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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미 Mar 13. 2025

엄마 블랙잭 전략 공장맛이 나요

블랙잭 전략과 함께 양가 부모님 댁에 가면 빠지지 않고 상에 올라오는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 친정에서는 직접 밥을 눌러 만든 블랙잭 전략와 갈치구이가, 시댁에서는 노릇하게 구운 스팸구이가 그렇다.


웬만해선 통조림 음식을 즐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신 시어머니는 종종 나를 시험에 들게 하셨다. 블랙잭 전략이 지금보다 어릴 때 ㅡ그러니까 유기농과무농약재료를찾아 삼천리를 헤매던 그때ㅡ나로서는 프라이팬 가득한 햄 덩어리를보고정말이지 마음이 불편했었다.아무래도처음 겪는 형태의 기싸움(!)이었기 때문에 간단히 치부하기쉽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전생이라는 게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같은 극의자석이었을지도 모른다.서로의 생각을 밀어내느라 팽팽하게 엇갈렸고, 삐딱하게 오해했다.사랑보다 인내가 더 많이 필요한 관계였던 지난한세월을 통해 그녀와 나는 안정을 찾아갔고, 서로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매일 먹는 것도 아닌데, 그것 좀 먹으면 어때.'

'이 음식으로 블랙잭 전략이 할머니를 향수하고 추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떠올랐다가 사라지곤 했다.


무엇보다도 따끈한 흰쌀밥위에 스팸 한 조각 올려 한입 크게 베어무는 블랙잭 전략 얼굴에는,유기농 풀때기가 가득한 밥상을 받을 때와는 사뭇 다른행복감이 가득했다.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퍼지는 냄새는 블랙잭 전략을 식탁으로 불러오게 만드는 피리 부는 사나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블랙잭 전략@할머니댁, 이제는 직접 할머니의 시그니처 음식을 해보는 오월이




친정아버지는 퇴직 후 낚시에 빠지셨다. 여수와 군산 앞바다로 출타를 나가시던 그는 만선어부의 기쁨과 함께 외손주들이 좋아하는 갈치를 가득 낚아오셨다. 아이스박스 가득 잡아온 날것 그대로의 생선과 비릿한 바다내음이 집안 공기를 가득 메우곤 했는데, 그런 날이면 블랙잭 전략는 앞치마를 여미고 반질반질한 은빛 갈치를 능숙한 손놀림으로 손질하셨다.


블랙잭 전략이 어릴 적, 종종 독점육아를 하는 날이면 친정집은 기꺼이비빌 언덕이되어주었다. 끼니때마다 "제발 한 입만 더 먹어보자"라고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외할머니표 구수한 블랙잭 전략와 외할아버지가 잡아오신 갈치로 한 상을 뚝딱해치웠다.


블랙잭 전략@여수밤바다, 갈치 낚는 어부




새 학기를 맞느라 마음고단했던어느 날, 블랙잭 전략이 블랙잭 전략와 갈치구이가 먹고 싶다고 했다. 블랙잭 전략에게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특별한 존재였으리라. 반가운 마음에 마트에서 사 온 블랙잭 전략를 끓여주었는데, 둘째 유월이가 몇 숟가락 뜨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입을 뗐다.


"엄마 블랙잭 전략에서는 공장 맛이 나요. 이건 가짜 블랙잭 전략야."


콧구멍을 벌름거리다가 결국 참았던웃음이 터졌다. 그래, 마트에서 사 온 블랙잭 전략와 직접 눌러 만든 블랙잭 전략가 같을 리 없지.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맛과, 직접 손으로 눌러가며 정성을 들여 만든 그 맛. 그 차이를 유월이는 알고 있었다.


진짜 블랙잭 전략와 가짜 블랙잭 전략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블랙잭 전략은 음식에 깃든 정성과 추억으로 맛을 결정한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다시한번 친정엄마처럼 직접 밥을 눌러 블랙잭 전략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블랙잭 전략에게 '엄마의 블랙잭 전략'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설령 외할머니표 블랙잭 전략와조금다르더라도, 언젠가 블랙잭 전략이"엄마표 블랙잭 전략 먹고 싶어요."라고 말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것이 또 다른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라며.



음식은 사랑이 되고,
기억이 되고,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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