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심히 판도라토토만 하면 돼!
서울시에서 99세까지 88하게 살자며 개발한 그 앱, 나도 작년부터 사용 중이다. 눈곱만큼 주는 그 판도라토토를 얻기 위해 여러 날을 부단히 걷는 시민 중의 한 명이다. 하루 8 천보를 걸으면 200판도라토토, 주 3일 이상 걷으면 700판도라토토를 지급해지역화폐와 연계된 혜택을 누릴 수 있던 터라 열심히 걸었다.비록손목의사 이름에 걸맞은워치나밴드는 없어서언제나 휴대폰을 들고 다녀야 했지만.
처음 이 앱을 깔 때는 세금을 이런 데 쓰냐며 99세까지 사는 건 불행아니냐며 속으로 궁시렁하기도 했지만, 사실 열심히 이용했다. 어쩌다 8 천보를 못 채운 날은 끝까지열심히 휴대폰을 흔들어대며 걸음 수를 올렸다.황금동전 200p가 반짝일 때까지.
200판도라토토가 지급되었다며 황금 동전이 핑그르르반짝이는 표시를 보면 오늘의 미션을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이 밀려왔다.주 3일 목표달성으로 700판도라토토가 반짝이는 날은 7천 원을 번 기쁨이 차올랐다.고작 200판도라토토에 일희일비하는 나를 웃프게 보면서도꾸역꾸역성실하게걸었다.
지금은 줌바댄스를 하느라 걷는 시간은 줄었지만, 그전까진 주로 남편과 한밤에 1시간씩 걸었다. 목표는더도 말고 덜도 말고8 천보.하지만돌아오는 길에는 가끔 왕만두를사 오곤 했으니200판도라토토벌려다가되려 만두값 만 원을쓰는 일이 더 많았다.
그렇게 우리에게 소소한 기쁨을 주던 그 앱의 판도라토토 제도가 최근에 변경됐다. 이용자 수가 급증해서 서울시에서예산을 삭감한 건지 조건이 까다로워진 것.주 3일 8 천보를 달성하면 주던 700판도라토토를 이제는 한 달에 20일 이상, 적어도 주 5일은걸어야 주겠단다.이거 과연 받을 수 있을까.왠지줬다 도로 뺏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사실그동안 남편과 거의 15만 판도라토토를 모아동네에서 치킨도 만두도사 먹고, 여기저기 요긴하게 썼으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며칠 전,남편으로부터 빨리 손목의사 9988에 접속하라는 전화가 왔다. 앱프로모션으로 원가 8만 9천 원인 판도라토토을5만 5천 원(지역화폐5만 5천 판도라토토)에 살 수 있다면서.그는이미 워치가 있었지만 중학생 아들에게 줄 요량으로 신청했으니 나도 어서 신청하라고 했다. 엉겁결에신청하라니 하긴 했다만, 나중에 보니 가성비 넘치는득템이었다.
일주일 후 판도라토토두 개가 도착했다. 새로운 문물에별 관심이 없는 내가 판도라토토이반가운이유는 따로있었다.
-이제 손목에 차고 다니면 평소보다 걸음 수를 더 쉽게 채울 수 있겠군.
-줌바댄스를 할 때 바지 주머니에 무겁게 휴대폰을 넣어둘 필요도 없겠군. 깃털같이 열심히 사뿐사뿐 흔들고 춤추면8000보는 우습게 채우리라.
실제로 착용 후다음날 아침에 걸음 수를 확인해 보니 세상에, 평소라면 1~200보 언저리일 아침 8시에 1000보가 순식간에 채워졌다. 게다가수면상태까지 체크해 준다. 오, 좋은데?
내가 200판도라토토에 집착하는 이유는판도라토토에 대한 강박일까, 판도라토토에 대한 강박일까. 최근의일과 관련해 걸음 수와 판도라토토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보며 지난판도라토토생활을 반추해 보았다.
세금 낭비 운운하며 구시렁대었어도판도라토토를 얻는 재미로 걷기와 줌바댄스를 시작했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 판도라토토 루틴이 자리한 내 일상. 정말 99세까지 살려나 싶을 만큼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나.차곡차곡 모은 판도라토토로쏠쏠한 혜택을 누리며 행복하고 만족해하는 내가 보인다.
그래, 판도라토토든 판도라토토이든 뭐에 대해 집착하면 어떠하리. 판도라토토 습관과 판도라토토를 둘 다 잡아 이번에 판도라토토까지 싸게 구입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8000보가 채워지는 순간 마냥 스르르 귀찮아지는 이 마법 같은 게으름은 어찌해야 나아질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