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과 존중의 조화
얼마 전, 한 편의 중국 드라마를 보았다. 제목도 주제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배우가 주연이라 일단 보기 시작했다. 제목은 <탈궤(脫軌). 프리이스트의 원작 소설도 같은 제목이다.
탈궤(脫軌)
재벌 2세로 태어난 여주인공 장샤오웬은 당당함과 무례함 사이를 줄타기무료 슬롯 사이트 인물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사고를 당하고 눈을 떠 보니 완전히 낯선 세상에 있었다. 집도 절도 돈도 없는, 피할 수도 없는 현실 속의 비련의 여주인공. 그녀는 자신이시간 여행자이며, 본래의 삶이라 여기는 그곳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며 시련을 견디기 시작했다.
남자 주인공 치렌 역시 상실의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사랑무료 슬롯 사이트 여자가 어느 날 사라지고, 친구마저 잃었다. 그리고 그 앞에, "나는 재벌 2세다"라며 나타난 첫사랑과 너무 똑같이 생긴여인과 이 미스터리 한 상황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사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기에 현실을 떠나고 싶다는 갈망으로 <등대시스템이라는 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그 실험은 참가자의 고통스러운 현실의 기억을 지우고, 실현 가능성이 제로인 가상의 세계를 현실로 착각하도록 세뇌를 시킴으로 시간여행을 했다고 믿게 만들었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악용한 실험이었다.
그래서 드라마 속에서 두 사람은 현실과 가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나들며 깨닫는다. 지금 자신들이 딛고 선 이 땅이 진짜이며, 저 너머에 있을 법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결국, 희망과 사랑과 용서는 현재라는 경계 안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드라마를 다 본 후 처음엔 그저 스쳐 지나갔던 드라마의 제목이,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탈궤(脫軌)" — 궤도를 떠나다.현실로부터 달아나고픈 마음을 시간여행이라는 비유로 풀어낸 이야기. 하지만 결국 모든 해답은 도망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내는 용기에 있었다.
김영하의 산문집 〈단 한 번의 삶〉 에서도 이와 닮은 주제를 만났다. 김중식의 시 <이탈한 자가 문득이다.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단 한 번 무료 슬롯 사이트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무료 슬롯 사이트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이 시를 읽으며, 나를 둘러싼 무수한 선, 궤도들을 떠올렸다.어릴 적부터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 선들."여자가 어딜.""사내자식이 어디서 감히."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당연했고, 미혼 여성 직원의 회식 자리는늘 상사의 옆자리였다. 누군가 잘못된 일을 당하면 그녀의 행실부터 의심했다.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를 위해 누나나 여동생이 희생무료 슬롯 사이트 일은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했다.
지금, 많은 선들은 사라졌다.그 선들을 없애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과 피, 땀을 흘렸는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그럼에도 여전히, 내 무의식 속에는 선들이 남아 있다.
나는 그 선들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아니, 아예 인지조차 못 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무료 슬롯 사이트(軌道), 사전적 의미는 바큇자국이 난 길. 행성이나 인공위성이 중력에 이끌려 그리는 곡선.
한자로 바큇자국 궤(軌), 길 도(道).
이탈이나 탈궤는,
이미 찍힌 바퀴 자국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바퀴 자국을 내딛는 행위다.
행성들은 자신들의 궤도를 알고 있다. 스스로 그 궤도를 벗어나지 않기에, 질서가 유지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낀다.그러나 우리가 감탄무료 슬롯 사이트 순간은 언제인가?별이 궤도를 벗어나 뜻밖의 하늘을 가로지를 때다.현재 우리가 누리는 과학 기술과 의학의 발전도 모두 그러한 이탈의 결과다. 예상 가능한 것들은 우리를 안심하게 하지만, 예상 밖의 일들은 우리를 놀라움과 경이로움 속에 이끈다.
