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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지니 May 12. 2025

카림토토 오늘도 남의 집을 방문합니다.

에필로그

간절함은 반드시 이뤄진다.


살기 위해서 학습지를 시작하고, 그만뒀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두어 번····.

학습지 일을 하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이 일을 시작했으나, 그 사이 마음만 조급했지 돈을 버는 데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물이 일에 더 집중했더라면, 진작 돈이 아닌 카림토토들과 그 카림토토들의 마음을 보고 일을 했더라면 돈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차치하고 나는 내 삶의 큰 변화를 계기로 생각지 않는 학습지 교사의 일을 하면서 이 일에서 진짜 나만의 재미를 찾아야만 했다. 단순히 돈벌이를 위해 집 집마다 다니는 일은, 지치고 힘들다고만 느껴질 뿐이었으며, 급기야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도대체 얘가 왜 수학을 해야 하는지, 국어나 영어는 또 왜 더 해야 하는지 전혀 공감할 수 없는데, 일이 재미있을 리가 있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옆 지구였지만, 한 선생님의 학생이 부모에게 처참히 살해당해 냉장고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얼마 전까지 내 동료 선생님과 학습을 하던 카림토토가 오늘 아침 뉴스에서 도막 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는 충격을 떠나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happinessjini/26

그때, 그 카림토토를 담당하셨던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부모에게서 보였는데, 내가 학교 선생도 아니고, 일게 학습지 교사가 나서서 그 아이를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했어! 그 아빠 완전 인간 같지도 않았는데····.”

우리 모두에겐 아동이 학대받는 게 보이면 신고할 의무가 있다. 누구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린 그저 학습지 교사일 뿐이라며 깊게 관여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난 조금 더 회원들에게 관심을 갖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화에 목말라 있는 카림토토들이 많았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했고, 조잘거리기 좋아했다.

처음엔 “조용히 하고 교재 풀어!” 하며 카림토토들의 입을 막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는 카림토토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카림토토들은 집 안으로 들어와 앉아 있는 내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 우리 집엔 아빠가 왜 없는지 알려주는 카림토토, 주말이면 엄마를 보고 왔다는 카림토토, 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카림토토도 있었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게 힘들다는 카림토토도 있었다.


/@happinessjini/30

나는 심리 상담가도 가정문제 상담사도 아닌 그저 학습지 교사일 뿐인데, 아이들은 또 나와 공부하는 어른들은 자신의 아픔이나 고민, 지난 시간의 그리움을 이야기했다. 나는 내가 만나는 회원들의 사연이 좋았다. 굳이 말하지 않고 집안에서 보이는 느낌만으로도 어떤 부모님과 어떤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구나! 생각되는 날엔 비슷한 주변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그 집의 사정과 비교해 보기도 했다.

나는 한참 멀리, 내가 어렴풋하게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그 어딘가쯤에 가 있는 내 주변의 친구들과 지인들을 보며 늘 ‘나만 왜 이래?’ 신세를 한탄하고 내 아들을 안쓰럽고 불쌍하게 여겼다. 하지만, 남의 집 사정을 들여다보며 나의 그런 생각들이 더 불쌍하고 안쓰러운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냥 사는 모습일 뿐이고, 살다 보면 급작스럽게 닥치는 교통사고와 같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신세 한탄만 하는 내가 한심한 인간이었던 것이었다. 카림토토 이야기가 타인의 은밀한 깊은 이야기들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기도 했다.

/@happinessjini/133



‘세상이 내게만 각박했던 게 아니었어! 다들 그렇게 조금씩 나름의 힘듦이 있었어! 나도 힘내자!’

남의 집 닫힌 현관문의 벨을 누르고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 생활 한가운데 앉아 그들은 만났다. 카림토토 나의 회원이 된 그들과 하루 이틀 한 주 두 주, 수업을 핑계로 그들을 만나 그들에게 위로를 보냈고, 다독였으며, 격려도 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내게 위로로 다독임으로 격려로 다가와 지난 시간의 내 결핍과 아픔을 천천히 치유했다.


