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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Apr 13. 2025

주말 저녁, 월남쌈 그리고 제트벳 집 풍경

주말 저녁, 오랜만에 제트벳을 준비했다.
노란 파프리카, 빨간 파프리카, 오이, 달걀지단, 복숭아 통조림, 방울토마토, 불고기, 맛살까지.
가족이 좋아하는 재료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담다 보니,
식탁 위가 어느새 팔레트처럼 다채로워졌다.
모양도 색도 다른 재료들이 옹기종기 놓인 모습이
제트벳 가족을 꼭 닮아 있었다.

“이건 내가 찜!”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웃음이 퍼지고,
각자 좋아하는 걸 골라 싸먹는 손길들이 분주해진다.
서로 다른 재료를 고르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말지만
그 풍경은 이상하리만큼 잘 어우러진다.
그 어수선함조차, 제트벳 가족에겐 딱 어울린다.


신랑은 늘 정석을 따른다.
고기, 오이, 파프리카등 재료를 적당히 넣고
칠리소스를 살짝 얹어 꼭 한 입 크기로 말아낸다.

군더더기 없이 단정한 그 쌈은
마치 하루를 정리하듯 차분하다.
딱히 말은 없지만,
그 정돈된 한 쌈 안엔
늘 가족을 생각하는 신랑의 방식이 담겨 있다.

딸은 섬세하다.
하나하나 재료를 고르고, 보기 좋게 정리해 싸먹는다.
“예쁘게 싸야 더 맛있잖아.”
가끔은 조금 느리지만,
그건 자기만의 리듬으로 세상을 채워가는 중이라는 걸 제트벳는 안다.
그 쌈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보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아들은 정성스럽다.
작은 손으로 재료를 하나하나 골라 담고,
조심스럽게 라이스페이퍼를 말아낸다.

그러다 문득,
복숭아 조각과 방울토마토, 맛살을 올려
귀여운 얼굴 모양을 만들어 놓는다.
눈, 코, 입이 웃고 있는 듯한 접시를 보며
식탁엔 또 한 번 웃음이 번진다.
음식에도 웃음을 그릴 줄 아는 아이.
놀이와 식사가 자연스럽게 섞인 그 유쾌함이
제트벳 집의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든다.

쌈을 말고 있는 아들의 손끝엔

장난기도, 집중력도, 소소한 성취감도 깃들어 있다.


제트벳
제트벳
귀여운 창작의 순간

제트벳는 조금씩 다르지만
식탁에 함께 앉으면 참 잘 어울린다.
누구는 파프리카를 듬뿍, 누구는 복숭아를 살짝.
선택은 다 달라도
한 입 베어 물 때 퍼지는 웃음은 닮아 있다.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함께 먹는 그 시간이 늘 따뜻하다.
서로의 취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 식탁에서,
아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다정한 눈을 키워가고 있다.

제트벳은 완성형이 아니다.
먹을 때마다 달라지고,
누구의 손에서도 새롭게 태어난다.


제트벳 가족도 그렇다.
서로의 방식대로 어울리며,
제트벳는 익숙한 다정함 속에 머문다.


오늘도 제트벳는 각자 다른 재료를 들고 같은 식탁에 앉았다.
누가 더 잘 쌌는지 따지지 않고,
서로의 쌈을 구경하며 “이것도 맛있겠다” 하고 웃는다.

월남쌈을 먹는 시간 속에서 제트벳는 배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것.
서로 다른 방식도, 함께 모이면 더 맛있어진다는 것.
그리고 이 식탁 위에서 제트벳는,
조금 다르게 싸먹지만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걸.


제트벳식탁 위 제트벳 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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