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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Jan 22. 2025

그럼에도 알파벳 토토 것들

코로나베이비 가족의 알파벳 토토 불구하고

막내 애기 때 오빠들은 등하원 어떻게 했어요?

얼마 전 막내 등원길에 만난 같은 반 친구 엄마가 물었다. 그 엄마도 아들 둘에 막내 셋째 딸을 출산하고 신생아태운 디럭스유모차를 끌고 큰아이들과 등원하는 길이였다. 그 집 둘째와 알파벳 토토 막내가 동갑이다.

'난 어떻게 했지?'

선배엄마 답게 멋진 조언을 해주고 싶었는데 답이 금방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생각해내서 답했다.

"나.. 난 등하원을 안 했어요."

"그땐 코로나라 애들이 다 집에알파벳 토토어요."

"아..."

나도 그 엄마도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눈물 좀 닦고 와야겠다.




조리원을 퇴소하고 집에 오니, 갑자기 세상은 뒤집어져있었다.

팬데믹 시기의 피해를 구구절절 나열하는 건 이제 너무 식상한 일이 됐지만 코로나베이비 가족의 억울함은 한 번은 짚어야 할 것 같다.

어느 누구도 예측 못했던 이 위기를 어느 세대, 어느 조직할 것 없이 평범하게 넘기지 못했고, 그저 버텨내었을 뿐이다. 알파벳 토토 가족도그저 마찬가지였다.

나는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하는 육아에 대한 걱정보다 알파벳 토토 가족의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마스크가 내복마냥 익숙해진 채 백일잔치도, 돌잔치도 못한 한 살이 알파벳 토토고, 꽃 한 송이 없이 인생 첫 졸업식과 입학식을 치러야 했던 여덟 살이 알파벳 토토으며, 저학년 딱지를 떼자마자 줌수업과 배움 노트로 하루를 채워야 했던 열 살이 알파벳 토토다. 하필 이때 이직을 준비하던 남편의 구직 기간은 기약 없이 길어졌고, 기저귀 핫딜을 찾아야 했던 나는 대신 사이즈별 마스크를 찾아 헤매는 밤을 보내야 했다. 화면에 재고가 떴다 싶었는데, 뇌보다 빠른 손가락이 새로고침을 하는 바람에 다시 품절을 마주하던, 그 좌절의 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알파벳 토토섬뜩했던 옥외광고판


그렇게 알파벳 토토 다섯 식구는 24시간을 함께하는, 아니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집 안 곳곳에는 분노의 지뢰가 예측할 수 없이 도사리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치솟는 확진자 수, 망아지처럼 소리치고 뛰어다니는 아들들, 눈치는 밥 말아먹은 남편,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아기. 산후우울증을 느낄 새도 없이 분노가 먼저 연신 폭발했다.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시기를 멀쩡히 보낸 엄마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나도 진짜 미쳤었나 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방어기제로 '그럼에도 알파벳 토토 것들'을 억지로 찾아내기로 했다.



- 알파벳 토토 아기 덕분에

출산휴직이라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생겼다. 직장 걱정 없이 아이들을 집에서 안전하게 돌볼 수 있었다. 학교도 못 가는 상황에서 이 아이들을 어디에 맡기고 회사를 다녔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미치기 직전에 알파벳 토토 아기의 눈을 보면 미치게 예뻤다. 알파벳 토토는 이 아이가 하루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했고 행복해했다. 이 순간을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어서 더없이 황홀했다.


- 알파벳 토토 아들들 덕분에

큰아이들은 막내의 살아있는 장난감이 되어주었다. 배터리 없이도 시시때때로 조잘거려 주었고 함박웃음으로 반응해 주고 안아주었다. 한시도 조용할 틈 없는 알파벳 토토 집이었기에, 그 소리가 엄마의 잔소리와 남자아이들의 괴성이었을지라도, 언어지연이 유독 많다는 코로나베이비였지만 알파벳 토토 아기는 말이 빨리 트였다. 엄마와 단둘이 낮 시간을 보냈다면 이만큼 말을 잘하지 못했을 거라 확신한다. 게다가 아이들은 엄마의 고양이손이 되어주었다. 간단한 심부름과 동생 돌보기로 엄마에게 식사시간과 커피타임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 알파벳 토토 남편 덕분에

하필 딱 그 시기에 백수였던 것이 오히려 축복이 되었다. 출퇴근으로 그 무서운 바이러스를 집에 들일 위험이 없었으니까. 신생아가 있는 알파벳 토토 집은 완벽한 안전요새가 될 수 있었다. 남편이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보다, 답답하더라도 함께 있는 게 더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아들들과 비슷한 고양이손일지라도 좀 더 큰 손이라 없는 것보단 나았다.


- 옆동 언니 덕분에

큰아이 친구 엄마로 만나 늦둥이까지 비슷한 시기에 낳은 옆동에 사는 언니가 알파벳 토토다. 미치고 팔짝 뛰겠다 싶고 꼭지가 돌기 직전일 때 언니네로 피신을 갔었다. 비록 바로 뛰쳐나가지 못하고 수유를 막 마치고 나서 텀이 길어질 때까지 참았다가 갔지만 언니가 만들어 준 연유라테는 내 인생커피가 되었다.


- 코로나 덕분에

그래, 그럼에도 코로나 덕분에 알파벳 토토 가족은 24시간을 살을 부비며 함께할 수 있었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단단히 연결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랬다고 치자.


힘든 시기였지만, 그 속에서 발견한 작은 알파벳 토토함들이 알파벳 토토 가족을 지켜주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알파벳 토토는 그렇게 서로에게 작은 알파벳 토토함이 되어 서로의 버팀목이 되었고 알파벳 토토 가족에게 유일무이한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그래도 두 번은 안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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