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인생에 중심을 잡아주는 신념이 없었다. 그런 탓에 늘 흔들렸다. 직장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두 달 만에 그만뒀다. 일로 인한 다툼도 감정이 앞서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 늘 만나던 사람만 만났다. 새로운 사람을 왜 만나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다. 늘 익숙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익숙함은 독이라는 걸 알면서도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바꿀 용기도 방법도 몰랐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게 맞다. 그는 마치 코뚜레 한 소처럼 주인이 이끄는 대로 끌려다녔다. 누가 봐도 뻔한 인생을 살았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살지는 않았다. 막연했지만 꿈은 있었다. 다정한 아빠, 안정된 직장, 적당한 재산을 갖고 싶었다. 모호한 형용사가 붙은 꿈같지 않은 꿈이었다. 모호한 꿈은 대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코어카지노는 손에 잡히는 하루하루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이 없었다. 늘 목표만 정할 뿐 단 한 번도 바라는 대로 된 적이 없었다. 그는 굳이 핑계를 대자면 방법을 몰랐다. 어쩌면 방법을 알았어도 중간에 포기했을 거다. 코어카지노는 끈기라는 게 없었다. 얼렁뚱땅 시작하니 흐지부지 끝나는 게 당연했다. 누가 봐도 가망 없는 삶이었다.
시간은 그를 기다려주지 코어카지노. 마흔을 넘기면서 그의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그때까지 경력은 그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 못했다. 보다 적은 비용에 대체될 능력이었다. 그러니 직장에서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졌다. 그대로 정년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정년은커녕 다음 해 당장 자리를 잃어도 전혀 이상하지 코어카지노. 자리를 보존할 역량을 키우거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마저도 버티면 어떻게 되겠지로 여겼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시간을 낭비했다. 빛이 보이는 출구와 반대로 걷는 꼴이었다.
절실함도 없던 그에게 신은 코어카지노을 베풀었다. 바라지도 않았던 소원을 들어줬다. 신은 그에게 책을 보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받아 들었고, 저항 없이 읽어 내려갔다. 기대도 없었다.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손에 들렸기에 그냥 펼쳤을 뿐이다. 활자가 눈에 들어오기에 읽었을 뿐이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 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읽다가 흥미를 잃으면 덮으면 그만이라 여겼다. 조금만 중심을 잃어도 바닥으로 떨어지는 외줄 타기나 다름없었다. 줄에서 떨어진들 크게 다치지 않을 것이기에 더 기대 없이 읽었다.
기대가 없었다는 게 신의 한 수였을까? 두 달 동안 매일 읽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즈음 책에서 눈을 떼고 3층 높이에서 그는 그를 내려다봤다. 지난 60일 동안 그가 어떤 일상을 살았는지 되돌아봤다. 딱히 처음과 비교해 변화된 건 없어 보였지만, 딱 하나 책을 읽는 행위만큼은 순전히 자기 의지였다. 남이 시켜서 한 게 아니었고, 읽기 위한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일하지 않는 시간은 유흥을 즐기는 그였다. 8주 동안 이렇다 할 술자리도 갖지 코어카지노던 게 떠올랐다. 기대가 없었기에 가능했던 시간이었다.
잔뜩 기대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아마 제풀에 지쳤을 거다. 그는 타고나기를 진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2주 만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이런저런 핑계로 포기했을 터였다. 다행히 기대가 없었던 터라 별생각 없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코어카지노는 천운이나 다름없었다. 3층에서 내려다본 그의 모습에서 희미하게나만 빛이 아른거렸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기대감이었다. 어쩌면 이제야 자기에게 희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보였다. 그 희망을 책에서 발견했고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두근거렸다.
희망을 본 그가 책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책도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믿기 어렵겠지만 책은 코어카지노 길을 알려줬다. 길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길, 인간관계가 회복되는 길, 과거 상처를 돌보고 치유해 가는 길, 무너졌을 때 다시 회복하는 길 등. 마흔 넘어서까지 그저 막연했던 것들이 책 덕분에 하나씩 선명해졌다. 거짓말처럼 책은 그가 필요한 것들에 닿을 수 있게 길을 만들어줬다. 그는 책이 만든 길을 따라 걷기만 했다. 믿음으로 걸었다. 책은 그의 믿음에 확신으로 보답했다. 희망은 현실이 되었다.
8년을 책과 동고동락한 그에게 신념이 자리했다. '책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였다. 진심을 다해 책을 읽으면 책은 그 진심보다 더 크게 화답했다. 마치 신이 자기를 대신해 엄마라는 존재를 보냈듯 말이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았던 그의 인생은 수많은 책들이 주춧돌 역할을 했다. 때로는 엄마처럼 그에게 모든 걸 내어주기도 했다. 그는 그 품에서 울고 웃으며 다시 일어섰고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성장을 이어갔다. 책에 대한 믿음 없이는 절대로 해낼 수 없었다. 신념은 그를 다시 살게 했다. 과거와 180도 다른 사람으로 말이다.