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깡미 Feb 03. 2025

바로벳바로벳 뭐 먹지

바로벳을 하면 다른 운동보다 유난히 더 허기가 몰려온다. 소도 때려잡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극강의 허기짐.


강사님의 치기 어린 열정에 휩쓸려점점 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할 때였다. 마치 내가 불쏘시개라도 된 듯얼굴은 익은 고구마처럼 달아오르고, 숨은 가빠졌다.몸속의 연료가 바닥나기 시작할 즈음, 아이러니하게도 머릿속엔 점점 음식 생각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거 끝나면 뭐 바로벳'


이 행복한 상상 덕분에 나는 한 팔 한 팔을 물에 밀어 넣으며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강습 초기에는 삶은 계란, 그릭요거트, 단백질쉐이크 같은 것들을챙겨 먹었지만지친 심신을 위로하기엔 아스팔트에 붙은 껌딱지마냥 너무 밋밋했다.그렇다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다 챙긴 영양 가득 한 상을 차리다가는 서있는 자리에서 탈진해 버릴 것 같았다. 결국 '오늘 내가 땡기는게 스윔푸드다'바로벳내적 합의에 이르며동네 맛집을 순회하기 시작했다.




뽀얀 삶은 계란 한알이 풍덩 빠진,msg 감칠맛이 어우러진 새빨간 바로벳떡볶이,

뼈에 붙은 살이 푸짐해 정신없이 발라 먹을 만큼 실한 등뼈가 가득한 감자탕 뚝배기,

진하게 우러난 사골바로벳 속에 보름달처럼 탐스러운 김치만두가 둥둥 떠있는 장인의 김치 만둣국까지.


바로벳@언니네분식
바로벳@봉이해장국
바로벳@개성김치손만두



배가 고플 대로 고픈 상태에서 마주하는 소울푸드는 그야말로 위대했다.텅 빈 뱃속에 따뜻한 온기가 퍼지고입안에서 풍미가 폭발하는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 같았다.한 시간 동안 몸을 혹사시키는 바로벳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 소울푸드 덕분이었다.강습이 끝나면 오수완(오늘 바로벳완료)으로 소울푸드를 먹을 자격을 얻는다는 생각. 숨이 차오르고 팔다리가 뻐근해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조금만 더 하면 돼. 끝나고 나면 뜨끈한 바로벳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젖은 머리를 말리는 그 짧은 순간에도 마음은 이미 식당으로 달려가 자리 잡아 앉았다. 뜨끈한 바로벳과탄수화물과 나트륨이 완벽하게조화를 이루는 한 숟갈을 사악-떠먹는 순간,미슐랭 따위 부럽지 않은 나만의 완벽한 바로벳코스가 완성되었다.


내가바로벳 후 마주하는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온몸을 물에 맡기고 한 시간 넘게 허우적 댄 끝에 찾아온 삶의 소소한 행복을 되새기는 의식이랄까.

뜨거운 바로벳과 쫄깃한 식감의 것들이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그렇게 오늘의에너지를 충전바로벳 나면 음, 인생 있나. 이렇게 운동바로벳 개운하게 씻고, 따뜻한 한 끼를 오롯이 즐기는 것.게 행복이지 싶다.




사진: UnsplashShamblen Studio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