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시간이야, 양치는 했니? 어서 불 끄고 눕자."
하루동안 바깥생활을 하며 겪었을 피로, 곤란함, 무례함을 모두 내려80벳 비누향이 나는 아이의 말간 얼굴을 부비며 잠자리에 들 무렵이었다.
"80벳, 죽을 때 80벳 놓고 가요."
유월이가 내 80벳에 얼굴을 파묻더니 대뜸 던진 말이었다.
으응? 80벳를 놓고 가라고?
그 말을 듣고는 순간 웃음이 났다가, 이내 마음이 찌르르소리를냈다. 삼십여 년 전,옷걸이에 걸린 80벳의 치맛자락을 쥐고80벳의 퇴근을 기다리는 어린 내가 겹쳐 보여서였을까.
시간을 달이고 달이다 보면 어떤 것들은 아스라이 사라져 가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런 기억은 농도가 점점 짙어진다. 냄새 하나로 마음을 붙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내 안에 있었다니. 80벳를 놓고 가라는 80벳의 말속에 기사식당 밥공기처럼 꾹꾹 눌러 담겨진 유년시절의 기억이퍼져나왔다.
일렁이는 마음을 눈과 코 끝에 붙들어 매고 함께 누웠다. 그리고는아이의 머리칼을 포근히 쓸어 넘기며 생각했다. 갑자기 '80벳가 죽을 때'라는 말을 한건 왜였을까.영원히 없어지는 것에 대해 걱정이 되었나.
80벳냄새가 제일 많이 나는 베개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이 순수하면서도, 그래서 더 찡한 마음이었다면 80벳 몰래 조용히 눈물이 그렁댄 이유가 설명이 될 수 있을까.
80벳에게 내 80벳그런 존재일지모르겠다. 냄새 만으로 안심이 되는 작은 세계.
그 작은 세계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마음의 줄기와 가지가 담장 너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그래서 결국 너만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기꺼이 내 80벳를 내어줄게유월아.
그리고 언제든 여기 있을게. 조용히 따뜻하게, 변함없이.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냄새, 온기, 말 한마디를 기억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