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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선 Mar 28. 2025

슬롯 꽁 머니3. 미디어제한 도전기.

슬롯 꽁 머니 3. 미디어!아이의 의존인가 나의 의존인가?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아이가 슬롯 꽁 머니을 사용하면서 안정감을 찾는 거야?


함께 공동육아를 하는 엄마의 질문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아니 내가 안정감을 갖는 것 같아!' 속마음을 삼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슬롯 꽁 머니에 의존하는 나의 육아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준 그녀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렇지 맞지! 밥 먹으면서 유튜브 보면 안 되는 거지. 다 같이 만나서 놀려고 만났는데 틈틈이 슬롯 꽁 머니을 꺼내서 보면 안 되는 거지!


오늘부터 슬롯 꽁 머니와의 전쟁. 아니 의존적인 내 육아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얘들아, 오늘부터 규칙 하나를 정할 거야. 우리 밥 먹을 때는 유튜브 보지 말자"

-"왜? 왜 그래 야하는데?"(둘째 딸의 반항이 거세다)

그 와중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상황파악하는 자폐소년이 너무 귀엽다

-"유튜브 보면서 밥 먹으면 살이 찔 가능성이 높데~ 그리고 원래 밥 먹을 땐 슬롯 꽁 머니 안 하는 거야"

-"그럼 난 밥 안 먹을래"(이럴 수가 믿었던 딸의 배신)

-"응 그래 그럼 안 먹어도 돼"( 그럴 줄 알고 너희들이 제일 좋아하는 윙봉구이를 준비했지! 훗~! )

그사이 눈치 빤한 자폐소년은 윙봉구이를 바라보며 보란 듯이 슬롯 꽁 머니을 끄고 식탁 위에 올려놨다.


이렇게 쉽다고???? 이렇게 바로 수긍한다고????? 놀랍구나!!

점점 줄어드는 닭봉구이를 바라보던 딸내미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식탁옆에 쭈뼛거린다.

-"생각해 보니까 엄마도 너희들 밥 차려주고 통화하거나 슬롯 꽁 머니으로 장을 보거나 그랬던 것 같아 미안해~엄마도 이제 저녁시간에는 슬롯 꽁 머니 안 하려고"

-"나도 밥 먹고 슬롯 꽁 머니 할래.. 대신 나 밥 다 먹을 동안 옆에 계속 있어줘"

-"그럼~"

저녁식탁 위에서 조잘조잘 학교생활을 풀어놓는 딸아이와 속도를 올려 닭을 뜯는 아들과의 평화로운 저녁을 보내며 이렇게 쉬웠다니 아이들보다 내가 더 슬롯 꽁 머니 의존도가 높았구나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다음날. 아침을 차려주고 50분까지 밥 먹고 씻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큰아이가 슬그머니 슬롯 꽁 머니을 꺼낸다.

-"우리 어제 무슨 약속했지? 밥 먹을 때 슬롯 꽁 머니 안 하기로 했지?"

-"우리가 슬롯 꽁 머니 안 보기로 약속하는 게 싫었어요!!!!!!!!!!!!!!!" 고함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밥숟가락.

그렇지 이렇게 쉬울 리가 없지. 하. 하. 하.


AI에 빙의한다 되뇌고 감정을 빼고 한번 더 말했다.

-"이제 밥 먹을 때 슬롯 꽁 머니 안 보는 거야"

-"보고 싶어!!슬롯 꽁 머니 보고 싶어!!! 지금 보고 싶다고!!!"

고함에 반응하지 않자 조금의 정적이 지나고 감정과 충동성 조절에 실패한 슬롯 꽁 머니는 식판을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밥을 들어 슬롯 꽁 머니가 보는 앞에서 바로 버렸다.

-"네가 던져서 아침은 못 먹겠구나 바닥을 닦고 진정되면 50분에 씻고 학교 갈 준비를 하도록 해"

그래도 울면서 바닥은 닦는다. 고함도 질렀다가 눈치도 봤다가 밥 먹고 싶어요와 배고파요를 번갈아 말한다.

엄마는 오늘 너에게 아침을 줄 생각이 없다는 마음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내가 그 마음을 먼저 다잡는다.

'그래도 밥은 먹일까?' 흔들리는 순간 상황은 역전된다.

정확한 지시와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주기. 그것만 하면 된다. 조금 떨어져서 나는 내할일을 하고 둘째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식탁에 앉아 학교에서 보내준 서류를 보는척했다. 10분 정도 소파에 앉아있던 슬롯 꽁 머니가 말했다.

-"밥은 저녁에 먹을래요 지금은 학교 갈 준비 할래요"

-"그래 그러자"

학교 가는 길 차 안에서 서러운지 계속 눈물을 훔치는 슬롯 꽁 머니에게 이야기해 줬다.

-"오늘 중요한 거 배웠다. 밥 먹을 때는 슬롯 꽁 머니 안보는 거고, 숟가락이나 식판을 던지면 밥을 못 먹는 거야. 잘 기억하자"

-"네"


'네가 감히 식판을 던져? 너는 밥먹을 자격이 없어!' 따위의 말을 감정과 함께 쏟아내던 수많은 슬롯 꽁 머니 끝에

정확한 지시에 필요한 단호함을 조금씩 알아간다. 아이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표정과 말투, 단어와 눈빛을 말이다. 그리고 기다려주고 버텨주는 여유도 슬롯 꽁 머니 한 스푼만큼 늘어난다. 많이 팔수록 많이 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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