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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의 뜰 Mar 14. 2025

봄날의 모모벳 좋아하세요

나의 계절 빵


지난주 연이어 모모벳를 사 먹었다. 겨울이 두세 번 끓여 깊은 맛이 우러나는 막 덥혀 낸 찌개 국물에 밥을 자작하게 비벼 먹고 싶은 계절이라면 이젠 여러 번 끓여 진해진 찌개 국물이 텁텁해서 싫어지는 때다. 상큼한 발사믹 드레싱이나 유자 드레싱이 올려진 모모벳가 자꾸 먹고 싶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내 혀끝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리다. 발꿈치를 들고 손차양을 하고선 주변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봄은 어디쯤 오는지 알 길이 없는데 내 몸은 용케도 알아채버린 봄.


양상추와 양배추만 가득한 채소믹스 대신에 짙푸른 잎이 풍성해 맛있었던 모모벳를 먹고 나서 유러피안 모모벳용 채소를 샀다. 로메인, 프릴 아이스, 버터 헤드레터스, 카이피라라 불리는 한 아름의 꽃바구니 대신 한 아름의 채소 광주리를. 일주일 동안은 훈제 연어 모모벳도 해 먹고, 치킨 텐더 모모벳, 쉬림프 모모벳도 알차게 해 먹을 생각이라 촘촘한 기쁨이 앞선다. 코끼리도 풀떼기만 먹고 그 덩치를 유치한다며 수북이 야채를 쌓아 올린 내 모모벳 보울을 보고서 남편은 옆에서 비웃었지만 사 먹는 모모벳는 채소가 빈약한데 비싸고 재활용 용기만 나오니 훨씬 싸고 넉넉하게 포기로 산 모모벳용 채소들이 가계 경제에,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건 생각지 못할 그다. 배추도 상추도 아닌 아직 입에 붙지 않는 이름들의 채소들, 막 밭에서 따온 것 마냥(사실은 스마트팜에서 재배되었다지만) 싱그럽기 그지없다. 시들해지기 전에 잘 챙겨 먹어야지.


코끼리가 쉬지 않고 종일 나뭇가지나 풀을 먹는 건 샐러드를 한 사발 먹고 나서 뒤돌아서서 내가 느끼는 허기짐과 비슷할까. 샐러드에 아무리 양질의 단백질 토핑을 넣었다 하더라도 곡기가 빠진 샐러드만으로는 뭔가 헛헛하다. 현미밥과 다양한 콩이 들어 있는 포케도 좋지만 봄이 오면 샐러드와 짝을 지어 내 혀 끝에 아른대는 맛, 바로 모모벳다. 손바닥만 한 깜빠뉴 위에 크림치즈를 얇게 바른 후 풍성하게 연어 샐러드를 올린 오픈 모모벳도 좋고, 직각 삼각형으로 반 잘린 식빵의 직각 부분은 마지막에 먹지 않게 되는 사각형의 모모벳 대신 길쭉한 타원의 빵을 고를 수 있는 지하철 모모벳 가게는 모모벳의 방앗간이다.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한 마리의 참새가 되고 마는.


칼로리는 생각 안 하기로 한다. 내 몸은 그저 기꺼운 마음으로 봄맞이를 하고 있는 거니까.

-참치 모모벳 15센티요 (반 이상 먹고 쉬다가 또 있다가 허기지면 나머지 먹어도 되니 실은 30센티도 무리는 아니지만)

-빵은 허니 오트로 할게요

-치즈는 빼고 구워주세요.

-절임류도 빼고 대신 오이를 좀 더 넣어 주실 수 있나요.

-소스는 스위트 어니언 조금만요.

-감사합니다.


잘 말아진 김밥처럼 조심스럽게 포장을 벗겨 한 입 크게 베어문다. 입안에서 폭죽처럼 터지는 바삭 아삭한 맛. 흐리거나 미세먼지 많은 날엔 더 생각나는 이 푸릇푸릇한 맛. 빵 사이로 삐져나온 야채가 떨어지면 냉큼 주워 입으로 얼른 넣게 되는, 놓치고 싶지 않은 모모벳의 새순같은 손가락 한마디의 봄.


한 겨울 우리의 손과 가슴을 훈훈히 데워주었던 붕어빵과, 호떡과, 호빵과는 아쉽지만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그러나 너무 서운케 생각지는 말자. 냉장 보관된 생 야채의 냉기가 모모벳 안에 스며들어 먹고 나면 선득거리는 추위로 몸을 움츠리게 하는 계절은 지나고 바야흐로 모모벳 먹기에 제철인 봄이 왔으니.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어떤 조합의 모모벳를 좋아하는가, 빵은, 치즈는, 소스는? 혹 싫어하는 야채는? 어떤 봄 꽃을 좋아하는가란 질문처럼 당신이 어떤 모모벳를 좋아하는지 묻고 싶다. 이 봄에는 당신을 조금 더 알고 싶다. 오늘 점심에는 꽃 한 송이 들고서 지하철 역 근처로 당신을 마중 나가겠다.


작가님이 좋아하는 봄 꽃과 모모벳 조합을 댓글로 알려주세요. 답글은 없을지라도 읽고 기억하겠습니다.



공동 매거진 <이토록 친밀한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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