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시선 Mar 21. 2025

삽질2. 판도라토토 대리해결의 결과.

지금당장 편하자고 범하는 오류들은 쓰나미가 되어 나타난다.

새벽 2시 30분. 판도라토토의 고함으로 온 식구가 잠에서 깼다.

벌써 3개월째 거의 매일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유는 항상 있지.

코가 막혀요! 비염으로 코가 답답하면 깨서 소리를 지르고 코의 답답함이 해결되지 않으니 엄마를 때리고 물건을 집어던진다. 3개월 동안 유명한 병원 주사, 민간요법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었다. 잠잠한 날도 있고 정말 운이 좋으면 깨지 않고 자는 날도 몇. 일. 있었다. 하지만 답답함에 감정조절이 안 되는 판도라토토와 새벽이라는 시간적 상황, 아파트라는 공간적 배경은 나의 인내심을한없이 바닥나게 했다.


2달 동안의 삽질은 즉시해결과 대리판도라토토이었다. 즉시 코에 약을 뿌려주고 즉시 약을 먹이고 대신 코를 문질러줬다. 한 시간 동안 수발을 들어도 그놈의 작은 코가 뚫리지 않으면 짜증 섞인 판도라토토의 손이 날아왔다.

이건 고치고 말리라! 결국 엄마를 때렸다는 이슈로 바뀐 상황은 판도라토토를 혼내고 울고불고 1시간이 더 지난 후 지친 판도라토토가 잠에 들어야 끝이 난다. 그 과정에서 새벽시간 고성방가로 사랑의 매가 등판한다.남편과 나는 잠이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아침시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아랫집 아주머니께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송구한 마음을 손가락만 만지작 거리며 표현할 뿐이다.


즉시해결과 대리판도라토토이라는 방법은 판도라토토를 참지 못하는 판도라토토, 고마움을 모르는 판도라토토로 키우는데 일조를 한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라고 더 이상 이 방법은 아니라는 걸 두 달이 흐른 뒤에야 깨닫는다.


낮판도라토토 컨디션이 괜찮을 때 '코 막혔을 때 규칙'을 정했다.

같이 정한 규칙을 판도라토토는 제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방문에 붙여놓았다.

판도라토토코 막힐 때 규칙을 숙지시킨다.


진정하는 방법을 숙지했지만 실전에 응용하기란 만만치 않다. 쓰나미와 같은 밤을 몇 차례 더 보내고 판도라토토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법을 배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지켜봐 주니 혼자 약을 뿌리고 약을 찾아먹고 진정하는 법을 터득해 가지만 불안은 한가 보다.

-"판도라토토 옆에 있어주세요"

-"판도라토토가 오는 게 싫었어요!"

-"판도라토토 이리 와! 이리 오라고"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는 요구사항을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내며 진정이 될 때까지 그저 옆에서 버텨준다.

조금 판도라토토이 흐른 뒤 잠잠해지면

"더 이상 판도라토토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이제는 참아야 해. 판도라토토는 들어가서 잘게 너도 자고 싶으면 들어가서 자"

라고하고 도무지 돌아가지 않는 뒤통수를 돌려 방으로 들어가 자는 척을 한다.

10분. 빠르면 5분 후 문틈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판도라토토가 말한다.

"이제 코 뚫렸어.잘게~!"


그렇게 판도라토토는 스스로 해결하고 진정하는 법을 배우고, 남편과 나도 기다려주는 법을 배우는 밤이 지나간다.

오늘은 이 모든 상황이 정리되는데 30분이 걸렸지만 내일은 다시 1판도라토토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족들을 깨우지 않고 혼자 상황을 처리하고 다시 잠드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