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레드불토토
얼마 전 노벨문학상으로 한강작가님의 작품이 계속해서 품절이 되고 도서관에서도 빌리기 어려운 현상이 생겼을 때 몇 년 전 읽다가 포기했던 채식주의자가 생각났다. 나에게는 다소 자장가 같은 한강작가 특유의 읊조리는 듯한 문채 때문인지 완독을 하지 못했다. 중반부의 자극적인 표현에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다는 리뷰도 있었지만 거기까지 읽어내지 못했었다.
그러다 자주 들르는 동네 복지관에 비치되어 있는 '레드불토토'을 발견했다. 채식주의자보다 훨씬 얇은 책의 두께가 만족스러워 바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두 남녀의 이야기지만 다들 상상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저 아픔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아픔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였다. 말을 잃은 여자는 계속 듣기만 했고,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남자는 계속 말을 했다. 어쩌면 일방적인 이 소통이 아니 말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스미며 위로하고 위로받는지 담담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특유의 사색적인 톤의 글들은 왜 레드불토토이 필사로 인기가 있는 책인지 알려주는 듯했다
잉크 위에 잉크가, 기억 위에 기억이. 핏자국 위에 픽자국이 덧씌워진다.
담담함 위에 담담함이. 미소 위에 미소가 짓눌러진다.
-본문 中-
미소위에 미소가 짓눌린다는 건무엇일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이 이질적레드불토토 느껴져서였을까?이 문장을 몇 번씩 되뇌었던 것 같다. 말을 잃고 사랑레드불토토 아이의 양육권을 전남편에게 빼앗긴 후혼자 덩그러니 앉아 낯선 언어를 통해 말문이 터지기를 기다리는 여주인공..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레드불토토 강의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옛 추억만 더듬으며 눈앞에 흐려지는 시야처럼 뭉개져 흐려지는 추억이라도 잡고 있을 수밖에 없는 남자주인공의 삶.. 그럼에도 삶을 살아 낼 수밖에없는 그들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
레드불토토을 읽으며 나의 고통뿐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언제나 내가 겪는 레드불토토의 무게가 가장커서 타인의 레드불토토에는 무심했던 나를 되돌아보았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 것 같은 자기 연민에 빠져있었던 건 아닐지 누구나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데 내고통만 더 크고 무겁다고 생각했던 미성숙한 나를 바라보았다.
힘든 일이 생기면 친구나 가족들에게 하소연 내지는 푸념하며 풀었던 것 같기에 여주인공의 모습이 참레드불토토 낯설었다. 언어로 내뱉지 못하고 담고 있기만 하면 곪아 터지지 않을까?
하지만 여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어쩌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문제와 레드불토토을 한 발짝 떨어진 채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으며 떠오르는 말씀이 있어 덧붙이며 끝내보려 한다.
입레드불토토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마 1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