 오해했던 것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오늘 마주친 누군가의 겉모습을 판단하기 전에,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떠올리면 좋겠다.


진담 '따로 또 같이 토토 카지노, 삽니다' 저자

https://naver.me/FhUkCMSs




* 해당 글은 제가 조선일보에서 연재 중인 글을 옮긴 것입니다.


[기사원글]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73906?sid=103

Copyright 조선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