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지독히도 혼자가 편한 사람이다. 내 속도와 내 방식대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고, 누군가에게 맞춰야 하는 상황은 영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득문득 외로움을 느끼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들 때도 있다. 참 알 수 없는 마음이다.
2년 전, 시작한 달리기도 사계절의 호수 풍경을 만끽하며, 혼자 사색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루틴으로 만들었다. 러닝 크루도 할법도 한데, 혼자만의 시간, 나만의 페이스를사수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덜컥 마라톤을 신청하게 된 것도 어쩌면 그런 마음의 변덕이었을까. 아니, 솔직히 말하면 친한 지인의 "같이 가자"는 한마디에 못 이기는 척 떠밀린 것에 가깝다. 혼자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도전. 그렇게 시작된 마라톤 준비는 예상대로 순탄치 않았다. 특히, 사춘기 초입에 들어서며 세상 모든 것이 귀찮아진 아이와 함께 뛰어야 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거대한 산이었다.
"내가 왜나가야 해?" 아이의 볼멘소리는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한때는 달콤한 아이스크림 하나면 해결되던 외출이 이제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아이브 앨범'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고서야 겨우 아이를 집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물론, 함께 나선다고 해서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는 건 아니었다. 걷는 내내 이어지는 아이의 투덜거림에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메리트카지노 있나" 싶은 후회가 밀려올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부쩍 힘들어하는 아이의 곁을 지켜주고, 어떻게든 함께 움직이며 작은 활력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나는 오늘도 아이의 속도에 맞춰 걷고 또 뛰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4km, 그리고 홀로 6km를 더 달려 겨우 10km를 채우는 날들이 이어졌다. 혼자였다면 훨씬 빠르고 편하게 끝냈을 거리였지만, 아이와의 불편한 동행은 왠지 모를 뿌듯함과 함께 묘한 책임감을 안겨주었다.
이런 불편한 동행은 비단 마라톤 연습뿐만이 아니었다. 회사에서의 내 역할도 종종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나는 사실 현재진행형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프로젝트에 직접 뛰어들어 함께 성과를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내가 이끄는 곳은 '미래상품팀'. 모두가 현재의 과제 해결에 전력 질주할 때, 나는 한발 떨어져 미래를 고민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주요 프로젝트에서는 한 걸음 비켜서 있는 경우가 많다. 동료들이 정신없이 바쁘게 현재를 만들어갈 때, 홀로 미래를 구상하거나 현재 진행 중인 일들의 빈틈을 찾아 지원하는 내 모습이 때로는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지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고민이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모두가 '같이' 더 먼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역할 분담이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까? 라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당장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때로는 소외감을 느낄지라도, 미래를 위한 준비와 현재의 빈틈을 메우는 일 역시 팀 전체가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한 부분임을 애써 되새긴다.
"혼자가 편하지만 함께의 메리트카지노를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손해 같지만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경험들." 어색하고 주저하게 되는 순간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은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곧 보령에서의 마라톤 대회 날이다. 혼자였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를 그 길 위에, 나는 아이와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과 나란히 서 있을 것이다. 여전히 혼자가 편한 나지만, 이 어색하고 불편한 '함께'가 어쩌면 나를 생각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데려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품어본다. 그 길의 끝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분명 혼자일 때와는 다른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