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역까지 가는 마을포 카드 포커를 탄다. 비좁은 동네 골목길, 구석구석을 부지런히 오가는 마을포 카드 포커는 언덕이 많은 우리 동네에서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이동 수단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30분 남짓의 짧은 코스를 왕복하는 마을포 카드 포커 기사님은 동네 어르신들을 훤히 꿰고 있다. 매일 새벽 같은 시간에 시장으로 향하는 할머니, 멋진 베레모를 쓰고 마실을 나서는 할아버지, 아파트 단지로 출근하는 청소 아주머니, 단정한 옷차림에 미소를 겸비한 어린이집 선생님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밝은 미소와 싱거운 농담이 오가는 버스의 아침 풍경은 꽤 정겹기까지 하다.
며칠 전 일이다. 포 카드 포커에 탄 할머니 한 분이 카드 지갑을 찾느라 이리저리 가방을 뒤지다 말했다. “아이고, 내가 카드 지갑을 집에 두고 왔나 봐. 정신머리하고는…. 시장 갔다 돌아오는 길에 두 배로 내면 안 될까?”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포 카드 포커 기사님께 쏠렸다. 이 엄동설한에, 할머니에게 내리라고 하면 어쩌나, 승객들은 숨을 죽인 채 대답을 기다렸다. “포 카드 포커비는 내년에 주셔도 되고, 내후년에 주셔도 됩니다. 어서 앉으세요. 출발합니다~.” 기사님 대꾸에 승객들은 미소를 지었다. 바깥은 영하의 추운 날씨였지만, 포 카드 포커 안의 공기는 더할 나위 없이 훈훈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기사님이 사정 봐주지 않고 하차를 요구했다고 해도 그를 쉽게 비난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님의 넉살 좋은 한마디 덕분에 이 딱딱한 세상이 그래도 저런 인정이 있어 그나마 돌아가고 있구나 하는 믿음이 조금 커졌다. 그날 나를 비롯한 승객들은 분명 버스 안에서 그런 포근한 느낌을 공유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인정’의 첫 번째 뜻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심정.’ 아,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고 동정심(측은지심)을 느끼거나, 옳지 못한 일을 했을 때 부끄러움(수오지심)을 느끼는 건 우리가 가진 ‘본래의 심정’이었구나. 우리는 그저 그걸 드러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인사를 건네고 일상을 나누다 보면 작은 신뢰가 쌓여 삶의 온도가 따듯해지는 것이다. 최근 경제가 어렵다는 소식에 사람들 마음에도 추운 겨울이 찾아온 듯하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동네 마을포 카드 포커처럼 작지만 소중한 온기를 쬐며 견뎌야 할 것 같다.
진담·‘따로 또 같이 포 카드 포커, 삽니다’ 저자
Copyright 조선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81921?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