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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의 뜰 May 07. 2025

라이브 바카라, 동감

내 남사친과의 라이브 바카라


“전화 줘서 고마워요. 이렇게라도 소식 들어서 라이브 바카라 고마운지. 건강 잘 챙기고 또 연락해요, 우리.”


얼마만이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가 한창일 무렵 과장이었을 때 차장 승진을 앞두고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한동안 서로 연락하지 못하고 지냈으니 말이다. 문득 궁금하긴 했다, 회사는 잘 다니고 있는지, 지금쯤 차장이 되었겠지, 아이는 잘 크고 있는지, 건강한지… 내가 아는 유일한 라이브 바카라내기 (물론 그 친구가 빠른 1월생이지만 내가 11월 생이라 겨우 두 달 차이, 전혀 문제 될 거 없다. 억지로라도 우기고 싶은 사회에서 만난 소중한 라이브 바카라. 아니지, 음력으로 띠를 보니 라이브 바카라 맞네, 진짜) 남자 친구였으니까. 여자 형제, 여중, 여고, 여대를 거쳐 마지막 회사에서 만난 남사친이라 내게는 조금 특별한 친구였다.


서로의 직함을 불렀고 존칭을 썼고 라이브 바카라내기 여고 시절 친구와 함께 있듯 미주알고주알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그저 든든했다. 사무실 저쪽 끝에서 내 친구도 함께 애쓰고 있다는 사실에. 또한 노총각 과장, 차장이 포진해 있는 부서에서 나의 친절 혹은 상냥함 조차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을 수 있기에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내가 윗니를 드러내 보이며 웃을 수 있던 유일한 동료였으니까. 생긴 건 귀여운 북극곰 상인데 북극여우같은 명민함을 지녔던 사람, 그랬던 박 대리님은 당시 여자친구가 있었고(그 여자친구가 지금의 아내이기도 하고) 비록 이성 친구이나 서로 사심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어서 어쩌면 더없이 편했을, 그래서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조금도 흐르지 않아서 라이브 바카라내기 친구로 남은 사실이 그저 좋았다.


한 가지 나와 박라이브 바카라님 사이에 거리낄 거라고는 나의 지인이기도 했던 그 사람(라이브 바카라 지인에게​)이 박대리님과 친분이 있는 형이어서 정기적으로 술자리를 함께 갖는 사이라는 것 하나. 그 껄끄러움은 물론 나만의 것이지만 눈치 빠른 박대리님은 남자들끼리 술자리에서 오간 대화만으로 짐작가능한 그 지인과 나의 묘한 기류를 짐짓 대수롭지 않게 덮어두어 주었다. 과거 그의 결혼 소식을, 해를 거듭할수록 커져가는 그의 회사 매출 규모를 연예인 가십거리 얘기하듯 내 귀에 흘려주었고 나 역시 잘 됐네, 좋겠다 정도로 내 선에서는 최대한 건조하게 반응했지만 박대리님에게 끝내 말하지 못한 내 속 이야기는 사모님 소리 듣고 사는 그 아내분 팔자가 너무 부러워요였을 거다. 보란 듯 그만한 재력에, 외모에, 취향에 버금가는 남자와 결혼해서 살았더라면 내가 한때 그로 인해 밤잠 설치는 때가 있었지 코웃음 치며 넘겨 지나갈 그의 소식이었겠지만 박대리님과 아니 박차장님과 경력단절 십 년 동안 주고받은 안부 전화에서 내가 들려줄만한 새로운 내 신변의 변화는 죄다 내세울만한 게 없는 것이었다. 둘째를 낳고 제 옷 사이즈가 헐렁한 55에서 이젠 꽉 끼는 66으로 변해서 후덕한 중년의 아줌마가 다 되었지 뭐예요라고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시 일할 의지도 없이 여전히 남편 월급으로 알뜰살뜰히 네 식구 쪼개어 쓰고 있어요라고 말하자니 내 처지가 더 한심스럽기도 했다.


그 사이 김 주임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일본 지사장으로 나갔다 하고, 정 주임은 퇴사를 하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하고, 최 주임은 역시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다음 달에 중국 법인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한다. 나는 아이들 끼니나 챙기고 숙제나 준비물이나 챙기며 쉬엄쉬엄 살아온 지난 십 년, 강산이 뒤바뀐다는 그 십년동안 그들은 고속도로가 아닌 활주로를 내달리고 있었구나 싶어 어머, 잘 됐다, 멋져, 대단하네란 추임새를 오고 가는 대화 속에 넣고 있었지만 동시에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인 내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문득 윤동주의 시 자화상 속의 그 사내처럼 내가 미워졌다가 가여워졌다가…


박차장님은 그러다 전화 통화 말미에 김대리가 엊그제 갑상선암 판정을 받아 당분간 병가휴직을 낼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며 박차장님 자신은 차장 되고 팀장 겸직하면서 야근과 스트레스가 심해 머리가 많이 빠졌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고는 작년에 동생이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와 그 때문에 용기 내어 지금 육아 휴직을 하게 되었고 복직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하고 자기 사업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건너 건너 다른 사람 소식을 전해주듯 들려주었다. 그의 입에서 이렇게 담담히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면 얼마나 많은 고심과 고통의 시간이 있었을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20년 가까이 다닌 회사를 한꺼번에 몰아친 시련 때문에 준비 없이 그만 둘 그가 아니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깨달은 삶의 우선순위 역시 어쩌면 라이브 바카라 십 년 전에 막연히 그럴 것이라 믿고 싶었던 그것과 다르지 않아서, 내세울 거 하나 없는 나이지만 그의 선택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그의 앞날을 축원하고 싶었다. 늦었지만 어딘가에서 잠들어 있을 그의 동생의 평온한 안식을 동시에 고요히 바라며.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어요. 다만 이게 나에게는 최선일 거라는 믿고 싶은 내 바람이지 모두에게 옳은 게 아니니까요. 저 역시 응원할게요, 내 라이브 바카라내기 친구, 박 차장님을.’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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