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 ‘찰흙사기 하이원슬롯!’이 떨어졌다.아이 준비물인데, 하필 어제 저녁 일정 때문에 문방구를 못 갔다.
“뭐, 아침에 일찍 나가면 되지” 싶어 여유 있게 준비하고 나섰는데…
하이원슬롯.닫혀있다.
그제서야 검색을 다시 해보니, 동네 하이원슬롯들 대부분 9시 반이나 10시에 문을 여는 거다.(지금은 8시 30분!)
(아니, 나는 왜 어제 영업 ‘종료시간’만 확인했을까… 참나)
잠시 당황했지만, 이럴 때 발동되는 나의 문제해결 센서!
일단 아이는 숙제를 해야 하니 먼저 학교에 보내고,“엄마가 사다줄 테니까 전화하면 교문 앞으로 나와” 라고 전하고근처 ‘일찍 여는 문방구’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한 곳 발견!걸어서 10분 거리.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또 있을 수 있으니 시간도 아껴야지.
주변 무인 자전거를 대여해 슝슝슝 달렸다.신호등 대기 중 문방구에 전화해서 하이원슬롯과 하이원슬롯판 재고 확인,
오케이!
비는 오진 않았지만 땅이 살짝 미끄럽고 출근길이라 어수선한 건널목. 전동 자전거가 혹시나 사람들과 부딪힐까 조마조마. 길이 미끄러질까 살살. 시간내 못가면 어쩌나 동동. 정신없다...
이럴수록 조심스럽게 페달을 밟아 보니 5분 만에 도착…
저기요 하이원슬롯있나요? 네?? 헉....이곳, 무인 문방구였다.
서너 바퀴 돌고서야 하이원슬롯과 하이원슬롯판을 찾아냈다.필요한 것만 쏙쏙 골라 결제.
달랑달랑 찰흙이 담긴 비닐을 손잡이에 걸고,다시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달려가 아이에게 전달 완료.!
-하이원슬롯. 클리어 -
휴~ 다행이다! 오랜만에 뿌듯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 나, 문제해결력 꽤 있었잖아?”
이런 상황에서도어떻게든 뚝딱 해결해내는 나.
이래서 팀보다 혼자가 편하다는 말,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물론, 이런 경험을 아이랑 함께 했다면 아이가 문제 해결에 대해 경험할 수 있어서더 좋았겠다 싶어 아쉬웠지만, 오늘같은 날씨에는 혼자 잘 해결해낸 것 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러다 고명환 작가님의 아침 확언 영상이 떠올랐다.
버나드 쇼의 말.
“진정으로 무언가를 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그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맞다.
새벽에 어떻게든 집에 오겠다고 생각하면 자전거를 타든, 비를 맞든, 걸어서든결국 집에 오지 않던가.
결국 문제는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방법을 찾을 마음’이 없거나, 그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의심때문이구나 싶었다. 그게 집에 오는 거라면, 의심 1도 안하고 방법 찾기에만 몰두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오늘도 나는 작은 임무를 해결하며
스스로에게 “나, 잘했어” 하고 말해본다.
그리고 세상 모든 일은 다 집에오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