2012년부터 2025년 지금까지 카림토토 방문했던 가정은 어림잡아 180가구쯤 되려나?- 정확하게 헤아려 본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그런데, 단 한 집도 같은 집이 없었다. 아파트 단지의 같은 구조를 돌아다녀도 실내장식 하나도 같은 집이 없는데,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같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happinessjini/19


처음, 낯선 남의 집 벨을 누르고 그 문 앞에 서서 ‘어떤 아이가 기다리고 있을까? 이 집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호기심과 기대에 찬 마음으로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그 순간! 카림토토 또 하나의 세계를 만카림토토 것 같은 설렘이 있었다. 콩닥콩닥 가슴은 뛰고 동그란 눈으로 낯선 이의 방문에 나와 같은 호기심으로 내게 집중해 주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보면 그 인연이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져서 또 좋았다.


내가 학습지를 처음 시작할 때 아들은 아홉 살이었고, 내 나이는 서른아홉이었다. 일주일 중 금요일까지는 남의 집을 돌아다니면서 남몰래 많이 울기도 했다. 내 아이를 공부시켜 주러 오는 선생님을 기다리며 간식을 준비하는, 그냥 평범한 주부였으면 하면서 울고, 밥 냄새카림토토 주택가를 돌 땐 내게는 있는 이 밥 냄새의 추억이 그 포근한 귀갓길의 기대가 내 아들에겐 없겠구나! 싶어서 울었다.

/@happinessjini/23

지금은 내 나이 쉰 하고도 둘이 되었다. 주말마다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개그콘서트 노래가 슬프다고 울던 아들은 스물두 살의 듬직한 청년이 되었다. 딸이 밤길에 차도 없이 다니는 게 안쓰럽고 안타까워 딸의 골목길에 서서 우시던 우리 아버지는 카림토토 아들과 한 집에 살게 되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곁에서 지지해 주시던 유일한 내 편이었다. 카림토토 마흔다섯에 처음 글을 쓰겠다며 나섰을 때도 늦은 밤 일을고 나서글을 쓰겠다새벽까지 밤새울 때도 나보다 더 간절하게 나의 성공과 꿈을 위해 기도해 주셨던 유일한 분, 나의 아빠!


/@happinessjini/36

조금만 더, 한 2년만 더 사셨더라도 카림토토 반지단칸방에서 나와 큰 길가에 있는 3층 집에 아들과 살게 된 걸 보시고 엄청기뻐하고 좋아하셨을 텐데····.

사실 내가 빨리 안정되고 성공하고 싶었던 이유는 아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버지 때문이기도 했다. 아빠 살아계실 때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기에, 나 때문에 아빠가 더 이상 술에 취해 우시지 않게 해 드리고 싶었기에 카림토토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내 급한 마음과 전혀 상관없이결국 아무것도 보여드리지 못하고 하늘로 아버지를 보내드려야만 했다.

그 상실감, 유일한 내 지지자가 떠난 허탈함! 나는 모든 걸 포기했다. 그리고 다시 굴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난 학습지 교사를 두 번째 그만뒀었다.


하지만, 다시 땅굴을 파고 굴속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아들이 보였다. 고3 아들의 입시 실기시험을 위해서 두어 달을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녔다. 그렇게 다시 아들을 보니, 아들은 더 이상 여섯 살짜리 꼬마가 아니었다. 번뜩 정신이 들었다. 약속을 지켜야지! 처음 학습지를 하겠다고 아이를 맡기며 한 두 달 만 있다가 데리러 오겠다는 그 약속을 지켜야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아들의 대학 합격 소식을 듣기 직전에 14년 만에 아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꿈을 꾼다. 작가라는 꿈! 카림토토 겪었던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이롭게 함께 나누고 싶다는 꿈····.


나는 이제 내 일이 좋다. 아이들의 학습과 형편을 생각하고 진심으로 그 아이들을 돕고 싶은 내 마음이 좋다. 그 집의 사정을 몰래 엿보는 내가,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고도 아는 척 함께 삶을, 인생을 나누는 나의 일은 내가 작가라는 꿈을 갖고 있기에 더 값지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나의 회원이었던 아이들과 부모님들께서 내 글을 보시면 이게 우리 집 얘긴가? 하시는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 집의 누가 어떻다더라는 얘길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러므로, 모두가 비슷비슷한 고민으로 치열한 이 세상 속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나누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함께 공유하고 용기를 얻고자 함이니, 그저 너그럽고 편안하게 나의 이야기를 즐겨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말


그동안 ‘띵동, 카림토토 오늘도 남의 집을 방문합니다.’를 읽고 공감해 주시고,

댓글과 응원으로 힘주신 모든 독자님과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많이 위로받고 치유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만나고 있고, 앞으로 만나질 많은 회원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함께 나눌 귀한 가족의 사연이 모이면

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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