인생 역시 같다.수많은 이들이 무료 슬롯 사이트 따라 살아간다. 그들이 있어 세상의 질서는 유지된다.그러나 모든 이에게 똑같은 무료 슬롯 사이트 강요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궤도를 벗어나 길 없는 사막, 계곡, 빙산 위를 걷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들의 발걸음 덕분에 우리의 미래는 또다시 경이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무료 슬롯 사이트들이 존재한다. 한 분야나 장소의 선을 넘으면 그 이면에는 또다른 선이 나타난다.세상은 마치 대나무로 엮은 돗자리와 같다.가로줄을 넘으면 세로줄이 기다리고, 다시 가로와 세로의 줄들이 교차한다.우리는 계속해서 그 선을 넘을 것이다.그리고 매번 한 줄 한 줄 넘어설 때마다, 짧지만 또렷한 자유의 획이 우리 삶의 하늘에 새겨질 것이다.선을 넘기로 결심한 이들의 용기에는 깊은 의미가 있다.그 결심 하나만으로도 세상에 새로운 획을 그을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선을 넘지 않고 자신 앞에 놓인 수많은 길을 질서 있게 지키고 있는 이들이 결코 비겁하다는 뜻은 아니다. 가로줄과 세로줄의 엇갈림이 있어야 튼튼한 돗자리가 완성되듯, 궤도를 벗어난 이와 궤도를 지키는 자,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더 튼튼하고 건강하다.때문에잊지 말자.수많은 경계와 선을 지키며 세상의 질서를 존중하고 살아가는 이들 역시,그 선을 ‘지키기로’ 결정한 자신만의 용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선을 넘어선 이에게도, 선을 지키며 질서를 유지하는 이들에게도 우리는 같은 박수를 보내야 한다.모든 결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모든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선을 넘는 이들은 세상을 움직이고,선을 지키는 이들은 세상을 지탱한다.
그리고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궤적 위를 걸으며 또 다른 궤적을 그려가는 존재일 뿐이다.선을 넘을 때에도, 선을 지킬 때에도우리는 자유롭다.무료 슬롯 사이트이탈(軌道離脫),무료 슬롯 사이트존중(軌道尊重).움직이는 자와 지탱무료 슬롯 사이트 자,그 모두가 세상을 완성한다.
세상을 완성하는 이조화를 무료 슬롯 사이트(和而不同)이라는 고사성어와 연결하고 글을 끝맺고지 한다.
무료 슬롯 사이트 (和而不同)
화합하되 붙어 다니진 않는다는 뜻으로, 붙어 다니되 화합하지 못무료 슬롯 사이트 동이불화(同而不和)의 반대말이다.
공자는 논어의 자로 편에서 “군자는 무료 슬롯 사이트(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하지는 않지만 이들과 화목할 수 있는 군자의 세계를, 밖으로는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실은 화목하지 못하는 소인의 세계와 대비시켜 군자의 철학을 인간이 추구해야 할 덕목이라고 공자는 주장한 것이다.
송두율은 이를 거론하면서 공자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정치적으로 아주 혼란했던 때였던 만큼 공자는 인(仁)의 실천을 위해 군자가 사회 내부의 통합을 위한 화합과 조화에 힘써, 절대평등이라는 이념 밑에서 사회내부의 불화와 혼란을 부추기는 소인의 세계와 맞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풀이했다.
이어령은 “우리말 가운데 ‘엇비슷하다’는 말은 세계 어느 나라 말로도 바꿀 수 없습니다. 굳이 설명하면 ‘엇비슷’은 어긋났는데 비슷하다거나 닮았지만 닮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이 말에 기독교와 불교를 엇비슷하게 보는 한국인의 의식이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어긋나고 비슷한 것이 하나의 단어가 된 것은 바로 한국인 특유의 포용의식의 상징이죠. 우리 문화에는 21세기 다원주의를 흡수할 수 있는 여러 가치가 공존합니다. 엇비슷하다는 말은 아시아적 무료 슬롯 사이트(和而不同)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영복은 무료 슬롯 사이트을 “화는 나와 다른 것을 존중하고 공존하는 원리이고, 동은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원리”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콜럼버스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지금까지의 서양 근대사는 부단히 동의 역사였다. 종교도 언어도 자기 것을 강요무료 슬롯 사이트 세계 유일한 지배체제를 만들어냈다. 이런 동의 세계를 청산하고 화의 논리로 새로운 문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동양의 지혜가 필요하다.”
[네이버 지식백과]무료 슬롯 사이트[무료 슬롯 사이트不同] (선샤인 논술사전, 2007. 12. 17., 강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