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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봄 Mar 01. 2025

슬롯 꽁 머니이 붙여준 이름, 캣맘

내 삶에 다시 따뜻함이 채워지다

10년 전, 한때 슬롯 꽁 머니를 키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다시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단순한 사랑 이상의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는 쉽게 슬롯 꽁 머니를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맨 정신이 아니고서는 스스로 슬롯 꽁 머니를 집으로 데리고 올 일은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마리의 삼색 슬롯 꽁 머니가 아파트 입구 현관 앞에서 계속 울고 있었다.


“자기야, 슬롯 꽁 머니가 계속 우네. 무슨 일이지?”


아침부터 오후가 넘어가도록 같은 자리에서 울고 있는 슬롯 꽁 머니가 신경 쓰였다. 뭔가 이상했다. 슬롯 꽁 머니는 지하실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불길한 느낌이 스쳤고, 남편이 조심스럽게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한 마리의 검은 슬롯 꽁 머니를 발견했다. 바로 초코였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던 남편이 또 한 마리의 새끼 슬롯 꽁 머니를 발견했다. 한 생명이 물이 든 통에 빠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초코는 너무 어린 나이에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배고픔과 외로움 속에서, 같은 핏줄일지도 모를 형제의 죽음을 지켜보며 홀로 남아 있었다. 그 작고 여린 몸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울 힘조차 없었던 초코가, 삼색 슬롯 꽁 머니의 도움으로 우리에게 발견된 것은 기적과도 같았다.


그날 이후 초코는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인연은 멈추지 않았다. 초코를 시작으로 두 번째 슬롯 꽁 머니 밀크, 세 번째 슬롯 꽁 머니 딸기, 네 번째 슬롯 꽁 머니 치즈까지, 나는 어느새 네 마리의 슬롯 꽁 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슬롯 꽁 머니를 키우겠다고 처음 마음먹기는 어려웠지만, 그다음부터는 그렇게 힘든 결정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졌다.


슬롯 꽁 머니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점점 캣맘이라는 이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 내 손길과 사랑을 기다리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내 삶에 따뜻한 의미를 더해주었다. 때로는 힘든 날도 있지만, 작은 발걸음으로 다가와 몸을 비비고, 조용히 옆에 앉아 나를 위로해 주는 슬롯 꽁 머니들이 있어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내가 슬롯 꽁 머니들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 아이들이 나를 돌봐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슬롯 꽁 머니이 붙여준 이름, 캣맘.

그 이름 덕분에 다시 힘차게 세상을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사랑은 돌봄 속에 있다.”


내가 너희를 보살피는 동안, 너희도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구나. 초코, 밀크, 딸기, 치즈. 내 사랑하는 슬롯 꽁 머니들아, 우리 오래오래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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