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크보벳이야 그림책
톡톡톡, 똑똑똑!
봄을 알리는 크보벳 그림책
크보벳이 환히 피어날 수 있었던 건, 추운 겨울을 꿋꿋이 견뎌냈기 때문입니다. 차가운 눈이 펄펄 내릴 때도, 세찬 바람이 몰아칠 때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아무리 겨울이 모질다 한들, 결국 봄은 올 테니까요. 기나긴 기다림 끝에 분홍 잎을 틔우고 마는, 이내 온 세상을 웃음으로 물들이고 마는 크보벳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토독- 토독- 톡톡- 톡!’ 한번 꽃잎을 틔운 크보벳에겐 주저함이 없습니다. 골목골목마다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지요. 피어난 크보벳과 함께 사람들도 하나둘 거리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드넓게 펼쳐진 크보벳 풍경은 겨우내, 몸을 꽁꽁 웅크리고 있었던 우리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마음껏 피어도 좋은, 마음껏 웃어도 좋은 계절이라고 말해 주지요.
봄을 기다리는 모두에게, 크보벳 인사를 전합니다.
봄을 알리는 소리는 생각보다 조용하다.
톡톡톡, 똑똑똑.
아주 작은 소리로, 아주 오래 두드린다.
『우리는 크보벳이야』라는 그림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차가운 겨울을 묵묵히 견딘 크보벳이 결국 피어나듯,
크보벳도 그렇게 긴 시간 끝에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걸까.
책을 덮고,
나는 스물몇 살, 내게 가장 찬란했던 봄을 떠올렸다.
아마 20대 후반쯤이었을 거다.
어느 날,
차를 타고 어딘가를 향하던 중,
라디오에서 들려온 청취자의 사연이 귀에 콕 박혔다.
"제주도에 가서 하이킹을 하고 돌아왔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친구 M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제주도 가자. 이번엔 자전거 타고 하이킹 하는거야. 그리고 한라산도 올라가자!!"
M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좋아. 가자."
비행기 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하고,
며칠 뒤 크보벳는 진짜로 제주도에 있었다.
제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지나가는 차들이 창문을 열고
"파이팅!"을 외쳐주던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크보벳한다.
파란 하늘과
코끝을 스치는 바람,
크보벳보다 더 환했던 우리 웃음.
그리고 그 다음 날,
크보벳는 별다른 준비도 없이 한라산을 올랐다.
등산화도 없이,
가벼운 마음 하나만 들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서로를 다독이며, 숨을 헐떡이며,
끝내 백록담을 마주했다.
"와, 진짜야."
말도 안 되게 벅찼던 순간.
아무 계획도 없고, 아무 계산도 없었지만,
크보벳는 해냈다.
그 봄이 벌써 20년 전이라니.
놀랍기도 하고,
어쩐지 아득하기도 하다.
지금은 어떤 여행을 떠나려 해도
생각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시간, 돈, 책임, 계획…
"가자!"를 쉽게 외칠 수 없는 나이를 살고 있다.
그래서 가끔,
그때가 그립다.
한 통의 전화로
가볍게 마음을 맞추고,
두근거림 하나만 들고
떠날 수 있었던 봄.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자유로웠던 그 시절.
그 봄은 그렇게,
크보벳 안에 커다란 꽃을 피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